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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31일

『산둥 수용소』 (랭던 길키 지음, 새물결플러스)를 읽고.

1. 이번에 이코노미 클래스로 미국에 올 때 - ‘미국이라고 했지만 내가 방문하는 곳은 아내가 공부하고 있는 캔자스 한 군데로 정해져 있다 - 옆 자리 젊은 여자 승객과 나눈 대화는 죄송하지만 잠시만 나가도 될까요?”가 전부였다. 내가 발화자였다. 수화자는 아무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11시간 40분 동안 그런 < 대화 같지 않은 대화 > 를 두 번 나눴다. 지상에 있었다면 - 옆에 앉은 이가 그 누구였더라도 - 애프터를 받아낼 수 있을 외모, 교양, 매력을 지닌 나에게 - 시차 문제로 아직도 조크 구사 능력이 회복되지 않았음 - 소변과 관련지어서만 나를 드러내야 하는 상기 상황은 곤혹스러우면서도 모욕적이었다더 보여줄 게 많은데.흑흑레버토리(,영어!) 앞과 안에서 보낸 5분 여의 시간을 빼면 싯벨트(, 발음;;)를 찬 채, 23F에서 앉아서산둥 수용소를 읽었다. 읽는데 이런 구절이 나왔다. “반경 1.8미터 안에는 적어도 여섯 명이 누워 있는 상황에서, 한밤중에 요강을 사용하고 싶은 욕구가 찾아온다고 해보자. 그것은 자신에게나, 누워서 그 소리를 들어야 하는 사람에게나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한 주나 한 달이 아니라 여러 해 동안이나...” (p.48). , 11시간도 힘든데 여러 해...에궁. 중국 연변에서 영어를 가르치던 랭던 길키는, 1943325일부터 1945925일까지, 중국 산둥 수용소에서, 26개월을 보냈다.

2. 그 어떤 고문, 그 어떤 폭력도 없었다. 불편하고 (우리가 고문을 불편하다고 하지는 않는다), 곤혹스럽고 (밤중에 듣는 누군가의 배뇨 소리), 좁고, 모자랄 뿐이었다. (잠자리와 먹을 것과 개인적인 공간이). 외국인들만 수용된 수용소 안의 공동생활은 안전했고, 일부 젊은이들에게는 흥미진진하기 까지 했다. 심지어 2천 명의 외국인 수용자들은, 일본인 수용소 소장을 만나 마음에 안 드는 점은 < 따질 수도 > 있었다. 전쟁이 끝나고 이들을 데리러 미국에서 온 군인들은 우리가 죄수로서 그렇게 심한 대우를 받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면, 놀라면서도 약간 화가 나는 눈치였다”. (p.441) 그럴 정도였다. 그럼, 이 수용소 같지 않은 수용소 이야기의 < 미덕 > 은 무엇일까. 왜 많은 독자들이 아우슈비츠 이야기에서도 배우지 못한 인생과 신앙의 의미를 이 책에서 얻었다고 하는 것일까. 그 답은 < 절묘한 세팅 > 에 있다. 산둥에는 < 적당한 자유와 적당한 강제가 동시에 존재했다 > . 양심의 소리에 귀만 닫는다면 남보다 더 많은 빵, 석탄, 공간을 차지할 수 있는 기회(혹은 유혹 혹은 자유)가 수용소 구성원에게 주어졌다. 인간의 본성과 이기심을 < 관찰 > 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었다! (아우슈비츠에서 우리는 절대적인 악과 절대적인 인내만을 배울뿐이다). 게다가 - 이게 아주 중요한데 - 수용소 안을 수백 명의 기독교 선교사들이 꽉 채우고 있었다! 오 마이! ...................................... 참고로, 길키를 제일 힘들게 했던 건 개신교 선교사들이었다는 점만 밝힌다. 에궁.
 
