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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4월 25일

달력





 








회사에서 안 쓰는 달력을 하나 챙겼다. 내일 토요일, 요양원에서 어머니를 뵈면 드리려고 챙겼다. 요즘 어머니의 기억력이 많이 나빠지셔서 오늘이 며칠인지도 말씀하지 못하신다. 요일도 마찬가지다. 달력에 매일 하루에 하나씩 동그라미를 쳐나가면 그날 날짜와 요일을 알 수 있으실 테고, 그러면 어머니의 자신감도 좀 더 올라갈 수 있을 거 같다. ----- 집에 와서 달력 오늘 날짜에 미리 동그라미 하나를 치는데 문득, 정말 문득, 내가 옛날에 달력을 한번 그린 적 있다는 기억이 났다. 내가 20대 중반일 때 부모님이 카자흐스탄으로 발령 받아 떠나셨다. 어머니 생일은 10월 2일이고, 그해 10월이 돌아왔을 때 어머니 생각이 나서 10월달 달력을 그렸다. 눈물을 통해 2일을 보는 장면과 2일에서 눈물이 흐르는 모습을 그렸다. ---- 달력을 그리던 그날은 몹시 슬펐다. 오늘 집에 와서 달력에 동그라미를 칠 땐 이상하게 거의 아무 느낌도 들지 않았다. 그저, 인생에서 달력이 나를 두 번 찾아오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25년 4월 23일

출애굽

 


























오늘 오전 가편을 하는데 강사가 구직하던 시기에 경험한 신의 손길에 대해 이야기했다. 32년 전 신께서 나를 인도해주셨던 일이 떠올라 4층 공원에 나가 10분 정도 기도를 드렸다. 모든 구직자에게 구직은 하나의 출애굽 경험인 거 같다. 그 바다...그 애굽 군대...그 막막함


















2025년 4월 13일

소년이 부러웠다


 











2025년 4월 12일

신의 자비하심

 













아침부터 누군가에 대한 섭섭함, 분노, 원망이 생겨 어머니와 요양원에서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그에게 편지를 썼다. 완벽하게 썼다. 나는 괜찮은 사람, 그는 결정적인 실수를 한 사람으로 보이게 하는 완벽한 글을 썼다. 읽으면 읽을 수록 그는 잘못했고, 나는 잘못한 게 없어지는 글. 읽으면 읽을 수록 내가 쓴 것에 나도 설득이 됐다. 하지만 전송을 누를 수는 없었다. 이 말이 기억나서였다."겨울에 나무를 베지 말라. 하강의 시기에 결정을 내리지 말라".  내 마음이 가장 밑바닥일 때 누군가와의 관계에 영향을 줄 결정을 내리는 건 어리석었다. ----- 알고 지낸 지 꽤 되는 타부서 직원이었다. 그가 한 말에 내 자존심이 상해서 생긴 일이었다. 자존심이 상한 나는 내 섭섭함을 과장하고 극대화하고 있었다. 그가 한 말 중에 맞는 말은, 맞는 부분은 인정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에게 고마워 해야 할 부분이 오히려 더 많았다. 그런 마음이 순간 들었고, 나는 신이 내게 자비를 베풀어 주시는 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 자비를, 내 교만과 자존심 때문에 거부하지는 말자고 결심했다. (반드시 붙잡고 싶다). 내가 처음에 기억했던 글의 후반부는 이렇다.  "기분이 최저로 내려갔을 때 중요한 결정을 하지 말라. 기다리라. 참을성을 가져라. 폭풍우는 지나간다. 봄이 올 것이다. - 로버트 슐러". 내가 12년 전에 처음 본 글인데, 계속 기억이 나고 계속 나를 도와준다. 결정적인 순간에, 결정적으로.  


2025년 4월 7일

기쁨으로만.

내 외로움은 깊고 진해서 쾌락으로 채워지지 못한다. 

기쁨으로만. 

쾌락은 악화시킬 뿐.

