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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23일

지구를 지켜라 (2003년)

『우상의 추락』을 다 읽은 뒤 장준환 감독이 만든 <지구를 지켜라>를 봤어요. 저는 노출 연기는 나름 소화를 잘 하는데 폭력적인 장면은 견디질 못해요. 고문 장면이 많아 손으로 눈을 가리고 손가락 사이로 봤어요. 신하균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신하균 나오는 거 끝까지 본 건 JSA 다음에 이게 처음인 것 같아요. 중간에 그가 이런 말을 해요. (사실 비명이어요) 내가 미쳐 갈 때 당신들 뭐했어! 지하철 타고 집에 오는데 그 질문이 이상하게 성경 구절처럼 제 맘을 무겁게 했어요. 지금 누군가 슬퍼 외로워 미쳐가고 있는데 나...

2013년 10월 22일

『우상의 추락 - 프로이트, 비판적 평전』, 미셀 옹프레 지음

집에 오는 길 지하철에서 읽은 책은 『우상의 추락 - 프로이트, 비판적 평전』. 미셸 옹프레 지음. 글항아리 출판사. 5분의 1. 아니, 7분의 1로 줄였으면 좋았을 책. 711페이지. 집에 오자마자 서가에서 꺼내 가방에 넣은 책은 『눈의 황홀 - 보이는 것의 매혹, 그 탄생과 변주』. 마쓰다 유키마사 지음. 바다출판사. 오, 2만8천원! 가격을 확인하고 잠시 망설였다. ㅋㅋ 내가 출연한 팟캐스트를 듣고 소감 댓글을 올린 이들 중 한 사람에게 책을 선물로 보내주는 아름다운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넉달 째. 이상하게 이번에는 이 책이 떠올랐다. 받는 분의 직업과 어울리는 책이다. 내일 발송할 예정. 그렇다고 『우상의 추락 』이 형편없는 책은 아니다. 사실은 맘 속으로 무척 공감, 지지하며 읽고 있는 중이다. 요지는 이렇다. 프로이트는 개인적인 경험을 전인류의 문제로 일반화시키는 오류를 범했고,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거짓을 행했다. (자세한 내용은 생략). 너무 긴 건 죄다, 라는 마크 트웨인의 경구를 글쓰기의 좌우명으로 삼는 내가 이 너무 긴 책,을 계속 읽고 있는 건 저자가 쓴 이 책 서문 때문이다. “열다섯 살 때 나는 프랑스 오른 지방의 아르장탕 군청 앞 장터에서 프로이트를 처음 알게 되었다. 표지에 인쇄되어 있던 그의 모습이 내 눈길을 끌었다. (...) 헌책 좌판은 장을 보러 나온 풍만한 농갓집 여성들을 위한 브래지어와 베이지색 거들, 보정용 철사를 넣은 속옷을 파는 좌판과 모파상의 소설에서 튀어나온 듯한 남자들이 눈독을 들일 만한 자질구레한 양철제품을 늘어놓은 좌판 사이에 끼어 있었다.” 풍만한,부터 연필로 줄을 치기 시작했고 난 내가 이 책을 끝까지 다 읽을 거라는 걸 알았다. “나는 그때 살레시오회(1859년 요한 보스코가 창립한 수도회) 수도사들이 운영하던 고아원에서 4년을 보내다가 막 바깥세상으로 나온 참이었다. ”, “고아원에 있던 수도사들 중에 소아 성애자가 몇 있었기에 나는 고아원에 있는 동안 언제 치욕스러운 일을 당할지 몰라 항상 불안에 떨며 살았다”, “그리고 그 무렵부터 지옥 같았던 하루하루를 견디게 해준 구원자는 다른 아닌 책이었다”. 3만2천원. 형편없지는 않으나 그렇다고 구매나 일독을 권하기도 어려운 곤혹스러운 책이다.  

2013년 10월 20일

야구

야구를 거의 안 보지만, 야구와 함께 사는 옆자리 동료에게 야구 지식을 얻어 듣는다. 오늘 분당 어머님댁에 가서 저녁 먹고 케이블을 틀었더니 8회였다. 봉중근이 올라왔다. 내 생각에 봉중근에게 있어 가장 결정적인 순간은 8회 시작이 아니었다. 홈런을 맞아 1점을 준 그 시점이었다. 우리가 자주 경험하는 순간이다. 무언가 일을 그르쳤다. 이미 시간을 낭비했다. 어이없게 또 죄를 지었다. 그 상황에서 한 점 잃었다고 경기 포기하지 않고 노히트노런 투수처럼 던지는 거. 하루 낭비했다고 포기하지 않고 남은 저녁 시간 열심히 사는 것. 지금이, 내게 있어선 봉중근의 8회 피홈런 직후의 순간. 어머니 알뜰폰은 저녁 먹기 전에 이마트에서 샀다.

