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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4월 22일

『찔림』 (신동필 지음, 시커뮤니케이션 , 개정판 2021 )의 저자에 대해서

"당신을 위로하지 않는 책 『찔림』 "의 저자 이름(신동필)이 제 이름(신동주)과 비슷한 이유는 제 동생이기 때문입니다. 선친께서 장남은 '동방의 주인'이 되라고, 차남은 '동방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라고, 이렇게 이름 지어주셨습니다 -.- 제 동생은 지금까지 두 권의 책을 냈습니다. 『참 재미없는 세상』 (홍성사,2016) / 『찔림』 (시커뮤니케이션 , 2017 ). 이번에 『찔림』의 개정판(2021)이 새로 나왔습니다. 많은 구매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제9계명

며칠 전, 회사 동료 A가 내게 말했다. "미국에 있는 B교수님과 줌으로 인터뷰를 했는데, 인터뷰 끝나고 제게 피디님 안부를 물으셨어요". 예의를 중시하는 신 모 피디, 멀리서도 기억하고 안부 물어주심에 대해 감사하다는 짧은 메일을 B교수님에게 보냄. 아주 짧게 내가 요즘 하는 일을 썼음. "틈틈이, 새로운 신학 프로그램 제작을 준비하기 위해 신학 책들을 읽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케빈 밴후저의 <제일신학>을 읽었는데, 연구자들에게 제9계명(거짓 증거하지 말라)은, 다른 이의 주장과 글을, 내 입맛대로 변형시키지 않고, 비판하기 쉬운 측면만 골라 읽지 않고, 일단 그의 논지 전체를 제대로 읽어주는 것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그 말이 제게 참 도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책을 읽으며 그러지 못한 때가 자주 있었거든요." 이 메일에 대해 B 교수님이 답신을 보내주심. 한 가지 부탁을 해오심. 밴후저의 견해를 상기시켜 주어서 고맙다, 책을 한국에 두고 와서 미국에 이 책이 없어서 그런데, 상기 내용이 나오는 부분을 사진으로 찍어서 보내 줄 수 있는지, 라고. 나는 기뻤음. 그래서 오늘 사진을 찍어서 보내드림. 사진 찍은 그 대목을 그대로 적어보면: "어떤 저자(...)를 공정하게 대하는 것은, 읽는 자의 의견들과 생각들을 본문 위에 슬그머니 올려놓는 대신에 본문에서 저자가 말하고 행한 바를 인정한다는 의미이다. 나는 이것이 바로 황금률과 제9계명, '너는 거짓 증거하지 말라'의 함의라고 본다. " - 『제일신학』 (케빈 밴후저 지음, IVP), p.55-56

2021년 4월 18일

< Sports Wit > (Lee Green 지음, 출판사 확인 불가)을 40년 전에 사서 읽고.

1. 이 책은, 내가 사서 지금까지 갖고 있는 책 중에서 가장 오래된 책이다. <온갖> 스포츠에 관련된 <온갖> 조크, 명언,경구들을 모아놓았다. 40년 전에 이 책에서, 내가 지금도 항상 마음에 떠올리는 경구 하나를 만났다.