3. 인상적인 문장 두 개를 소개하면: “아무리 성자 같은 사람도 식사다운 식사를 못하면 죄인처럼 행동할 것이다”. 브레히트의 <서푼짜리 오페라>에 나오는 이 말은, 이 책 첫 페이지에 한 번, 본문에 한 번 그렇게 두 번 등장한다. 나머지 하나의 문장은: “숙소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상당히 추웠다. 중국 북부의 기후는 시카고나 캔자스와 비슷했다” (p.36). 캔자스....겨울엔 무척 추운 곳이지....그래도 캔자스에...,빨리 도착했으면....아무리 성자 같은 사람도 이코노미에서 12시간 비행하면....죄인처럼 행동하기 쉬운 법이지.......지상에서 나는....비즈니스와 퍼스트 클래스를 타고 살았구나....이코노미 구역엔 가끔 나갔지....절묘하게 세팅된....다른 말로, 모자라지 않았기에....49년 동안 노출시키지 않을 수 있었던 이기성(利己性)과 무관심....성자 같아 보일 수 있는 환경 속에서 살던....한 개신교도 중년 사내 하나가....코크를 하나....더 달라 할까 말까....아 넘 마시면...젊은 여성에게....또 한 번 저 잠시만....하기는 너무 싫어....일독을....강추한다...넘 웃기고 깊은...내용의 책....
 
2015.1.20.
캔자스 로랜스시티에서 

2015년 1월 9일

여행 준비 - 1

 
제가 입사 21년차가 돼 회사에서 21일 안식 휴가를 받았습니다. 
(7년차 7일,14년차,14일). 담주 16일에 펀치 50회 마지막 방송을 하면,
19일 미국으로 떠납니다. 한국을 떠나는 건 어렵지 않은데, 프로그램을 
떠나는 건...흑흑. (왼쪽 사진은 미국에서 읽을 책 3권, 오른쪽은 작년 여름
모르던 한 여성에게 보냈던 메시지)

2015년 1월 5일

낸시랭의 신학펀치 작별 인사



1월1일 회사에 출근해 써두었던 작별 원고를 
오늘 페이스북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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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펀치 가족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남을 생각할 줄 아는 복”(오늘 페친 한 분이 해주신
말씀이어요)이 우리에게 임하기를 빕니다.

뭐라고, 어떻게 말을 꺼내야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2014년 1월 22일 첫방송을 한 < 낸시랭의 신학펀치 > ,
2015년 1월 16일에, 50회를 끝으로, 마지막 방송을
하게 되었습니다.

부족한 점 많은 프로그램이었지만, 여러분의 성원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100회, 200회 더 계속 하고
싶은 마음 없지도 않았지만, 50회를 통해서도 어느 정도
소기의 목표를 달성했다는 생각, 그리고, 더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이 되기 위해선 잠시 숨을 고르며 더 공부하고
더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어려운 결정 내리게
되었습니다.

뒤돌아보면 감사한 일, 고마운 분들뿐입니다.
자신들의 신학적 지식과 삶을, 어떻게 보면 무척
부담스러울 수 있는 수다라는 형식을 통해,
시청자와 함께 나눠주신 열두 분의 강사님.
모르는 게 있을 때 아는 척 하지 않았기에,
그래서, 우리에게 큰 배움을 준 낸시랭 님.
낯선 프로그램의 취지를 이해해주시고 귀한 기독 서적을
협찬해주신 열 곳의 기독출판사와, 소중한 영화 관람
기회를 제공해주신 필름포럼.
무엇보다도 프로그램을 직접 봐주시고, 긴 글과 짧은 댓글로,
애정어린 지적과 격려의 글을 매주 올려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신학펀치는 50회로 ‘끝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이제 각자의 교회에서, 51번째 질문을 던질 때,
이제 여러분이 바로 <신학펀치>라고, 굳게 믿습니다.

2015년 1월 5일
여러분의 사랑과 응원에 감사드리며,
<낸시랭의 신학펀치>를 대표하여
프로듀서 신동주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