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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28일

'표절' 여부 관련 첫 재판을 앞두고.

1. 최근 개신교 신학계가 주목하고 있는 사건 하나가 있는데 사건의 개요를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백석대학교 송병현 교수가 자신의 저서 <엑스포지멘터리>에 대한 '표절 의혹' 문제를 제기한 이성하 목사(원주가현침례교회)와 맹호성 이사(알맹2) 때문에 물질적 피해를 입었다면서 두 사람에게 각각 1억원 씩 총 2억원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한편 송병현 교수가 소송을 제기했다는 소식이 페이스북을 통해 알려지자 국내외의 <신학서적 표절반대> 그룹 회원들 수백명은, 이번 소송 사건을 통해 진실이 밝혀지고 한국 신학계에 바른 연구 풍토가 세워지기를 바라면서, 피고 이성하 목사와 맹호성 이사의 재판 비용을 모금하는 운동을 벌였고, 자발적인 이 운동을 통해 9,987,113원(2016.5.2.현재)의 재판 비용이 모였다. 민사 소송 건 첫 공판은 6월 10일 오후 2시30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다.
2. 지난 며칠 동안 나는 한국의 개신교 신학교 교수들에게 <호소문> 하나를 쓰고 있는데 아직도 완성을 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 어떻게 이번 사건의 실상을 가장 잘 알고 있을 신학자들이 아무런 입장 표명도 하지 않고 이렇게 침묵을 지키고 있을 수 있지, 라는 생각에 약간 분노에 차서 격정적으로 썼다. 호소문의 마지막에선 에스더 4장에서 모르드개가 에스더에게 하는 말을 인용할 생각이었다. "너는 왕궁에 있으니 모든 유다인 중에 홀로 목숨을 건지리라 생각하지 말라. 이 때에 네가 만일 잠잠하여 말이 없으면 유다인은 다른 데로 말미암아 놓임과 구원을 얻으려니와 너와 네 아버지 집은 멸망하리라 네가 왕후의 자리를 얻은 것이 이 때를 위함이 아닌지 누가 알겠느냐". (에스더 4: 13-14). 하나 점점 쓰다보니, 이런 글을 써도 아무 손해 보지 않는 나와, <입장 표명>을 하게 되면 이런저런 유형무형의 손해, 피해, 고통을 당할 신학 교수들의 처지가 같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적하려고만 했지, 그들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마음이 부족했다.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내가 <그 위치>에 있다면 과연 용기 있게 행동할까,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썼던 글을 지우고, 신학 교수들이 아니라, 내 자신에게 호소하는 글을 쓰기로 했다. 그렇기에 아래 글은, 미래의 내가 어느날 오늘과 같은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 꼭 용기를 내라고 나에게 쓰는 글이다. 정말 상식 수준의 이 글을, 지금 고민 중인 분들에게 생각을 정리하는 작은 메모지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부끄럽지만 나누려고 한다. 아래와 같은 생각을 했다.
● <매일 얼굴 보는 사람>. <앞으로도 계속 얼굴 볼 사람>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적인 입장을 표명한다는 것,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많은 경우, 더 생각해보지도 않고,"그걸 어떻게 해!"하며 바로 못 한다는 결정을 내린다. 하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상대와 마주치는 일은 몹시 불편할 수는 있어도 죽는 일은 아니다. 이번 주 이렇게 <얼굴>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이런 결정을 내릴 때는 매일 보는 동료 원고/ 피고의 얼굴도 생각해야겠지만, 다른 <두 얼굴> 또한 고려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대면해야 할 <하나님의 얼굴>. 그리고 내가 아침 저녁 거울을 통해서 마주 볼 <내 얼굴>. 결국,누구를 더 두려워할 것인가, 같다.
● 우리 사회는 내부고발자에 대한 편견이 심한 곳이다. 마음 고생 없으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잃는 것만 있을까? 얻는 것은 없을까? 내가 만약 입장 표명을 한다면, 사회적으로, 혹은 학내에서, 유형무형의 핍박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나 나는,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것 또한 경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학생들의 눈빛>. 내 수업 시간 내 교실에서 나는 <진짜 존경>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총장(비유적 표현이다)의 사랑과는 다른. 어느 것을 더 귀히 여길 것인가. 역시 선택의 문제란 생각이 든다. 총장의 사랑과 제자들의 존경을 동시에 받으려는 건 실현 불가능한 욕심일 것이다.
3. 이번 글처럼 쓰면서 스스로 겸연쩍고 부끄러운 경우도 없었다. 의를 위해서 핍박 받아본 일 없는 사람이 지금 이렇게 다른 이들에게 의를 위해 핍박 받으라고 하고 있으니. 몹시부끄럽다. 선택을 해야 할 상황이 온다면 내가 부디 훌륭한 선택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나를 위해 기도드릴 뿐이다. 나는 언제쯤나, 성경을 읽을 때마다 나와는 먼 얘기처럼 느껴지는, 이 의와 박해라는 단어와 친해질까. 그런 날이 오기는 할까. <옳은 일을 하다가 박해를 받는 사람은 행복하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2016.5.28.
<참고>
1) <신학서적 표절반대>에 '피고' 한 분이 올린 기도 제목을 나눕니다.
첫째, 좋은 판사들 만날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해주시기 바랍니다. 재판에 이기게 해달라고 기도부탁하고 싶지는 않습니다.재판 과정을 통해서 표절의 문제를 정확하게 판결할 수 있는 정의로운 그런 판사를 만날 수 있도록 여러분의 기도의 힘이 부탁합니다.
둘째, 이 재판 과정을 통해서 한국교회와 교회의 지도자들을 세우는 신학교, 그리고 그 지도자들을 가르치는 교수들이 정의가 뭔지 깨닫고, 양심이 회복되는 기회가 되도록 위해서 기도를 부탁합니다.
2) <뉴스앤조이>에서 상기 사건을 소개한 내용입니다.
- 베스트셀러 구약 백과사전, '짜깁기 표절' 의혹
http://www.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199259
송병현 교수, '표절 반대' 운영진에 2억 손해배상 청구
http://www.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202415
3) 신학서적 표절반대(https://www.facebook.com/groups/1602665126689416/)는
공개 페이지입니다. 이곳에 오시면, 지금까지의 사건의 진행 상황 등을 알 수 있습니다.
4) 첫 공판 시간과 장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일시 2016년 6월 10일 오후 2:30
장소 서울중앙지방법원 (교대역 11번 출구방향)
여러분이 함께 방청으로 참여해주신다면, 재판에 임하는 이성하 목사, 맹호성 이사 두 분에게 큰 힘이 될 거 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