2013년 10월 18일

내 직업을 결정해 준 책(팟캐스트) - 6




[박샘의 위대한 수다 팟캐스트] '내 직업을 결정해 준 책' (듣기 클릭)

"개인적으론 이번 방송을 즐겁게 만들었다. 사실 녹음 때는 TV에 관한 뻔한 이야기가 오갈까봐 걱정했다. 하지만 신 피디만의 통찰과 남들은 상상하기 어려운 경험을 통해 방송이 독특해 졌다. 사람들이 왜 신 피디를 좋아하는지 알 것 같은 방송이었다. 그리고 이번 편집엔 기존에 쓰지 않았던 음악을 넣었다. 바하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신 피디가 지루할 때 들었던 음악이라고 한다. 즐감하시길. 물론 조금 웃길지도 모른다. " _ 팟캐스트 PD 정도령 

"중독자가 중독자에게" _ 신동주PD 

2013년 10월 7일

『죽도록 즐기기』(원제:Amusing Ourselves to Death)

출근하면 한겨레신문을 읽는데 오늘 내가 일하는 사무실 6층 상황이 신문 '인사'란에 실렸다. 바로 옆에서 뵙고 보고 하는 이들의 이름이 신문에 실리니까 기분이 이상했다. 그렇다. 조직개편이 있었다. 어제까지 CBS> 콘텐츠본부> TV국> 외주특집부>에서 일했다면, 오늘부터는 CBS> 선교TV본부> 선교제작국> 제작팀>에서 일한다. 후배 M이 제작해 오던 크리스천특강 C스토리를 이어 제작하게 됐다. M이 워낙 체계를 잘 잡아놓아서 그냥 숟가락만 얹는 그런 느낌이다. ( 약간 걱정이다. C스토리가 S스토리로 변하는 건 아닌지. S...지금 당신이 생각하는 그 S 맞다 ㅋㅋ) 낮에 교보에 가서 닐 포스트먼(Neil Postman)이 쓴 『죽도록 즐기기』(원제:Amusing Ourselves to Death)를 샀다. 23년 전 이 책을 읽고 라디오PD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다음 주 월요일 팟캐스트 박샘의 위대한 수다 녹화때 이 책을 소개한다. 부제는, "내 직업을 결정해 준 책". 집에 분명 23년 전에 읽은 책 있을텐데 어젯밤 찾지 못했다. 책이 산더미로 쌓여 있어, 있다는 거 뻔히 알면서도 한 권 더 사는 슬픈 일이 최근 자주 발생한다. 녹화 때 그 얘기를 할 생각이다. 사당동 신혼시절, 총신대학교 도서관에 가서 입사 시험 준비 하던 어느 날 SBS에서 전화해서 8시 뉴스 앵커 바꿔달라고 한 뒤 - 바꿔달라고 했더니 정말 바꿔줬다! - 내가 한 질문. 그리고 그 앵커의 답변.

2013년 10월 5일

서울농학교 - 1

내일은 어머니가 20년 넘게 교사로 재직하셨던 국립서울농(아)학교 100주년 기념식이 있는 날이어요. 학교는 효자동에 있어요. 교문을 들어서면 아주 큰 느티나무가 하나 있어요. 학교 본관 정문으로 들어가면 그 느티나무를 소재로 쓴 멋진 기념시가 걸려 있고요. 어머니가 쓰셨어요. 어떻게 끝을 맺는 게 좋을까, 제가 대학생 때 어머니가 고민하고 계시길래 제가 알려드렸죠. 제가 생각해도 멋진 맺음이었어요. 나중에 혹 농학교 방문하시면 감상해주세요. 내일 그 시 앞에서 어머니와 기념사진 한 장 찍을 생각이어요. 어쩌면 어머니와 저의 농학교 마지막 방문이 될지도 모르겠어요. 20대의 여교사와 그의 어린 아들이 함께 뛰어놀던 곳. 

