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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2월 20일

손원영 교수에 대한 파면 결정에 <공감>하는 분들에게

1. 2016년 1월 경북 김천 개운사 법당에 한 60대 개신교 신자가 밤늦게 들어가 불상 등을 부쉈습니다. 1억원 가량의 재산피해가 났고 주지 스님은 충격을 받아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서울기독대학교의 손원영 교수는 한 명의 개신교인으로서 불상 훼손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는 사과문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재하고 법당 복구를 위한 보상비를 모금하였습니다. 그리고 개운사의 요청에 따라 이렇게 모인 260만원의 모금액은 기독교와 불교의 상호이해와 종교평화를 위한 학술토론회를 개최하는데 쓰였습니다. 같은 해 12월 19일 서울기독대 이사회는 손교수에 대한 징계안을 제청했고, 2017년 2월17일, 이사회는 파면 결정을 내렸습니다. 2월 20일 오늘, 손교수가 작성, 낭독한 기자회견문에는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저는 지난 주 ‘성실의무 위반’이란 죄목으로 파면당했습니다. (...) 제가 기독교인으로서 지어서는 안 되는 소위 ‘우상숭배에 해당하는 죄’를 범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2. <어떤 분들>은 서울기독대학교 이사회의 상기 파면 결정에 대해 <공감하고 찬성>할 것입니다. 그런 분들이 분명 있을 것입니다. 불교의 불상을 우상이라고 <진심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분명 있을 것입니다. 저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으니까요. 그러다가 저는 C.S.루이스의 다음과 같은 구절을 읽게 되었습니다. 한번 찬찬히 읽어봐주시겠어요.
“세상은 100 퍼센트 그리스도인과 100 퍼센트 비그리스도인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습니다. 그리스도인으로 자처하는 사람들 중에도 서서히 신앙을 버리고 있는 이들이 있습니다. (중략) 또 그리스도인으로 자처하지는 않지만, 서서히 그리스도인이 되어가고 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중략) 다른 종교를 믿지만 하나님의 은밀한 영향을 받아 자기 종교 중에서도 기독교와 일치하는 부분에만 집중함으로써,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리스도께 속하게 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예컨대 선한 의지를 가진 불교도가 불교의 다른 가르침은 뒷전에 밀어둔 채(말로는 믿는다고 하면서도) 자비에 대한 가르침에만 점점 더 집중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순전한 기독교』중에서).
3.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점점 <자비>라는 가르침에만 집중하던, 그래서 어쩌면 얼마 후 기독교라는 <타종교> 안에서 자비의 성육을 발견하고 <개종>했을지도 모를 한 불자가 위와 같은 불상훼손을 경험한다면, 그가 그 <타종교>로 개종할 확률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 한 개신교도가 마음을 담은 사과문을 대신 올리고 보상비 모금이라는 실천을 통해 그 사과의 진정성을 보여줄 때, 그 <타종교>에 대해 닫혔던 그의 마음에 어떤 변화가 다시 생길까요.
4. 저는 손원영 교수가 오히려 <성실의 의무>를 누구보다 잘 지켰다고 생각합니다. 신학자와 목사로서의 그의 신앙과 모범을 통해, 그동안 서서히 그리스도인이 되어오던 사람들, 기독교라는 타종교에 마음 문 더 열리고, 그리스도에게 더 가까워졌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손원영 교수가 신앙과 삶으로 <숭배>한 것은 우상이 아니라 우리에게 <자비>를 <가르쳐주시고 명령하신 분>입니다. 우리가 하나님이라고 부르는 그 분입니다.