2. 나는 고등학교 1학년 때 대만 타이페이에 있는 미국 학교에 들어갔고 영어를 못했다. 미국 친구가 없었던 나는, 학교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있었던 헌책방에서 산 (살인과 애정행각이 난무하는) 3류 추리소설이나 스릴러소설을 읽으며 영어 공부를 했고 (그래서 그런지) 끝내 영어를 잘 하지 못했다.Lawrence Sanders라는 작가가 쓴 <The First Deadly Sin> , <The Second Deadly Sin> , <The Third Deadly Sin>을 읽던 게 지금도 기억난다. 지금 내가 소개하는 책도 이곳에서 샀다.
3. 나는 스크린 골프장도 한 번 안 가본 사람이지만 이상하게 골프에 관한 경구들에는 많이 끌린다. (볼링에 관한 경구도 좋아한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이 책에도 골프에 관한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그 중에서 제일 인상적이었던 건: "Golf is mostly a game of failures." - Tommy Aaron (프로 골퍼). (*골프는 대부분 실패로 이루어진다. 실패한다는 것과 친해져야 한다). coaches & coaching (감독 & 코칭)이라는 항목도 있다. 내게는 다음 두 개가 참 인상적이었다. (1) "No coach ever won a game by what he knows : it's what his players have learned. - Amos Stagg (대학 미식축구팀 감독) (*설사 자기가 알고 있더라도, 선수들이 그것을 배우지 못했다면, 감독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한 것이 아니라는 뜻). (2) "A coach isn't as smart as they say he is when he wins, or as stupid when he loses." - Darrell Royal (텍사스 미식축구팀 감독) (* 경기에 이겼다고 해서 그 사람 말이 다 맞는 것도 아니고, 경기에 진 사람 말이라고 다 쓸모 없는 것도 아니다).
4. 이제 <내가 만난 경구>를 소개하려 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혐오하는 '투우 경기' (bull-fighting)에 관한 경구이다. '용기'에 대한 것이라서 알파벳 C 항목('courage')에 들어가 있다. 누구의 말인지도 알려지지 않는 그 경구를 소개하면:
To fight a bull when you are not scared is nothing.
And to not fight a bull when you are scared is nothing.
But to fight a bull when you are scared, that is something.
- Anonymous
(의역을 해보면)
두려운 마음이 전혀 안 생기는 사람이 황소와 싸우는 건, 대단한 일이 아니다.
그리고, 두려워서 황소와의 싸움을 피한다면 (당연히) 이것 역시 대단할 것 하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두려운 마음이 있는데 황소와 싸우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 이름을 알 수 없는 이
5. 나는 겁과 두려움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 신학펀치 시즌1을 시작할 때도, 시즌2를 시작할 때도 이 말에서 힘을 얻었다. 아마 시즌3를 하게 된다면, 아마 그때도 이 말을 가장 많이 생각할 거 같다.

2021년 4월 8일

『성경을 공부할 수록 궁금한 49가지 바이블 FAQ』 (민영진 지음, 대한기독교서회)를 오래 전에 읽고.

1. 사람들이 성경을 읽다가 궁금하면 대한성서공회 홈페이지에 질문을 남겼다. 전 대한성서공회 총무이자 현 대한성서공회 번역자문위원인 민영진 목사가 답을 달았다. 그 중 대표적인 질문 49가지를 모아 만든 이 책을, 어느 날  손에 쥐게 되었다.

2. 책의 구성은 이런 식이다. 예를 들어 45번 질문을 보자. : "민영진 목사님께. 기독교의 경전을 『성경전서』라고도 하고, 『구약전서』 혹은 『신약전서』라고도 하는데, 『성경』이나 『구약』이나 『신약』 등 기독교의 경전과 관련된 이러한 이름들의 유래를 알고 싶어요. 이런 질문도 대답해 주실 거지요? 고맙습니다. 궁금이 올림. " 45번 질문에 대한 답변 중 일부를 소개하면  이렇다 : "궁금이 님께, (...) '성경'은 『성경전서』를 줄여서 부르는 이름입니다. 처음 두 자를 취한 것입니다. '성서'는 본래는 그런 것이 아닙니다만, 『성경전서』의 첫 자와 마지막 자를 취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두 가지 모두 경전을 일컫는 이름입니다. '경'이나 '서'에 가치판단의 구분은 없습니다. 예언서들은 으레 예언서/선지서라고 부르지 절대 예언경/선지경이라고 하지 않습니다.로마서,고린도전후서,야고보서라고 하지, 로마경,고린도전후경,야고보경이라고 하지 않는 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원 답변은 훨씬 다양한 측면을 자세하게 설명하지만 여기서는 부득이하게 인상적인 한 문장만 소개). 

3. 이 책의 <가장 큰 특징> 하나를 위 질문과 답변에서 찾아볼 수 있다. 무엇이냐 하면, 바로 <필명>이다.  대부분의 질문자는 필명을 쓴다. 그리고 저자는 답변을 시작할 때 그 필명을 불러준다. 질문자가 김궁금 장로,라고 자신을 밝히면, 답변은 김궁금 장로님께,로 시작한다. 게으름뱅이 올림, 게으름뱅이 님께. 열 받은 신자 드림, 열 받은 신자 님께. 이런 식이다. ( 참고로, 바로 전 질문자가 열 받은 이유는 누가복음 16장 1절~9절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질문했다. "민영진 목사님,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본문이 있습니다. 본문의 문장이나 구문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진술된 내용 자체를 용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 이 말은 불의한 재물로 친구를 사귀어도 된다는 뜻입니까? 불의한 재물로 친구를 사귄다는 말이 '뇌물'과 다른 게 뭔가요? 열 받은 신자 드림." )  

