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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29일

휴직

제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좀 긴 휴직을 하게 됐습니다. 휴직을 하면 미국에 있는 아내 곁으로 가서 지내려 합니다. 7월4일에 한국을 떠나 1월1일에 돌아옵니다. (가 있는 동안 전화 연결은 안 되지만, 페북 메시지는 가능합니다.) 갈 때 요가책도 한 권 갖고 갑니다. 그동안 너무 책만 읽었는데 몸의 근육도 좀 길러 오려고요. (몸을 잘 안 쓰는 스타일이라, 요가 책만 읽고 오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흑). 오늘은 휴직 전 회사 마지막 출근일이었습니다. 저녁 때는, 가까이 지내던 조연출 넷이 ( 넷 모두 여성 -.- ) 환송회를 해 준다고 하여 저녁을 함께 먹었습니다. 조연출 한 명은 제게 꽃을 선물했습니다. (와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꽃을 받으니까 정말 제가 소중한 사람이 된 느낌이 들었습니다!). 또 한 친구는 제게 마카롱을 주었습니다. (제가 과자를 좋아하는 걸 잘 아는 친구입니다 ㅋ) 저도 오래 전에 이 네 친구에게 줄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정신실 작가님이 쓴 <신앙 사춘기> 였어요. 그런데 네 친구들이, 저의 싸인을 해달라는 거예요! 그래서 작가도 아니면서 싸인을 했습니다. (민망민망). 나이드니까, 할 수 있는 일이 점점 줄어드는 거 같습니다 (에너지가 줄어들어서요 ㅠㅠ). 그래서, <정말 꼭 해야 할 일>이 뭔가를 더 생각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제 6년 뒤면 단축근무에 들어가고 7년 뒤면 정년 퇴직을 하게 됩니다. 앞으로 남은 5년 동안, 한국 교회(성도들의 모임)의 신앙의 근육을, 신학을, 건강하게 하는 프로그램 하나나 두 개를, 최선을 다해서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이번 6개월 휴직 기간 동안, 그런 프로를 만들 수 있는 힘과 에너지를 비축하고 올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긴 휴직을 받는데 도움 주신 분들 얼굴이 떠오릅니다. 감사합니다.

2019년 6월 13일

알리스터 맥그래스 교수가 사랑의교회 헌당식에 참석한 후에 일어난 일 정리.

1. 열린교회,큐리오스 인터내셔널,워싱턴트리니티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제5차 C.S.루이스 컨퍼런스>(6월1일)와 <제7차 조나난 에드워즈 컨퍼런스>(6월3일)에서 영국의 알리스터 맥그래스 교수가 강연을 하였습니다. 맥그래스 교수는 "막판에 나는 사랑의 교회(이하SCC)에서도 말(speak)하도록 요청 받았고" (At a late stage, I was also asked to speak at SCC), 6월1일 사랑의교회 헌당식 참석하여 "말"(speak) 하였습니다. (*아래, 맥그래스 교수 답신 이메일 참조).

2. '사회적인 물의' (참고: '법원으로 간 교인들,사랑의교회에 무슨 일이?', MBC PD수첩, 2014.5.13 ; '사랑의교회와 오정현 목사는 왜 PD수첩에 졌나', 뉴스앤조이, 2015. 8.20 등)를 빚고 있는 교회의 헌당식에 신학자 맥그래스 교수가 참석한 것에 대해 비판 여론이 일었습니다. 신약학 박사 한수현은 "신학자에게 비판 의식을 빼 버리면 남는 것은 없다. (...) 신학교와 신학자는 교회와 팽팽한 긴장 관계를 형성할 수밖에 없는데, 그것은 신학교가 (....) 끊임없이 교회를 감시하며 부단한 신학적 연구를 통해 교회의 미래를 제시해야 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 신학자는 그런 신학교와 신학을 지키는 파수꾼이다. 잠든 파수꾼에게 맡길 과업은 없다. " 라고 문제 제기했습니다. (뉴스앤조이, 2019.6.7). 양희송 청어람아카데미 대표 (https://www.facebook.com/heesong.yang/posts/10219962464318381 )와 김종호 IFES 동아시아 부총무 ( https://www.facebook.com/jonghone/posts/10219998210094375 ) 등도 서구의 기독 형제 자매들에게 보내는 글을 영문으로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기독교물 전문 출판 저작권 에이전시 <알맹2>의 맹호성 이사는 맥그래스 교수에게 이메일로 한국 기독인들의 실망과 우려를 전했고, 맥그래스 교수의 허락 하에 그가 보낸 답신을 공개했습니다. (https://www.facebook.com/hosung.maeng/posts/1240546416123627 ).

