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18일
차를 한 번만 마셨다, 처음으로
2025년 5월 16일
퇴근길
퇴근길에 어머니와 통화했다. 어머니의 몸에서 점점 힘이 없어진다는 게 느껴져서 마음이 아팠다. 십자가를 손에 쥐고 걸으며 기도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기도가 나왔다. 지난 60년간 이 여성과 나눈 시간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서로가 최선을 다했습니다. 불완전한 두 사람이 나눈 그 시간을 통해 저는 지금의 제가 되었습니다. 고통 없지 않은 그 모든 시간이 없었다면 저는 지금의 저가 되지 못했을 거예요. 지금 제 모습에 감사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드려요. 그러니, 이 여성과 나눈 그 모든 시간에 감사합니다 ㅡㅡ 낮에 회사 사무실에 이규현 목사의 설교가 나왔다. 어머니가 제일 좋아하시는 설교이다.
아들과의 통화, 성물(聖物)
회사 1층 로비에 있는 우리은행 앞에서 아들과 긴 통화를 했다. 아들은 지금 하는 경험을 자신의 아들에게 들려줄 것이다. 들려 줄 실패가 있는 삶은 얼마나 축복인가. 실패가 없어 승리만을 들려줘야 하는 삶은 얼마나 가난한가. ---- 아들과 통화를 마치고 사무실에 갔을 때 내 자리에 A가 주는 선물이 하나 놓여 있었다. 감동과 위로를 받았다. "이 십자가를 손에 쥘 때 두 가지가 임하게 하소서. 당신의 평화가 제게 임하게 하소서. 당신의 자비가 제가 아는 이웃에게 임하게 하소서"
2025년 5월 15일
2025년 5월 14일
드라마틱한 오전
오늘 셰익스피어 희곡 3권(맥베스,리어왕,햄릿)을 갖고 가서 잘잘법팀원 세 명에게 나누어주었다 ---- 개인적으로 가장 드라마틱했던 일은 오전에 일어났다. 사무실 내 자리에서 일하고 있는데 조연출 A가 다가와 조용한 목소리로 "피디님, 편집실에 벌레가 나타났어요". 나는 옆에 있는 두루마리 휴지를 세 번 정도 빠르게 풀어 손에 쥐고는 편집실에 가서 커텐 뒤에 숨어 있는 바퀴벌레 닮은 벌레를 막대기로 쳐서 떨어뜨린 다음 휴지로 꽉 누르며 그대로 휴지로 싸서 내 자리로 돌아와 내 책상 옆 휴지통에 버렸다. 원샷원킬 스킬로 조연출 두 사람을 찐 감동시켰고, 편집실 문을 열고 나올 때 숨죽이고 안의 상황을 살피던 편성부원 둘의 박수를 받았던, 오늘 오전을 나는 잊지 못할 것이다 : )
2025년 5월 13일
저녁 산책
저녁 산책을 다녀왔다 거의 쾌락이라고 불러야 할 즐거움을 준 한 시간 산책이었다. 달리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전에 달리던 때 생각이 많이 났다. 달리고 싶은 마음이 많이 들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 내게 주어진 것에 집중했고 그러면서 주어지는 평화로운 쾌락에 많이많이 감사했다
2025년 5월 12일
책과 사과
알라딘 중고매장에 책 팔고 받은 돈을 손에 쥐고 흡족해 하는 1인 ---- 책 팔고 받은 만2천원으로 만2천원짜리 사과 사고 흡족해 하는 1인. 갑자기 집안의 책이 다 사과로 보인다
2025년 5월 11일
화이트 와인
오늘은 예배를 드린 후 교회 식당에서 교우들과 점심을 같이 먹고 세대별 모임에 참석했다. 5,60대 모임은 찬양대실에서 열렸다. 15명 정도가 모였는데 모임을 진행하는 A목사가 "지난 6개월 동안 찍은 사진 중에서 나누고 싶은 3장을 골라주세요. 사람도 괜찮고 장소도 괜찮습니다. 그럼 서너 사람씩 짝지어 앉은 후 서로 나눠주세요". 나는 우리 조의 청일점이었다. ---- 얼굴로만 알던 교우들의 소중한 시간, 소중한 사람들을 알 수 있었다. B가 얼마전에 있었던 일을 소개할 때는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다음에 보게 되면 C와 D에게 묻고 싶은 것들도 생겼다. A 목사의 제안, 정말로 좋은 모임 진행 방법이란 생각이 들었다. ----- 오늘 설교는 성찬에 대한 거였는데 성찬식에 사용하는 포도주의 종류에 대한 이야기가 잠시 나왔다. 독일의 한 교회에선 레드 와인이 아니라 화이트 와인을 성찬식 때 사용한다고 했다. (그 이유는, 그 지역에서 재배하는 포도가 화이트 와인용이어서 그러하다고 함).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 중에 어떤 것이 적절할까. 나는 과거에 순전히 지적인 호기심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데 그때 내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레드 와인이 적절하고 화이트 와인은 적절하지 않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포도주(A)는 주님의 피(B)를 상징한다. 우리는 평소 수많은 A들을 사용하여 수많은 B들을 상징한다. A가 B에 대한 적절한 상징물이 되기 위해선, B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 A에 담겨있어야 한다. 피의 가장 큰 특징을 무엇으로 볼 것인가. 만약 피의 가장 큰 특징을 "척척함"이라고 본다면 화이트 와인이나 막걸리도 괜찮다. 하지만 피의 특징을 "붉다"로 보려한다면 레드 와인이 적절하다. ---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순전히 지적인 호기심 때문이었다. (내가 맞다, 네가 틀리다 가 교회에서의 내 관심사가 아니다). 내가 만약 그 독일 교회에 다녔으면 담당 목사에게 한번은 질문을 할 거 같다. "피의 가장 큰 특징은 '붉음'에 있지 않을까요, 척척함이 아니라요?" 나는 어떤 답변을 듣게 될 것이다. 그 답변이 내 생각이나 기대와 다를 수도 있을 텐데, 그래도 나는 그 다음 주 성찬에 참석할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주님이 내게 주시려는 새로운 생명과 새로운 기회를 사모하면서 화이트 와인을 간절한 마음으로 받아 마셨을 것 같다.
