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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10일

부부 이야기

"생활고에 택시와 버스를 몰며 선수생활을 유지했던 무라트 나지 초클루(하나은행). 초클루는 이날 1~2세트를 빼앗겼으나, 불굴의 투혼으로 3~6세트를 내리 따내면서 마지막에 웃었다. 영원한 서포터인 아내와 함께해 더 기뻤다. 올 시즌 데뷔해 첫 트로피를 거머쥔 초클루는 우승상금 1억원도 챙겼다. " (한겨레신문, 2024.3.4.에서 발췌) -----나는 부부가 함께 맞는 우승 소식을 들으면 괜히 눈물이 난다. 이전에 이런 짧은 이야기를 지은 적도 있다. ---- 1. 이세돌과 겨루는 알파고를 개발한 건 한국의 한 영세한 스타트업이었다. 올해 41세의 민기에게 알파고는 마지막 기회였다. 민기는 7년 전 연주와 결혼 했고 5살 된 딸이 있었다. 전세를 살고, 갚아야 할 대출금이 있고, 조부로부터 바둑을 배웠다. 지인의 소개로 이세돌을 만날 수 있었다.기적 같은 일이었다. 한 판이라도 이겨야만 했다. 알파고는, 마지막 기회였다. 2. 시합이 시작됐다. 후배 동료가 불러주는 알파고의 착점이 부착한 리시버를 통해 민기의 귀에 들려왔다. 다섯 수까지는 이상이 없었다. 그때였다. 후배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민기 선배, 작동을 안 해요. 알파고가 작동을 안 해요". 3. 바둑알을 쥔 민기의 손이 심하게 떨렸다. 이세돌이 의아하다는 듯 민기를 바라봤다. 4. 할아버지가 깍아주시던 참외, 할아버지와 두던 오목, 바둑 둘 때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기억났다. "두려워 하는 곳으로 가야한다, 민기아. 두려운 곳으로 가서 집을 만들어야 해 ". 바둑알을 쥔 민기의 손이 천천히 좌변 중앙 쪽으로 향했다. 5. 그날 언론은 알파고의 1승을 대서특필했다. 컴퓨터 본체가 있는 방에서 아내가 후배와 함께 걸어나왔다.여자의 눈엔 눈물이 맺혀있었다. "여보......." 여자는 남편의 목을 끌어 안았다. 두 부부 옆으로 이세돌이 지나갔다. (민망하지만 이런 부부 등장 신파 스토리 좋아함 -.- )

『제일신학(First Theology』(케빈 밴후저 지음, IVP)의 제6장

『제일신학(First Theology』(케빈 밴후저 지음, IVP)의 제6장은 언어와 관계된 화행론(speech act theory)을 다루고 있는데 우리에게 익숙한 소설 한 대목이 등장한다. - - - - - - - - - - - 『호빗』(J.R.R. 톨킨 지음, 씨앗을뿌리는사람 역간)의 앞 부분에는 매우 시사적인 대화가 나온다. 그 장면은 간달프(Gandalf)가 빌보 배긴스(Bilbo Baggins)를 처음으로 방문하는 장면이다. "좋은 아침입니다!"라고 빌보가 말했다. (...) "그게 먼 뜻으로 하는 말이오?"라고 그[간달프]가 물었다. "내게 좋은 아침을 원한다는 뜻이오? 아니면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좋은 아침이라는 뜻이오? 아니면 당신이 오늘 아침을 좋다고 느낀다는 뜻이오? 아니면 아침은 좋은 것이라는 뜻이오?" " 그것들을 다 말하는 것입니다" 빌보가 말했다. "더구나 바깥으로 나가서 담배 파이프를 물고서 담배를 피우기에는 더더욱 좋은 아침입니다" 그리고 조금 더 있다가 빌보는 매우 다른 발화수반적인 의도를 가지고 똑같은 발화행위를 사용한다. "좋은 아침입니다! 여기 있는 우리는 더 이상 어떠한 모험도 원치 않아요, 감사합니다." " 당신은 참 여러가지로 좋은 아침이란 말을 사용하는구려!" 간달프가 말했다. "지금은 내가 없어지기를 바란다는 뜻이겠지. 그리고 내가 떠나야만 좋은 아침이 되겠구먼." (p.2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