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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8월 27일

<산시로>(나쓰메 소세키 지음, 최재철 옮김)를 읽고.

"하숙집 2층으로 올라가 자기 방에 들어가 앉아 보니 역시 바람소리가 들린다. 산시로는 이러한 바람소리를 들을 때마다 운명이라는 글자를 떠올린다. '윙-'하고 울려 올 적마다 움츠러든다. 자기 스스로도 결코 강한 남자라고는 여기지 않고 있다. 생각해 보면, 상경한 이래 자신의 운명은 대개 요지로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 게다가 다소간 화기애애한 우롱을 받는 것처럼 만들어지고 있다. 요지로는 사랑스러운 장난꾸러기다. 앞으로도 이 사랑스러운 장난꾸러기에게 자기 운명이 쥐어져 있을 것같이 여겨진다. 바람이 계속 불어댄다. 확실히 요지로 이상의 바람이다." (p.210)

소세키의 책을 처음으로 읽고 있다. 먼저 <도련님>(1906)을 읽고 이어서 <산시로>(1908)를 읽었다. 전자에선 24세, 후자에선 23세 남자가 주인공이다. 도련님에선J.D.샐린저 냄새가 났고, 산시로에선 하루키 냄새가 났다. (출생 연도를 따지자면 거꾸로 말해야 맞을 것이다). ---- 산시로의 미숙함. 그것에 끌렸다. 그가 불완전하게 그려졌기에 이 책을 끝까지 읽은 것 같다. 몹시도 미숙하고 불완전했던 20대 초반 내 모습이 많이 떠올랐다. 마음껏 불완전해도 됐던 그 젊음의 시기. (그때는 그 사실을 몰랐다). 몹시도 아름다운 시간이었다는 것을 이제 깨닫는다. 


2025년 8월 17일

ABC 살인사건

 

최근 심한 무기력증 때문에 교회에 못 가다가 오늘 한 달만에 교회에 갔다. 아내의 조언대로 지난 월요일부터 운동을 다시 시작했는데 운동의 효과가 있었다. ---- 교회 가는 길 지하철에서 소세키의 <도련님>을 읽었다. '도련님'이란 단어의 등장 순간이 절묘했다. 사도행전에서 '바울'이라는 이름의 첫 등장 순간만큼이나 우리가 방심하고 있을 때를 노렸다. --- 예배를 마치고, 준비해간 생일 선물을 00에게 주었다. 점심도 00와 같이 먹었다. 요즘은 "우르르 용병단"이라는 어드벤처 RPG 게임에 빠져있다고 했다. 내게 전략적으로 게임을 운용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알려줬다. 초롱초롱한 눈망울. 나도 초5때 이랬을까. ---- 교회 가기 전 유튜브에서 동기 부여에 관한 짧은 쇼츠를 하나 봤다. 의지력에 관한 거였다. (의지력이 약한 나는 의지력에 관한 영상을 자주 본다). 출연자가 이렇게 말했다. "무언가를 꾸준히 하는 사람은 의지력이 강해서 그렇게 하는 게 아닙니다. 의지력이 강한 게 아니라 그게 그냥 습관이 돼서 그런 거예요. 아침에 의지력을 갖고 이를 닦는 사람이 있나요. 습관적으로 닦는 거지요." 이 지적에 공감이 됐다. 당분간 예배(참석)에 큰 의미 부여 하지 않고 그냥 이를 닦는 거라고 여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