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5일
서울농학교 - 1
내일은 어머니가 20년 넘게 교사로 재직하셨던 국립서울농(아)학교 100주년 기념식이 있는 날이어요. 학교는 효자동에 있어요. 교문을 들어서면 아주 큰 느티나무가 하나 있어요. 학교 본관 정문으로 들어가면 그 느티나무를 소재로 쓴 멋진 기념시가 걸려 있고요. 어머니가 쓰셨어요. 어떻게 끝을 맺는 게 좋을까, 제가 대학생 때 어머니가 고민하고 계시길래 제가 알려드렸죠. 제가 생각해도 멋진 맺음이었어요. 나중에 혹 농학교 방문하시면 감상해주세요. 내일 그 시 앞에서 어머니와 기념사진 한 장 찍을 생각이어요. 어쩌면 어머니와 저의 농학교 마지막 방문이 될지도 모르겠어요. 20대의 여교사와 그의 어린 아들이 함께 뛰어놀던 곳.
서울농학교 - 2
12시반에 고속터미널에서 어머니를 만났는데 무척 이쁘셨다. 그래서 기분이 좋았다. (하늘색 가디건, 주홍색 빵모자와 스카프). 경복궁 3번 출구에서 내리자 농학교까지 가는 차량이 대기 중. 차에 타는 순간부터 어머니, 사람들과 폭풍 수화 시작. 나만 외톨이ㅋㅋ학교정문에 들었섰더니 느티나무 보임. 어머니는 오래간만에 본 제자, 교사들, 친구분들과 끊임없는 인사. 그 중 한 분이, "문선생님, 저는 요즘도 매년 국어시간 첫 수업 때 느티나무 시로 수업을 해요" 오...! 어머니와 나만 기억하는 시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구나.(감동) 본관으로 올라가서 액자에 걸린 시 대면. 노란조끼 입은 수화 자원 봉사자 여성 둘이 시 앞에 서더니,읽더니, 사진 찍음. 어머니가 부끄러운 목소리로 "저는 이 학교에서 근무했고 이 시를 썼어요 ". 두 사람 엄청 놀람. 아 그러세요 아까 이 시 봤는데 너무 좋더라구요. 옆에서 대화 듣다가 "결론 부분은 제가 썼어요"하려다가 그만 둠. 자원봉사자 두 명과 헤어져 운동장으로 나와 제막식에 참석.
<느티나무>
넌 가슴이 답답할 때
울지 않았지
넌 이곳에 태어난 걸
원망하지 않았지
넌 그 큰 비바람에도
자람을 멈추지 않았지
그래서 너는 이토록
자랑스럽게 하늘 우러러
우리들이 기댈 수 있는
친구가 되었어
(1991.10.2)
*농학교에서 오늘 이 시 다시 읽는데 왠지 말없이 가정을 지키는 아내, 밖으로만 돌다가 후에 아내의 존재에 고마와하는 남편에 대한 시 같다는 생각함 ;; (2013.10.3)
<느티나무>
넌 가슴이 답답할 때
울지 않았지
넌 이곳에 태어난 걸
원망하지 않았지
넌 그 큰 비바람에도
자람을 멈추지 않았지
그래서 너는 이토록
자랑스럽게 하늘 우러러
우리들이 기댈 수 있는
친구가 되었어
(1991.10.2)
*농학교에서 오늘 이 시 다시 읽는데 왠지 말없이 가정을 지키는 아내, 밖으로만 돌다가 후에 아내의 존재에 고마와하는 남편에 대한 시 같다는 생각함 ;; (2013.10.3)
대학원 세미나 - 1
대학원 세미나 중이었다. 성인들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교육철학 시간이었는데 섹스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그때 내가 진지하게, 앞으로 섹스라는 말 대신 꼭 '부부 간의 섹스'라고 하자,고 했다. 부부 사이의 섹스가 아닌 건 (혼전,혼외) 죄이고, 그렇기에 세상에는 '부부간의 섹스'와 '죄'만 있을 뿐 그냥 섹스,라는 건 없다, 난 그런 죄가 포함돼 있을 수도 있는 중립적인 용어 사용에 반대한다. 라고 했다. 교수와 예닐곱명의 대학원생 모두 아무말 없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세미나는 다시 진행됐다. 23년 전 한 수업 시간 스케치이다. 한 근본주의적 크리스천이 대학원을 다니고 있었다.