서울농학교 - 2

12시반에 고속터미널에서 어머니를 만났는데 무척 이쁘셨다. 그래서 기분이 좋았다. (하늘색 가디건, 주홍색 빵모자와 스카프). 경복궁 3번 출구에서 내리자 농학교까지 가는 차량이 대기 중. 차에 타는 순간부터 어머니, 사람들과 폭풍 수화 시작. 나만 외톨이ㅋㅋ학교정문에 들었섰더니 느티나무 보임. 어머니는 오래간만에 본 제자, 교사들, 친구분들과 끊임없는 인사. 그 중 한 분이, "문선생님, 저는 요즘도 매년 국어시간 첫 수업 때 느티나무 시로 수업을 해요" 오...! 어머니와 나만 기억하는 시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구나.(감동) 본관으로 올라가서 액자에 걸린 시 대면. 노란조끼 입은 수화 자원 봉사자 여성 둘이 시 앞에 서더니,읽더니, 사진 찍음. 어머니가 부끄러운 목소리로 "저는 이 학교에서 근무했고 이 시를 썼어요 ". 두 사람 엄청 놀람. 아 그러세요 아까 이 시 봤는데 너무 좋더라구요. 옆에서 대화 듣다가 "결론 부분은 제가 썼어요"하려다가 그만 둠. 자원봉사자 두 명과 헤어져 운동장으로 나와 제막식에 참석.

<느티나무>

넌 가슴이 답답할 때
울지 않았지

넌 이곳에 태어난 걸
원망하지 않았지

넌 그 큰 비바람에도
자람을 멈추지 않았지

그래서 너는 이토록
자랑스럽게 하늘 우러러
우리들이 기댈 수 있는
친구가 되었어

(1991.10.2)

*농학교에서 오늘 이 시 다시 읽는데 왠지 말없이 가정을 지키는 아내, 밖으로만 돌다가 후에 아내의 존재에 고마와하는 남편에 대한 시 같다는 생각함 ;; (2013.10.3)

대학원 세미나 - 1

대학원 세미나 중이었다. 성인들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교육철학 시간이었는데 섹스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그때 내가 진지하게, 앞으로 섹스라는 말 대신 꼭 '부부 간의 섹스'라고 하자,고 했다. 부부 사이의 섹스가 아닌 건 (혼전,혼외) 죄이고, 그렇기에 세상에는 '부부간의 섹스'와 '죄'만 있을 뿐 그냥 섹스,라는 건 없다, 난 그런 죄가 포함돼 있을 수도 있는 중립적인 용어 사용에 반대한다. 라고 했다. 교수와 예닐곱명의 대학원생 모두 아무말 없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세미나는 다시 진행됐다. 23년 전 한 수업 시간 스케치이다. 한 근본주의적 크리스천이 대학원을 다니고 있었다.

대학원 세미나 - 2

아들이나 나나 종종 기독교에 대해 글을 쓴다. 근본주의적 기독교에 대한 비판의 글을 아들도 나도 종종 페이스북에 올린다. (서로 좋아요,는 누르지 않지만 서로의 글을 읽는다.) 오늘은 전화 통화하면서, 그런 비판의 글을 쓸 때 어떤 태도가 바람직할까에 대해 서로 이야기했다. 아들은 내가 옛날에 들려주었던 대학원 세미나 섹스 용어 얘기가 생각난다고 했다. 같이 웃었다. "그래. 아빠 엄청난 근본주의자였다. 그래서 아빠는 이제 어떤 근본주의자를 비판하는 글을 쓸 때 '과거의 나'에게 글을 쓴다고 생각하고 써. 아빠가 그랬거든. 과거의 나,를 조롱할 수는 없잖아. 사실 공격하거나 조롱한다고 타인이,근본주의자가,과거의 나,가 변하는 것도 아니고. 시간이 참 많이 걸려. 아빠 경우를 보면." 

2013년 10월 1일

직원 예배

기도는 주로 지하철에서 한다. 일어나서 바로 하는 사람도 있는데 난 비몽사몽. 오늘은, 그제 우주의 의미를 찾아서를 다 읽었서 그랬는지 몰라도, 이 신비로운 우주를 만드신 그 분께, 당신은, 그래요, 당신은 정말 신비롭네요, 당신이 어떤 분인지 정말 궁금해요, 라고 말하고 싶었다. (궁금하다,는 내게 있어서 찬양의 의미를 갖는다.) 그런데 2인칭 대명사 당신,에서 걸렸다. 무례하단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하나님, 해봤다가, 아버지, 해봤다가, 그대는, 해봤다가. (점점 회사는 다가오고...) 아무리 해도 내가 살리고 싶었던 맛(내 마음)이 살지 않았다. , 정말이지 당신,이라고 부르고 싶었다. (그런 느낌있지 않은가, 부부끼리, 어느날 그윽한 눈빛으로, 당신은 정말 좋은 사람이야, 할 때 그런 당신). 그러다가 불현듯 떠오른 생각. 영어로 하자. 그래, 영어로 하면 되겠네. 그래서 영어로 했다. 우리 회사는 직원들이 돌아가며 아침 예배 사회를 본다. 내일은 내 차례.모든 내용은 순서지를 그대로 읽는 것. 기도만 준비하면 된다. 한국어로 할 생각이다.


