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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11일

<우리가 기댄 모든 것>(마쓰모토 도시히코, 요코미치 마코토 지음, 김영사)을 읽고

이 책의 부제는 다음과 같다. 술 못 끊는 문학 연구자와 담배 못 끊는 정신과 의사가 나눈 의존증 이야기. 책을 읽다보면 알게 되는데 술 못 끊는 문학 연구자에게는 술 외에도 도벽, 섹스, 과식 등의 의존증도 있(었)다. 

모든 챕터가 흥미롭지는 않았다. 나는 제2장이 좋았다. 좀 심하게 말하면, 나는 제2장만 좋았다. 2장에서 내가 좋아하는 몇 구절을 아래 정리한다. 

"왜 일부 사람들은 질리지도 않고 특정 약물을 반복해서 사용하며 도박이나 게임에 집착해 삶의 모든 것을 희생해버리는 걸까요? 생각건대, 그들을 약물로 몰아넣는 것은 쾌감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쾌감이라면 금방 싫증이 날 테니까요. 아마도 그것은 쾌감이 아니라 고통의 완화가 아닐까요? 즉, 사람은 이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아찔한 쾌감을 얻으려 약물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겪어온 고통이 그 약물로 인해 일시적으로 사라지거나 약해지기 때문에 빠지는 것입니다. 쾌감이라면 질리겠지만, 고통의 완화는 질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내가 나로 존재하기 위해서라도 그 고통의 완화를 놓을 수 없게 되겠지요." (p.37)

"사람이 무언가에 빠져들게 되는 데는 반드시 위기가 존재합니다. 그것이 소중한 관계의 상실이나 파탄 같은 중대한 사건일 수도 있고, 조금 무리를 하거나 현재 있는 곳이 왠지 불편하다는 정도의 작은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더라도, 그것이 위기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p.38).

"이 서신 교환을 통해 '끊는다/끊지 못한다'라는 단순한 의존증 담론을 넘어,의존증 이면에 있는 심연에 줄을 드리워 들어가보고자 합니다." (p.39)

내게 있어 '오래전부터 겪어온 고통'은 무엇일까 자문해 보았다. 위기가 반드시 중대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 참 인상적이었다. 교회에서 참 만족스러운 예배를 드리고 돌아온 후에도 의존증이 발생한다면, 예배도 내게 진정한 치유가 아니었던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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