대학원 세미나 - 2
아들이나 나나 종종 기독교에 대해 글을 쓴다. 근본주의적 기독교에 대한 비판의 글을 아들도 나도 종종 페이스북에 올린다. (서로 좋아요,는 누르지 않지만 서로의 글을 읽는다.) 오늘은 전화 통화하면서, 그런 비판의 글을 쓸 때 어떤 태도가 바람직할까에 대해 서로 이야기했다. 아들은 내가 옛날에 들려주었던 대학원 세미나 섹스 용어 얘기가 생각난다고 했다. 같이 웃었다. "그래. 아빠 엄청난 근본주의자였다. 그래서 아빠는 이제 어떤 근본주의자를 비판하는 글을 쓸 때 '과거의 나'에게 글을 쓴다고 생각하고 써. 아빠가 그랬거든. 과거의 나,를 조롱할 수는 없잖아. 사실 공격하거나 조롱한다고 타인이,근본주의자가,과거의 나,가 변하는 것도 아니고. 시간이 참 많이 걸려. 아빠 경우를 보면."
2013년 10월 1일
직원 예배
기도는 주로 지하철에서 한다. 일어나서 바로 하는 사람도 있는데 난 비몽사몽. 오늘은, 그제 『우주의 의미를 찾아서』를 다 읽었서 그랬는지 몰라도, 이 신비로운 우주를 만드신 그 분께, 당신은, 그래요, 당신은 정말 신비롭네요, 당신이 어떤 분인지 정말 궁금해요, 라고 말하고 싶었다. (궁금하다,는 내게 있어서 찬양의 의미를 갖는다.) 그런데 2인칭 대명사 당신,에서 걸렸다. 무례하단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하나님, 해봤다가, 아버지, 해봤다가, 그대는, 해봤다가. (점점 회사는 다가오고...) 아무리 해도 내가 살리고 싶었던 맛(내 마음)이 살지 않았다. 아, 정말이지 당신,이라고 부르고 싶었다. (그런 느낌있지 않은가, 부부끼리, 어느날 그윽한 눈빛으로, 당신은 정말 좋은 사람이야, 할 때 그런 당신). 그러다가 불현듯 떠오른 생각. 영어로 하자. 그래, 영어로 하면 되겠네. 그래서 영어로 했다. 우리 회사는 직원들이 돌아가며 아침 예배 사회를 본다. 내일은 내 차례.모든 내용은 순서지를 그대로 읽는 것. 기도만 준비하면 된다. 한국어로 할 생각이다.
하나님 ,
이 자리에서 함께 기도하는 우리 직원들과, 직원들의 가정과,
우리 회사를 하나님께서 붙들어주십시오.
저희를 풍요롭게 하여주십시오.
그래서, 헛된 곳에 손 벌리지 않을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그러나, 너무 풍요롭게 하지는 말아주십시오.
차라리, 조금은 부족한 듯 하게 하여주셔서,
매사에 하나님을 기억하고, 의지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하나님의 성실하심, 하나님의 신실하심만이
저희 직원과 가정과, 60주년을 맞는 우리 회사가
의지하고 자랑하는 풍요로움이 되게 해주십시오.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2013.10.1.)