2025년 4월 6일

포도주와 초콜릿













교회에 도착했다. 오늘 현관에서 주보를 나눠주는 사람은 A였다. 대학교 1학년 때 남서울교회에서 같이 신앙생활을 했던 친구다. 거기서 쭉 같이 조원->조장->'엘더'를 했던 친구였다. (엘더는 장로가 아니었다. 당시, 조장들을 위한 조장을 엘더라고 불렀다). 5년 전부터 이 루터 교회를 나오기 시작했는데 오늘 그는 주보 봉사, 헌금함 봉사, 성찬식 포도주잔 봉사를 했다. 지난 주에 들었는데 자동차 봉사도 한다고 했다. 친구가 이 교회에 잘 정착한 거 같아 흐뭇했다. ---- 지난 주와 달리 나는 오늘은 성찬식에서 실수를 하지 않았다. 떡도 빵도 둘 다 다 받았다. "이것은 당신을 위해 주시는 주님의 몸입니다", "이것은 당신을 위해 주시는 주님의 피입니다". 설교도 좋지만 이런 성찬 예전에 매주 몸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게 참 좋다. ------ 오늘 성찬식에서 제일 기억나는 장면은 이것이었다. 제일 마지막에 모녀가 함께 나왔다. 여자 아이는 너댓살로 돼 보였다. 아이는 포도주잔을 받자 뒤돌아서 교인들을 향한 후 고개를 완전히 뒤로 젖히며 포도주를 원샷했다. 원샷을 한 후에도 잔에서 입을 떼지 않았다. 여전히 고개를 뒤로 젖힌 상태에서 나머지 한 손으로 하늘을 향하고 있는 포도주잔 바닥을 탁탁 쳤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아이는 입맛을 다시며 다 마셨다. 내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아이가 300명 가까이 되는 교인들 앞에서 펼친 이 행동을 바라보는 젊은 엄마의 태도였다. 그녀는 미소를 머금고 (그녀 역시 300명 가까이 되는 교인들 앞에서) 자신의 아이가 하는 행동을 끝까지 바라봤다. 그리고 아이가 모든 것을 마치자, 아이가 충분히 다 마시자, 아이의 손을 잡고 사뿐사뿐 자신의 자리로 걸어갔다. ----- 어머니가 떠올랐다. 나의 어머니라면 저 상황에서 어떻게 느끼시고 어떻게 행동하셨을까? 아마 내 손목을 잡고, 나를 끌고 자리로 돌아가셨을 것이다. 어머니는 사람들의 시선을 너무 의식하신다. 초등학교 1학년 여름, 누군가의 집에 우리 집이 초대 받아 갔을 때 그 집 어머니(내 친구의 엄마)가 주신 초콜릿이 너무 맛있어 정신 없이 먹은 적이 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제야 어머니의 안색이 안 좋은 걸 알아차린 나는 불안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어머니에게 심한 꾸지람을 들었다. "엄마가 아까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알아?! ". 오늘 성찬식에서 어머니 생각이 났다. 원망은 아니었다. 어머니에게, 오늘 젊은 엄마에게 있었던 여유가 있었으면 어머니의 삶이 훨씬 더 행복하셨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1972년 여름, 정신없이 초콜릿을 먹는 아이를  바라보던 (지금은 이름도,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아주머니의 입가에도 분명 미소가 걸려 있었을 텐데. 마치 오늘 포도주를 "즐기는" 아이를 바라보던 모든 교인들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듯이. 

2025년 4월 3일

카레라이스를 먹었다

 































쿠마카레에서 점심을 먹고 뉴웨이브 커피를 테이크 아웃해서 마시며 오목공원을 산책했다. 잘잘법 멤버들의 호를 함께 지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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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feat. 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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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웃으며 지었다.  



2025년 3월 30일

다시 교회를 갔다


 











