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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9월 1일

퇴직 6개월 전에 하는 생각

오늘은 9월 1일. 정확하게 퇴직(2026.2.28) 6개월 전이다. 사랑하는 일, 애정하는 가까운 동료들과 헤어진다는 생각을 하면 가끔은 통증에 가까운 슬픔이 느껴질 때가 있다. 얼마 전 새벽에 눈을 떴을 때도 그런 통증이 있었다. 한 시간 가까이 그동안 내가 했던 일들, 보고 싶을 사람들 얼굴을 떠올리다가 문득 어떤 생각 하나가 떠올랐고, 그러자 통증이 사라졌다. 내가 했던 생각은 이런 거였다.  

나에게는 "내 모든 걸 쏟아부어 본 시간"들이 있다. 내게는 "인간적으로 깊은 신뢰를 주고 받는 동료들"이 있다. 만약 이런 시간들이 없었다면, 이런 관계들이 없었다면 내 재직 기간은 커다란 공허로 다가왔을 것이고, 남은 6개월은 그 공허를 채우기엔 턱없이 부족했을 것이며, 퇴직은 정녕 날카로운 비수였을 것이다. 하지만 돌아보니 감사하게도 내 지난 30년은 "채워져" 있었다. 그 생각을 하니 떠남이 두렵지 않았다. 나는 깨달았다. 퇴직을 앞 둔 이에게는 남은 기간보다 받은 은혜를 돌아보는 게 더 필요하구나.    

"5년이 더 주어진다면 좋겠니?"라는 질문도 내게 도움이 됐다. 아니오,가 내 대답이었다. 나는 나의 재직 기간을 더 완전하게 <보수>하기 위해 시간을 더 요청할 생각이 전혀 없다. 나는 불완전하고 한계가 있는, 즉  피조물이다. 유한한 상태에서 입사했다가 유한한 상태로 퇴직하는 유한한 피조물이다. 5년이 더 내게 주어지더라도 그 5년 때문에 내가 지금의 나보다 완전한 존재가 될 거 같지는 않다. 불완전한 내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지금보다 더 온전하게 보수될 거 같지도 않다. 어떤 아쉬움도 느끼지 않는 퇴직을 꿈꾼다면, 그러지 못함을 두려워한다면, 그건 어리석고 건강하지 못한 생각일 거 같다. 늘 그래왔듯이, 나는 아쉬움도 느끼겠지만 '괜찮다' 위로해 주시는 성령의 은혜를 함께 경험할 것이며, 그분께 또 한 번, 나의 <완벽하지 않은 퇴직 후 계획>을 들려드릴 것이다. 1993년 한 명의 어리숙한 신입사원을 신실하게 인도하신 그분께서는 2026년, 이번에는 (여전히 어리숙한ㅠㅠ) 한 명의 퇴직자를 또 한 번 신실하게 인도해주실 것이다.   

남은 6개월이, 한 명의 피조물이 완전해지려는 시간이 아니라 자신의 결핍과 한계까지도 향유하는 시간이 되기를 기도한다. 

2025.9.1. 

신동주 드림


* '내 자신의 결핍을 향유함'이란 말은 도심 속 수도 교회 '신비와 저항'의 박총 원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2025.8.18)에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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