3. 답신에서 맥그래스 교수는, 해당 교회의 상황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 나는 SCC[사랑의교회]가, 이 교회와 목사 사이의 심각한 분열이 있거나, 소송 중이거나 기타 우려할 점이 있다는 것을 나의 방문을 계획한 사람들을 통해서 통지 받지 못했습니다. 내가 이를 알았더라면 나는 SCC에서 말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원문: I was not, however, made aware by those organizing my visit of the serious divisions between the congregation and the pastor, or the lawsuit or other concerns. Had I been made aware of these, I would not have spoken at the church. ) " 또한 내가 한국에 체류하는 동안 있었던 그 어떠한 사적인 모임, 개인적인 대화 또는 공개 토론 등 어떠한 대화 가운데서도 이 특정 문제나 혹은 SCC 관련 상황의 다른 어떠한 문제에 관해서도 내게 문제제기 된 적이 없었다는 점을 명확하게 하고 싶습니다." (원문: I also need to make it clear that neither this particular dispute, nor other aspects of the SCC situation, were raised with me in any conversations during my time in Korea – whether private meetings, personal conversations, or public discussions.) 아울러 맥그래스 교수는 다음과 같이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 "나는 진정으로 한국의 교회들에게 봉사하고 싶었고 문제의 상황이나 현지에서의 해당 교회의 명성을 알지 못했습니다. 이 사건으로 인해 발생한 고통, 실망 또는 분노에 대해 정말 유감입니다. [번역자 주: 혹은 정말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영어로는 I am very sorry for 라는 표현을 썼음을 밝혀둡니다] (.....) 나는 한국을 사랑하고 미래에 다시 방문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 때에 나는 내게 실망한 사람들을 만나서 사과하게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나는 이 상황을 통해서 배울 것이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확실히 하겠습니다. "

4. 아래 두가지 사항에 대해서 아직 제대로 된 설명이나 해명은 나오지 않은 거 같습니다.
1). 이번에 맥그래스 교수를 초청한 주최 측이나, 그와 공식적, 사적 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눴던 사람들은, 맥그래스 교수가 상기 교회의 헌당식에 참석한다는 것을 몰랐던 것일까요? (몰랐다면, 더 할 말이 없습니다.)
2) 그런데 알았다면 - 맥그래스 교수의 편지를 보면, 그 누구도 이 문제에 대해 언질을 준 사람이 없었다고 하는데 - <왜> 아무도 말을 하지 않은 것일까요? (누군가 반드시 해주었어야 할 일입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어떤 이들에겐, 상기 교회의 헌당식에 참석하는 게 문제가 안 될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번뜩 들었습니다.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이지요). 이번에 맥그래스 교수의 사랑의교회 헌당식 예배 참석과 관련한 일들이 논의 되는 모습을 보며 신학(자)의 역할과 의무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배웁니다.

2019년 6월 10일

『신앙 사춘기: 신앙의 숲에서 길 잃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정신실 지음, 뉴스앤조이)를 읽고.

나는 아이러니가 등장하는 이야기가 좋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삶에서 아이러니를 경험하는 이들의 이야기만을 신뢰한다. 자기 삶에서 모순과 역설을 경험하는 사람만이 단순한 - 그렇기에, 또 한 번 폭력이 되는 - 답을 함부로 남발하거나 강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정신실 작가의 『신앙 사춘기』에서 제일 좋았던 것도 이렇게 솔직하고 용감하게 노출하는 자기 속 모순과 갈등이었다. 그렇기에 그의 비판은 단순한 냉소에 그치지 않고, ‘신앙 사춘기’를 심하게 겪는 이들이 ‘지금의 시간’을 부인하거나 부끄러워하는 대신 새롭게 보고 해석할 수 있는 언어와 공간을 제공한다. 영적 학대, 종교 중독, 교회 언어, 목회자, 기도 등 우리가 매일 한국교회에서 부딪히는 문제들과 씨름한 이 글은 내게 ‘생생한 교회론’, ‘희망을 주는 성령론’이었다.
신동주 / CBS TV 프로듀서 (*추천사)

* 제가 무척 공감했던 이 책의 화두 중 하나.
" 리처드 로어는 어떤 사람의 현재 영적 단계가 참으로 이전 보다 더 성숙한 단계인지 알아보는 리트머스는 그 이전의 모든 단계를 존중하느냐 아니냐 여부에 있다고 했다. 그러니까 기도가 조금 깊어졌고 신앙의 다른 차원을 깨닫게 됐다고 하여 어떤 이의 기도를 기복적이라 손가락질하거나 저급한 신앙으로 단정 짓고 있다면 그리 멀리 오지 못했다고 인정하는 편이 낫다. "
참조: 리처드 로어, 『벌거벗은 지금』, 바오로딸, 156쪽 ( 『신앙 사춘기 』, 7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