2025년 5월 7일
어쩌면 마지막 녹화, 그와의
오늘 오후에 잘잘법 녹화가 있었다. 숭실대 기독교학과 권연경 교수가 3편의 강의를 했다. 첫 편 녹화는 A가 진행했고 두번 째와 세번 째 녹화는 내가 했다. 다 좋았지만 마지막에 했던, 성경이 말하고 있는 구원을 설명해 주는 강의가 마음에 깊이 다가왔다. (한국의 기독교인들에게 많은 도움과 도전이 될 거 같다. 미국에 있는 나의 둘째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녹화 들어가기 전에 둘째와 통화를 했다. "오늘 권교수님이 오셔서 구원론에 관한 강의를 하셔". 아들과 함께, 기독교인은 구원을 이미 받은 것인지, 아니면 최종 구원을 바라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 짧게 이야기 나눴다. "업로딩 되면 꼭 링크 보내줘") ---- 3편의 강의를 연속으로 하는 거라서, 추가 질문을 하기 위해선 집중해서 듣고 있어야 하기에 조금 피곤하기도 했지만 내가 오늘 소중한 강의를 녹화하고 있다는 사실이 의식되었다. (내가 내년 1월 퇴직이라 권연경 교수를 이렇게 녹화장에서 다시 만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나는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녹화를 최대한 <느끼면서> 하고 싶었다. ---- 녹화는 6시 20분에 끝났고 권교수와 함께 저녁을 먹었다. 점심도 같이 먹었는데 저녁도 같이 먹었다. 권연경 교수는 십여 년 전 내가 총 60회를 제작한 신학펀치에 59회 출연해 주셨다.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꼭 한번 감사를 표하고 싶었다. 저녁을 함께 먹으며 겨자에 대하여, 집에 있는 책장에 대해, 책을 버린다는 것에 대하여, 우리의 남은 시간에 대하여, 상담에 대하여 이야기 나눴다. 일어설 무렵, 아까 녹화 중에 시간이 모자라 묻지 못했던 질문을 했다. 거기에 대해 그가 한 답변, 나의 남은 인생 여정 중에 거듭거듭 생각할 것 같다. 처음에 들었을 때는 그게 과연 힘과 위안이 될까 했는데, 곧 동의하게 되었다. 그거야 말로 근원적인 힘과 위로라는 것을. 내가 했던 질문과 그가 한 답변은 이렇다. ---- "성경은 우리가 제대로 살지 않으면, 엉터리로 살면 최종 구원에 이르지 못한다는 것을 거듭 강조한다는 것 잘 알겠습니다. 그럼, 두렵고 떨림으로 우리의 구원을 이뤄나가야 하는 이 절실한 신앙 여정에서 불완전한 우리에게 힘과 위안이 되는 건 무엇인가요?". "상상력이요. 하나님이 우리에 대해 갖고 계신 꿈을 그려볼 줄 아는 상상력이요. 그게 우리에게 디그니티를 가져다 주지요." 나는 오랫동안 넘어짐-회개-넘어짐-회개-넘어짐의 반복을 이어왔다. 어쩌면 내게 은혜는 당장의 죄책감을 지울 때 한 장 뽑아 쓰는 물티슈 같은 것이었던 거 같다. (근원적인 힘을 잃고 물티슈로 전락한 은혜 ㅠㅠ). 그리스도를 닮은 존재로 만들겠다는 하나님의 꿈. 내게 익숙하지 않은 이 꿈이, 이 꿈을 상상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힘과 위안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자신에 대해 디그니티를 갖는 걸 나도 넘 경험해 보고 싶다. ---- 긴 녹화를 끝냈기에 긴장을 풀고 가고 싶어 단골 카페에 들려 밀크티를 한 잔 시키고 고야 제4권을 읽었다. 권연경 교수로부터 카톡이 한 통 왔다. "요즘 갖고 계신 책들 다 처분하고 있다고 하셨지만, 그래도 제가 이번에 쓴 <오늘을 위한 히브리서> 한 권 보내드릴까요?" "오, 영광입니다!". 나를 위한 히브리서가 될 거 같다.
2025년 5월 6일
봉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