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이어서 11시반까지 요양원에 가서 어머니를 모시고 근처 식당에 갔다. 무언가 어머니 마음에 들지 않은 게 생겼고 어머니는 불평을 하셨다. 내 마음까지 무거워지기 시작해 나는 급히 속으로 "심리적 거리두기", "심리적 거리두기"하고 되뇌었다. 점심을 먹고 근처 찻집에 가서 한 시간 동안 어머니 이야기를 들어드렸다. 나는 거리를 두고 어머니를 섬겼고 나는 내 마음을 지킬 수 있었다. 어머니와 헤어져 집으로 와서 쓰러져 한 시간 동안 잤다. 일어나서 노트북을 챙겨 밀크티집에 갔다. 만원이었고 한 자리가 남아있었다. 3시반부터 7시까지 글을 썼다. 쓰다가 막힐 때면 갖고 간 신형철의 시 해설서 <인생의 역사>를 읽었다.김수영의 '봄밤' 중에 나오는 "서둘지 말라"는 말이 좋았다. 만원이었던 찻집의 손님은 이제 나 혼자였다. 헤밍웨이의 방법대로, 내일 어떻게 이어서 쓸지 명확하게 이해된 부분에서 멈췄다. 내일은 바로 이어서 쓰기만 하면 된다. SBS 지하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비오는 오목공원을 산책했다. 집에 오니, 어머니 핸드폰이 망가져서 주문한 2G 공기계가 와있었다. 망가진 어머니 핸폰에서 유심을 꺼내 공기계에 끼우고 내 번호를 눌렀더니 서비스불가 라고 떴다. 다시 껐다 켰다. 이번에는 됐다. 내 스마트폰에 어머니 번호가 떴다. 내 핸드폰에 어머니 번호가 뜰 때 늘 느끼는 그 느낌이 들었다. 불안. 나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 잘 들리는지 말해 보았다. "예, 어머니". 저 쪽에서, 어머니 핸드폰에서 예 어머니 하는 어느 아들의 목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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