『우주의 의미를 찾아서』(알리스터 맥그라스)
알리스터 맥그라스(Alister E. McGrath)는 24살에 옥스퍼드대학교에서 분자생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2001년 역사신학과 조직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과학의 문제에 대해 과학으로 답할 수 있는 유일한 신학자”라는 평을 받는다. 『우주의 의미를 찾아서』 (원제: Surprised by Meaning: Science, Faith, and How We Make Sense of Things)는 “사람들은 왜 그토록 범죄소설에 열광할까?” 라는 문장으로 시작. (p.1). 이어서 “탐정소설이 엄청난 호소력을 가지는 것은 일견 무관해 보이는 사건들을 이해하려는 우리의 깊은 열망을 풀어주기 때문”이라고 말한 탐정소설 작가 도로시 세즈의 말 인용.(p.2) 이 우주의 다양한 사실들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이론은 무엇일까,에 대해 묻고 답함. 69쪽에서 대학 입학 후 자신의 무신론이 흔들리는 상황 묘사하는데 무척 인상적. (지금 무신론을 비난하고 유신론을 지지하는 중 아님. 한 과학자가 ‘과학’의 한계에 대해 깨닫게 되는 과정을 소개하는 중). 가장 신뢰하던 분야가 흔들리자 맥그라스 “그런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무척 애를 썼다”. (이 부분 읽는데, C.S.루이스가 했던 말 떠오름. 유신론자에게도 신이 없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있고, 무신론자에게도 신이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런 유혹이 올 때 자신의 유신론, 자신의 무신론을 지켜내는 데는 굳건함이 필요하다, 라는 식으로 말했다고 기억됨.) 같은 팩트를 놓고도 어떤 이데올로기를 가졌냐에 따라 전혀 다른 설명이 가능하다는 걸 잘 제시하고 있음. 예를 들어 도킨스는 유전자의 존재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 “ 유전자들은 거대한 영토 안에, 장대하고도 다루기 힘든 로봇들 안에 안전하게, 외부 세계와 단절된 채 떼로 모여 거주하면서 , 구불구불하고 에두른 길들을 통해 외부 세계와 소통하고, 원격 조종으로 그 세계를 조종한다. 유전자들은 여러분과 내 안에 있다. 그것들이 우리를, 몸과 마음을 만들었다. 그것들을 보존하는 것이 우리가 존재하는 궁극의 이유다.” 이제 위 진술에서 유일한 팩트 “유전자들은 여러분과 내 안에 있다” 만을 남기고 나머지 부분을 다른 종류의 설명으로 채운 글 하나 소개. “유전자들은 거대한 영토 안에 붙잡혀 있고, 대단히 지능이 높은 존재들 안에 갇혀 있으며, 외부 세계에 의해 만들어지면서 , 복잡한 과정들을 통해 외부 세계와 소통한다. 이 복잡한 과정들을 통해 마치 마술에 걸린 것처럼 자기도 모르게 기능이 등장한다. 유전자들은 여러분과 내안에 있다. 우리는 시스템이며 이 시스템은 유전자들의 암호가 해독되게 해준다. 유전자들이 보존되느냐는 우리가 우리 자신을 다시 만들어 낼 때 체험하는 기쁨에 온전히 달려있다. [바로] 우리가 유전자들이 존재하는 궁극의 이유다.” (데니스 노블, 옥스퍼드대학교 시스템 생물학자). 유전자, 우주의 기본상수, 빅뱅, 진화론, 의미 등에 대해 재미있게 서술. 총 13장인데 마지막 석 장(챕터)은 약간 설교 같아서 약간 지루함. 1장에서 10장은 일독을 추천. 지금 이 책 빌려달라는 후배 있어서 회사 3층으로 내려가려 함.
2013년 9월 30일
2013년 9월 8일
『로마서 산책』(복있는사람)
쓰다듬고 있다. 관계를 가진 후 그녀의 몸을 부드럽게 쓰다듬듯이 권연경 교수의 『로마서 산책』(복있는사람)을 다 읽은 후 내려놓지 못하고 손에 꼭 쥔 채 책 모서리로 내 턱, 내 얼굴을 누른다. “왜 유독 로마서일까? 데살로니가전서를 읽고 인생이 뒤바뀌었다는 사람은 거의 없는데, 로마서는 그런 이야기들이 끝이 없다”(p.16).
새벽기도회에 대해 - 4
1.이번 주말 내 머리에 새롭게 떠오른 한국교회의 새벽기도회 문제점 중 하나는 시작 시간이 너무 늦다는 것이다. 4시나 5시에 시작하면 안된다. 늦어도 새벽2시반에는 시작해야 한다.