2017. 2.20.
신동주 드림


(참고) 손원영 교수의 기자회견 전문 보기 
https://www.facebook.com/sohnwo/posts/1603409536343104


2017년 2월 11일

<새롭게하소서>를 제작하며, 떠나며















1. 후배 L피디와 둘이서 새롭게하소서를 연출한지 10개월이 됐습니다. 그리고 보름 전, 저와 L피디, 다른 프로그램 배정을 받았습니다. 요즘은 소위 ‘디졸브 타임’이라고 부르는, 피디들에게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기존 프로 마무리 제작, 새로운 프로 사전 제작을 동시에 하는 시기입니다. 한 동안 긴 글 쓸 시간 없을 거 같아 오늘 토요일, 동네 커피숍에서, 제게 <참으로> 소중했던 지난 열 달을 돌아봅니다. 흑흑.
2. 새롭게하소서가 작년만큼 언론에 많이 회자됐던 해도 없었던 거 같아요. 라이즈업 코리아의 이동현 목사(성추행), 중국동포교회의 김해성 목사(성추행), 최순실과 관련된 차은택 씨(국정농단). 사건이 터질 때마다 상기 인물들의 과거 새롭게하소서 출연 캡처 사진이 인터넷에 떴습니다. 그때마다 두 연출자, <간증>이란 무엇일까, 도대체 <어떻게> 하면 좋은 사람을 <알아볼 수> 있을까,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많은 젊은 세대에게 이미 <오래 전에 잊혀진 장르> 간증을, 어떻게 되살릴 수 있을까.) 그렇게 고민,토론하며 섭외의 원칙을 세웠고, 그렇게 열 달이란 시간을 보냈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궁금하시죠?
3. <섭외의 원칙에 대해서>. 일단 숫자를 믿지 않기로 했습니다. 누군가 하루 세 시간 매일 기도한다 해도, 그가 일 년에 성경을 백 번 통독한다 해도 <우리는 그의 신앙에 대해 전혀 모른다>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어떤 기도”를 하고, 성경을 “어떻게 해석”하는지 듣기 전까지는. 최근 큰 슬픔을 최근 겪은 분은 그 스토리가 아무리 극적이어도 좀 천천히 모시기로 했습니다. 자신의 슬픔을 객관화할 수 있는 시간을 그 분께 드리는 게 예의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무리 목소리가 좋은 성악가라도 만약 그 성악가가, 주일에 교회 주차장에, 타고간 그의 차와 함께 그의 뇌까지 “파킹”하고 예배당에 들어가 설교 듣는 기독인이라면, 모시지 않았습니다. 그 분의 인격을 멸시해서가 아니라 굳이 우리 사회에 “소개하고 싶은 신앙”이 아니라는 차원에서. 제 관심은 선교에 있어요, 지금 하는 일은 선교비를 충당하기 위해서 하는 거죠, 라는 간증은 열 달 동안 나오지 않았습니다. 출판사, 식당, 운동코치, 그 무엇을 하더라도, 가장 많은 시간을 쏟고 보내는 그 직업과 일 속에서/하며 즐거워하는 분 모시고 싶었어요. 나, 내 자식들, 은혜 받고 축복 받고 인도함 받는 이야기도 소중하지만, 자신의 삶 속에 <이웃>이 <침투해 들어와> 있는 분을 모시고 싶었어요. (연출 맡고 있는 내가 못살고 있는 <그 삶> 사는 분들). 또, 얼마 전에 <부끄러움>을 느낀 적 있다고 말하는 분들, 명함에는 대표 타이틀 붙어 있더라도, 지금도 직원과 동료로부터 무언가 배우고 있는 분들, 여전히 더 성장해야 한다고 수줍게 고백하는 <완성되지 않은 분들> 모시고 싶었어요. (반어법이어요. 완성되지 않은, 이란 저의 최상의 존경담은 무례한 과장법을 용서해주세요). 누군가를 가르친 이야기 외엔 들려 줄 게 없는 분들은 모시고 싶지 않았고, 여전히 넘어지고 여전히 헷갈린다고 고백하는 분들 모시고 싶었어요. (왜 눈물이 나죠 ) 가끔 목회자를 모실 때는 “성도로서 함께 길을 걷는 느낌” (시청자가 페북에 올려주신 글)을 주는 분, 그렇게 사는 분들을 모셨어요. 사회 참여에 적극적인 사람들은 많이 알고 있지만 논리만 탄탄한 분들은 모시지 않았어요. 지금 사회 참여에 <적극적이지 않은 사람들>의 두려움과 맘의 부담을 이해하는, 그분들을 여전히 대화의 상대로 여기는 분들 모셨어요.
4. 섭외 이야기를 했으니 이제 페이스북 이야기를 안 할 수 없겠네요. (페북 좋아요/팔로우 수가 10개월만에 2,500에서 3만으로 <변경>되었다는 소식! ㅋㅋ) 새롭게 두 피디 중 한 명인 후배 L이 “우리 프로그램, 페이스북으로 꼭 나눠야 해요”라고 강력하게 제안을 해서 시작된 새롭게 페북 프로젝트 <간증, 또 하나의 제자도>. CBS의 가장 올드한 프로그램, 가장 올드한 간증 장르 , 새롭게하소서가, 페이스북을 통해, 수많은 기독인, 젊은이, 타종교인, 무종교인들과 만나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보는 일은 가슴 뛰는 경험이었습니다. 왜 이렇게 널리 확산될 수 있었을까요? 사람마다 조금씩 다른 진단을 내릴 수 있겠지만, 저희 제작진이 자주 나눴던 이야기는, 사람들에겐 소위 복을 받고 싶다는, 행복하고 성공하고 싶다는 갈증 외에도, <훌륭하게, 제대로 살고 싶다는 깊은 갈증>이 있는데, 새롭게 출연자들의 삶과 신앙이 그런 갈증에 대한 해답이 되었던 게 아닐까, 였습니다.
5. 이제 새롭게의 주인공을 소개하며 글을 맺으려 합니다. 사람은 슬플 때뿐만 아니라 진실함과 마주칠 때도 눈물이 나나봐요. 형제들을 보고 옆 방에 들어가 울고 나온 이집트의 요셉처럼, 녹화 중에 옆 세트 창고 들어가 울고 나온 적이 많았어요. 카메라 앞이라는 낯설고 부담스러운 환경 속에서도 이웃의 유익을 위해 자신의 삶을 드러내는 부담 기꺼이 져주신 새롭게하소서 출연자 백스무 분께 이 자리 빌어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이, 새롭게하소서였습니다!
감사합니다.
2017. 2.11.
신동주 드림
*지난 열 달 동고동락한 새롭게 스태프들이 떠오릅니다. MC를 맡으셨던 김학중 목사님과 전혜진 집사님, 강신해, 강민경, 박민정, 장문정 네 분의 작가, 송영호· 임에덴 두 조연출, 그리고 제 글에 자주 후배L로 등장했던 임지은(Jee Eun Lhim)PD(사진 왼쪽)에게, 비록 새로운 프로와 팀으로 흩어지지만, 때로는 부드럽고 때로는 용감하고 억센 하나님의 자비의 손길이, 지금까지 함께 하셨듯이 앞으로도!
**사진설명: 녹화와 녹화 중간에도 토론을 쉬지 않았던 두 피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