하나님 ,
이 자리에서 함께 기도하는 우리 직원들과직원들의 가정과,
우리 회사를 하나님께서 붙들어주십시오.
저희를 풍요롭게 하여주십시오.
그래서헛된 곳에 손 벌리지 않을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그러나너무 풍요롭게 하지는 말아주십시오.
차라리조금은 부족한 듯 하게 하여주셔서,
매사에 하나님을 기억하고의지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하나님의 성실하심하나님의 신실하심만이
저희 직원과 가정과, 60주년을 맞는 우리 회사가
의지하고 자랑하는 풍요로움이 되게 해주십시오.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아멘.

(2013.10.1.)

『우주의 의미를 찾아서』(알리스터 맥그라스)

알리스터 맥그라스(Alister E. McGrath)24살에 옥스퍼드대학교에서 분자생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2001년 역사신학과 조직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과학의 문제에 대해 과학으로 답할 수 있는 유일한 신학자라는 평을 받는다. 우주의 의미를 찾아서(원제: Surprised by Meaning: Science, Faith, and How We Make Sense of Things)사람들은 왜 그토록 범죄소설에 열광할까?” 라는 문장으로 시작. (p.1). 이어서 탐정소설이 엄청난 호소력을 가지는 것은 일견 무관해 보이는 사건들을 이해하려는 우리의 깊은 열망을 풀어주기 때문이라고 말한 탐정소설 작가 도로시 세즈의 말 인용.(p.2) 이 우주의 다양한 사실들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이론은 무엇일까,에 대해 묻고 답함. 69쪽에서 대학 입학 후 자신의 무신론이 흔들리는 상황 묘사하는데 무척 인상적. (지금 무신론을 비난하고 유신론을 지지하는 중 아님. 한 과학자가 과학의 한계에 대해 깨닫게 되는 과정을 소개하는 중). 가장 신뢰하던 분야가 흔들리자 맥그라스 그런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무척 애를 썼다”. (이 부분 읽는데, C.S.루이스가 했던 말 떠오름. 유신론자에게도 신이 없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있고, 무신론자에게도 신이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런 유혹이 올 때 자신의 유신론, 자신의 무신론을 지켜내는 데는 굳건함이 필요하다, 라는 식으로 말했다고 기억됨.) 같은 팩트를 놓고도 어떤 이데올로기를 가졌냐에 따라 전혀 다른 설명이 가능하다는 걸 잘 제시하고 있음. 예를 들어 도킨스는 유전자의 존재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 “ 유전자들은 거대한 영토 안에, 장대하고도 다루기 힘든 로봇들 안에 안전하게, 외부 세계와 단절된 채 떼로 모여 거주하면서 , 구불구불하고 에두른 길들을 통해 외부 세계와 소통하고, 원격 조종으로 그 세계를 조종한다. 유전자들은 여러분과 내 안에 있다. 그것들이 우리를, 몸과 마음을 만들었다. 그것들을 보존하는 것이 우리가 존재하는 궁극의 이유다.” 이제 위 진술에서 유일한 팩트 유전자들은 여러분과 내 안에 있다만을 남기고 나머지 부분을 다른 종류의 설명으로 채운 글 하나 소개. “유전자들은 거대한 영토 안에 붙잡혀 있고, 대단히 지능이 높은 존재들 안에 갇혀 있으며, 외부 세계에 의해 만들어지면서 , 복잡한 과정들을 통해 외부 세계와 소통한다. 이 복잡한 과정들을 통해 마치 마술에 걸린 것처럼 자기도 모르게 기능이 등장한다. 유전자들은 여러분과 내안에 있다. 우리는 시스템이며 이 시스템은 유전자들의 암호가 해독되게 해준다. 유전자들이 보존되느냐는 우리가 우리 자신을 다시 만들어 낼 때 체험하는 기쁨에 온전히 달려있다. [바로] 우리가 유전자들이 존재하는 궁극의 이유다.” (데니스 노블, 옥스퍼드대학교 시스템 생물학자). 유전자, 우주의 기본상수, 빅뱅, 진화론, 의미 등에 대해 재미있게 서술. 13장인데 마지막 석 장(챕터)은 약간 설교 같아서 약간 지루함. 1장에서 10장은 일독을 추천. 지금 이 책 빌려달라는 후배 있어서 회사 3층으로 내려가려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