2.새벽 중계를 위해 머물던 모텔은 공기가 안 좋아 두통이 생겼다. 어제 새벽 4시반 중계차 안에서 타이레놀을 먹었다. 중계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바로 침대에 누워 잤다. 저녁까지 자다가 일어나 저녁을 먹고 여전히 머리가 아파 다시 타이레놀을 먹었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 한겨레신문(2013.9.7.)을 읽다가 부끄러워졌다. [토요판/르포] 첫차를 타는 사람들, 이라는 기사였는데 청소 노동자들의 삶을 소개했다. “새벽 4시에 출발하는 버스 첫차가 이리 만원인 줄 몰랐다. 버스 안을 한번 둘러보았다. 10~30대로 보이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여성이 80퍼센트 정도를 차지했고, 육안으로 판단한 나이는 60~70대였다.” “사람들 출근하기 전까지 청소 다 하려면 새벽 5시부터 일을 시작해요. 그런데 계약서에는 오전 6시부터 오후 4시까지로 근무시간이 적혀 있어요. 청소하는 분들 중에 오전 6시부터 일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그 시간부터 일하면 첫차에 왜 이렇게 사람들이 타겠어요.” “청소노동자들의 삶의 여건에 대한 기본적인 실태조사 자료조차 없다. 민주노총이나 공공노조 등 국내 노동단체들은 청소노동자들이 국내에 40만명가량 있다고 추산할 뿐이다.”
3. 새벽근무 고작 이틀하면서 페북에 생색 많이 냈다. 부끄럽다. 직장인들이 출근하기 전에 청소가 끝나야 한다는 이 관습, 방침 바뀌었으면 좋겠다. 40만명 중 적지 않은 수가 기독교인일 것이다. 노동하러 떠나기 전 그분들이 새벽기도회에 참석하기 원한다면, 새벽기도회는 몇시에 열려야 할까. 열릴 수는 있을까. 청소노동을 하는 분들은 참석하지 않아도 될까. 새벽기도회는 누구를 위한 것일까. 새벽기도회는, 교회는, 무엇일까.
2.새벽 중계를 위해 머물던 모텔은 공기가 안 좋아 두통이 생겼다. 어제 새벽 4시반 중계차 안에서 타이레놀을 먹었다. 중계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바로 침대에 누워 잤다. 저녁까지 자다가 일어나 저녁을 먹고 여전히 머리가 아파 다시 타이레놀을 먹었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 한겨레신문(2013.9.7.)을 읽다가 부끄러워졌다. [토요판/르포] 첫차를 타는 사람들, 이라는 기사였는데 청소 노동자들의 삶을 소개했다. “새벽 4시에 출발하는 버스 첫차가 이리 만원인 줄 몰랐다. 버스 안을 한번 둘러보았다. 10~30대로 보이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여성이 80퍼센트 정도를 차지했고, 육안으로 판단한 나이는 60~70대였다.” “사람들 출근하기 전까지 청소 다 하려면 새벽 5시부터 일을 시작해요. 그런데 계약서에는 오전 6시부터 오후 4시까지로 근무시간이 적혀 있어요. 청소하는 분들 중에 오전 6시부터 일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그 시간부터 일하면 첫차에 왜 이렇게 사람들이 타겠어요.” “청소노동자들의 삶의 여건에 대한 기본적인 실태조사 자료조차 없다. 민주노총이나 공공노조 등 국내 노동단체들은 청소노동자들이 국내에 40만명가량 있다고 추산할 뿐이다.”
3. 새벽근무 고작 이틀하면서 페북에 생색 많이 냈다. 부끄럽다. 직장인들이 출근하기 전에 청소가 끝나야 한다는 이 관습, 방침 바뀌었으면 좋겠다. 40만명 중 적지 않은 수가 기독교인일 것이다. 노동하러 떠나기 전 그분들이 새벽기도회에 참석하기 원한다면, 새벽기도회는 몇시에 열려야 할까. 열릴 수는 있을까. 청소노동을 하는 분들은 참석하지 않아도 될까. 새벽기도회는 누구를 위한 것일까. 새벽기도회는, 교회는, 무엇일까.
2013년 9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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