오늘은 내가 근 5년만에 다시 교회를 간 날이다. 얼마 전부터 다시 교회를 가보자 하는 마음이 들었고, 이번에는 그 마음이 그냥 사라지도록 냅두고 싶지 않았다. 그 마음을 붙잡았다. --- 서울역 10번 출구로 나와서 교회로 올라가는데 이전에 친구와, 아들과, 혼자, 땀 흘리며, 비 맞으며 올라가던 때 기억이 났다. 교회 주차장에서 본당으로 올라가자면 나무로 만든 계단을 통과해야 한다. 하늘에 계신 주대범 장로님이 고치신 계단이다. 칠팔 년 전, 내가 이 교회에 처음 왔을 때,  점심 식사할 때마다 내가 앉은 자리로 와서 큰 목소리로 안부를 물어주시던 장로님이 떠올랐다. 장로님, 저를 환대해 주시고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계단을 오르며 짧게 기도를 드렸다. 코너를 돌자 주보를 들고 계신 교우들이 보였다. ---- 예배의 예전 하나하나가 마음에 다가왔다. 몸, 목소리, 찬양, 기도를 통해서 내 신앙을 표현하고 또 확인할 수 있다는 게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집에서 혼자 성경 읽을 때와는 많이 달랐다. ---- 오늘 교회 주보 전면에는 돌아온 탕자 그림이 인쇄돼 있었다. 찬송은 "여러 해 동안 주떠나"였고, 성가대 찬양은 "나에게 돌아오라"였고, 설교 본문은 누가복음 15장 돌아온 탕자였다. 나를 향한 하나님의 유머라는 생각이 들었다. --- "3월 달에는 주일이 다섯 번 있습니다". 설교를 하기 전에 담임 목사가 마이크를 잡았다. "저희 교회는 이렇게 주일이 다섯 번 있는 달에는 마지막에 주일에 어린이들에게 먼저 말씀을 전하는 전통이 있습니다". 예닐곱 명의 아이들이 앞으로 나와 러그가 깔린 강대상 계단에 자연스럽게 앉았다. 담임 목사는 아이들 앞에 의자를 놓고 앉아서 (교인들에게는 등을 보이고) 돌아온 그림책을 들고 아이들에게 3분 정도 돌아온 탕자와 아버지 하나님의 사랑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담임 목사가 교회의 주일학교 아이들에게 말씀을 전하는 모습을 전교인과 함께 바라보는 경험은 감동적이었다. 목사가 그림책 속의 한 인물을 짚으며 물었다. "이 사람은 누구일까?". 개중에 제일 큰 남자 아이가 말했다. "백 퍼센트 아버지요!". 목사는 웃으며 백 퍼센트 맞다고 대답했다. ---- 매주 진행하는 성찬식에 참여했다. 너무 오래간만에 참여하다 보니 순서를 까먹었다. 앞으로 나가 목사가 주는 떡을 두 손으로 받은 후 기도하며 먹었다. 그리고 내 자리를 향해 걸어 들어왔다. 포도주도 있다는 걸 깜박한 것이다. '떡과 포도주' 중에서 포도주를 잊다니. 다시 돌아들어가 포도주를 받아 마셨다. ---- 예배를 마치고 식당으로 내려가 점심을 먹었다. 식판을 들고 빈 자리로 가서 앉았다. 내 옆에서 밥을 먹고 있는 아이를 보니 아까 예배 시간에 그 아이 같았다. 나는 작은 용기를 내서 "네가 아까 예배 시간에 앞에 나가서 목사님 말씀 들었던 거 맞지?"라고 물었다. "예" "백 퍼센트 아버지요 라고 했던 말 기억난다. 몇 학년이니?" "5학년이요". 다른 교인과 이야기를 하며 밥을 먹는데, 밥을 다 먹은 옆 자리 소년이 내게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라고 인사를 했다. 와, 이렇게 예의 바른 소년이라니! 감동을 받는 나는 "이름이 어떻게 되니?". 아이가 이름을 말해줬고 나도 내 이름을 알려주었다. --- 점심을 다 먹고 지인 A와 함께 차를 마시러 갔다. 먼저 온 교우들이 있어서 합석을 했다. 대부분 40대였다. 내가 처음 보는 교우들도 여럿 있었다. 폭싹 속았수다 얘기도 하고, 잘잘법 얘기도 하고, 탄핵 재판 얘기도 했다. 우리가 오해하고 있는 성경 구절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정말 너무 오래간만에 경험하는 성도의 교제였다. A와 나는 중간에 먼저 일어났다. 집으로 오는 길에 과거에, 오늘, 나를 환대해 주신 분들 얼굴을 떠올렸다. 이번에 다시 교회를 나가면서 큰 목표를 세우지는 않았다. 그냥 정기적으로 나가는 것만을 목표로 삼았다. 이런 정기적인 예배 참여가 내 삶에 질서를 잡아주었으면 한다. 질서, 내년에 60이 되는 내가 지금 가장 갈망하는 것이다.  

2025년 3월 26일

섬네일 회의를 했다













오늘은 내게 참 특별한 날이었다. 같이 일하는 팀원들로부터 진한 신뢰라는 선물을 받은 날이었다. 생각해보면 나도 팀원 한 사람 한 사람을 찐으로 신뢰한다. 서로가 신뢰하는 팀이라니! 퇴근 길에 가족 단톡방에 "아빠가 오늘 참 특별한 하루를 경험했어. 어떤 기쁨은 '넘 좋다'만으로는 제대로 표현할 수 없고 꼭 '감사하다'는 말이 붙어야만 하는 거 같아. 아빠의 요즘이 그러함"이라고 썼다. ---- A가 내 자리로 다가와 이혁진 작가의 <광인>을 추천해줬다. 

2025년 3월 24일

<아라비아로 간 바울>(벤 위더링턴 3세 지음, 북오븐)을 사려고 했다.

 












어제 지인 A가 sns에 <아라비아로 간 바울>(벤 위더링턴 3세, 제이슨 마이어스 지음, 오현미 번역, 북오븐)에 대해 언급한 짧은 글을 하나 발견했다. 참고로 이 책의 부제부터 밝히면: "회심 후 이방인의 사도가 되기까지, 감춰진 시간을 찾아서".

지인의 짧은 글은 이러했다.
바울이 매력적인 유대인 미리암을 만난 후 혼자 말한다. “이런 느낌은 빨리 털어 버리는 게 아마 최선일거야”
이상하게 이 글을 읽는데 마음이 편해졌다. 사실, 대부분의 느낌들은 "털린다". 안 털려고 해서 문제이지, 털려고 하면 털린다. 지인의 글을 통해 그 사실을 다시 기억하게 됐고, 마음이 편해졌다. (그런 느낌들을 너무 두려워 할 필요 없다. 그리고 빨리 털 수록 쉽게 털린다).
어제 무척 감명을 받았기에 오늘 퇴근길에 서점에 가서 그 대목을 직접 확인해봤다. 81 페이지에 나왔다. "미리암은 매력적인 여인이었다. 사울은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않을 수가 없었고, 그래서인지 가슴이 두근거렸다".
책을 사려고 했는데 이런, 도서상품권을 회사에 두고 왔다. 내일 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