4. 개인적으로 내 관심을 끄는 질문들(과 답변들)을 먼저 읽었다. 그랬기에 <8번 질문>을 읽게 된 건 시간이 꽤 흐른 뒤였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난 침대에 누워서 책을 읽고 있었다. 8번 질문은 이러했다. "목사님, 디모데전서 2:15에 참으로 이상한 말씀이 있습니다. '그러나 여자들이 만일 정절로써 믿음과 사랑과 거룩함에 거하면 그 해산함으로 구원을 얻으리라'. 여자는 임신하여 아이를 낳아야 구원을 받게 된다는 말로 이해가 됩니다. 저는 결혼한 지 10여 년이 지나도 아직 아이를 갖지 못하고 있습니다. (...) 제가 그리스도인으로 구원을 받고 안 받고 하는 문제보다는 저 자신이 아이를 가지고 싶은 생각이 간절합니다 (...) 제가 구원을 받지 못하는 한이 있어도 아기는 가지고 싶습니다. 그런데 이런 본문은 우리 같은 석녀(石女)를 너무나도 괴롭힙니다. 석녀 올림."  나 역시 평소 읽을 때마다 좀 의아해 하던 구절이었기에, 나는 저자가 어떤 답변을 할지 궁금해 하며 답을 보기 위해 페이지를 한 장 넘겼다. 전체 답변은 몰랐지만 적어도 첫 문장이 어떻게 시작할지는 알았다. 석녀에게. 

5. 그리고 나는 틀렸다. <자매님께>. 답변은 그렇게 시작했다. 나는 지금도 정확한 이유를 모른다. 그 순간 갑자기 내가 왜 그렇게 심하게 울기 시작했는지. 목젖이 뜨거워지고 가슴에서부터 딱딱한 울음 덩어리가 올라와 나는 꺽꺽대며 울었다. 그렇게 몇 분을 울었다. 필명을 그대로 부르던 분이, 그 여성에게만큼은, 이 책에서 지켜오던 원칙을 깨고, 석녀라고 부르지 않고 자매님이라고 불러준 것이 너무 고마웠다. 이상한 일은 그 다음부터 일어났다. 누군가에게 이 책을 소개하는 도중에 석녀, 자매님 얘기만 하게 되면 나 스스로 컨트롤이 안 될 정도로 눈물이 쏟아지는 거였다. 매번 그랬다. 심지어 한번은 확인을 해보고 싶어서 일부러 이 책을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그날도, 내 눈에선 민망할 정도로 눈물이 쏟아졌다. 그날 이후로는 사람들 앞에서 이 책 이야기를 잘 꺼내지 않았다. 아, 딱 두 번 더 꺼낸 일이 있다. 한 번은, 내가 연출하던 <새롭게하소서>에 민영진 목사님을 모셨을 때였다. 녹화전 대기실에서 민목사님께, 이 책을 읽으며 느낀 감동을 <차분하게> 말하다가 자매님,에서 또 울고 말았다. 나머지 한 번은, 신학펀치 섭외를 위해 인천으로 사본학 전문가 M교수를 만나러 갔을 때였다. 그날도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걸  참느라 힘들었다. 요즘도 가끔 스스로에게 묻는다. 내 그 <울음들>은 도대체 무엇 때문이었을까. 

2021.4.7.
신동주 


* 저자가 머리말에서 밝히는 바에 따르면, 이 책에 수록된 질문들 중 일부는 (저자가 정기적으로 글을 싣고 있는) 성경연구 월간지 <햇순> 독자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나왔다. 공동체성서연구원(http://newsprout.org)을 방문하면 <햇순>이 나오는데  메뉴에서 '성서 난해구 해설'을 클릭하면 이 책 『성경을 공부할 수록 궁금한 49가지 바이블 FAQ』에는 실리지 않은 수백 편의 질문과 답변들을 누구나 읽을 수 있게 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