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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7월 19일

정기적으로 읽는 책들 (팟캐스트) - 3

2013년 7월 15일








팟캐스트 <박샘의 위대한 수다>에서 책 소개 세 번째 녹화를 했다. 두 아들도 같은 방에서 내 이야기를 들었다. '정기적으로 읽는 책들' (듣기 클릭)

2013년 7월 15일

6. 당신의 럭셔리

(*19금적 표현이 등장합니다.)

1.'첫사랑'하면 '뛰다‘(가슴), '맞다’(소나기), '젖다‘(교복), '꼬옥 쥐다’(떨리는 손) 같은 동사(動詞)만 알고있던 제게 남성잡지 < GQ > 는 첫사랑을 묘사하는 낯선 동사 하나를 가르쳐주었습니다. 그건 '빨다'라는 동사입니다. "정성스레 발가락을 빨아주었던 첫사랑을 떠올렸다" ( < GQ > 한국판 2008년 8월호,「첫 섹스의 비용」중에서). '첫사랑-빨다-발가락'이라는 이 조합은 제 상상력(그러니까 제 인생이 되겠네요)의 한계를 가뿐히 뛰어 넘었습니다. 하나, 그렇다고 그날 제 상상력의 부족이 <부끄럽지는> 않았습니다. 미처 무언가를 상상하지 못했다는 게 부끄러웠던 때는 따로 있었습니다.

2. “식량은 비싼 데 비해 삯은 쌌기 때문에 번 것은 모두 먹는데 들어갔습니다. 그는 아내와 같이 번갈아 입는 털외투가 한 벌 밖에 없었으며 그것도 다 해져 누더기가 돼 버렸습니다. 그래서 새 털외투를 지을 양털을 사려고 벌써 2년째나 벼르고 있었습니다. (톨스토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중에서). 저는 잠시 책을 덮었습니다. 안 입는 옷으로 꽉 찬 옷장 앞에서, '몸을 가릴 무언가를 사기 위해 2년을 벼른다'는 문장 앞에서, 이런 문장을 떠올려보지 못한 저의 중산층적 상상력 앞에서, 네, 세묜과 마뜨료냐 부부 앞에서 그날 몹시도 부끄러웠습니다.

3. 하지만 추위와 싸우며 '2년' 넘게 기다려야 하는 사람은 세묜 부부 만이 아닙니다. < 섹스 앤 더 시티 > 의 사만다 존스, 지금 에르메스의 버킨백을 사려하고 있습니다. 웨이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최소 2년은 기다려야 한다는 직원 말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는, 하나에 수천만 원하는 럭셔리 백을 사려는 사만다를 비웃을 생각 없습니다. 그녀도 지금 일종의 <정신적 추위>에 떨고 있는 중일 테니까요. 다만, 악어 가죽으로 정신적 추위를 막을 수 있다는 식의 얘기를 <누가 퍼트리고 있는지>, 어떻게 하다가 사만다가 <그런 꾐에 넘어가게 된 건지>, 그 얘기는 좀 해볼까 합니다.

4. “명품을 만들어 내는 것은 이야기(story)”이며, “그런 의미에서 에르메스는 세계 최고의 이야기꾼"이다. 조선일보 기자 K가 에르메스사(社)의 패트릭 토마 회장을 인터뷰하고 쓴 기사의 일부입니다. 에르메스쪽에선 K기자의 이런 평가(에르메스에는 스토리가 있다)와 이런 호칭(에르메스는 이야기꾼이다)을 어떻게 생각할까요? 반길 겁니다. 평소 그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면 쉬 짐작할 수 있습니다. 에르메스의 아트디렉터 파스칼 뮈사르가 뭐라고 했는 줄 아세요? “이야기를 빼고는 에르메스를 말할 수 없습니다.” 최고경영자(CEO) 패트릭 토마 회장, 이 남자는 산문 정도로는 만족할 수 없었는지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시(詩)를 짓고 있는 것입니다”. 그 바로 뒤에 이어지는 문장은 “그러면서 우리는 최고의 경영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결국 토마가 하려는 말은, 단순히 물건만 파는 타사(他社)는 이야기 - 그것도 시의 경지에 이른 – 를 파는 자사(自社)의 경쟁 상대가 되지 못한다, 이것이겠지요. 최고운영책임자(COO) 악셀 뒤마는 - 이 사람은 창업자 티에리 에르메스의 6대손인데 토마 회장의 뒤를 이을 최고경영자로 내정됐어요 - 자신에게 주어진 가장 큰 과제가 “듣는 능력을 잃어버리지 않는 것”이라고 합니다. 정말 대단들합니다. 이야기, 시(詩) , 상대의 이야기 귀 기울여 듣기. 이런 말 듣고는 누가 이들을 가죽가방이나 스카프 만드는 회사 사람들이라고 하겠습니까, 소설이나 시집 내는 출판사 직원들이라고 생각하지.

5. 조금 더 해보겠습니다. “에르메스 스카프는 제게 가만히 말을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아주 오랜 세월 소곤소곤 … ” 에르메스 상품 구매자 동아일보 기자 K의 이 글에서도 에르메스는 < 이야기하고 > 있고, 구매자는 < 듣고 > 있습니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 “당신은 에르메스의 어떤 이야기와 함께 살아오셨나요.” 그러니까 이들의 말에 따르자면 우리의 사만다는 백을 < 들고 > 싶었던 게 아니라 이야기를 < 듣고 > 싶었던 것이 됩니다. 삶의 혹한을 막아줄 그 어떤 이야기가 있다는 말을 듣고 - 믿고- 우리의 사만다, 2년을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6. 매춘 조직 ‘파멜라 마틴 & 어소시에이츠’를 운영했던 데보라 팰프리도 자신이 제공하는 건 섹스가 아니라 <이야기>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어떤 이는 그 <이야기>를 듣기 위해 먼 여행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미국 대통령감으로 거론되던 뉴욕 주지사 엘리엇 스피처(남, 당시 48세)는 다이아몬드 7등급 콜걸 애쉴리 듀프레(여, 당시 22세)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기 위해 워싱턴 메이플라워호텔 871호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어서 오세요”. 애쉴리 듀프레가 문을 엽니다. 아니, 애쉴리가 전화를 받고 왔을테니 전화를 건 스피처가 문을 열어주었겠네요. (자, 스피처가 문을 엽니다). 여자와 단둘이 섰을 때 스피처는 제일 먼저 "벗어"라고 했을까요, "들려줘"라고 했을까요. 데볼라 팰프리의 주장에 따르자면 남자는 후자를 요구했을 것입니다. 이런! 그러고보니 말끝마다 이야기 운운하는 럭셔리회사와 매춘조직의 판매 품목이 겹치는군요. 포주는 <싱싱한> 이야기를 공급하고, 럭셔리회사는 <오래가는> 이야기를 판다는 사소한 차이가 있긴 하지만 말입니다.

7. 그럼, 다시 메이플라워호텔 871호실. 절정의 순간에 여자의 손톱이 남자의 등에 < 깊고 긴 자국> 을 남깁니다. 그건 남자가 의지할 삶의 중요한 < 이정표 > 입니다. 두려운 세상, 무료한 세상에서 삶의 의미와 방향을 제시해 줄. 집으로 돌아가는 길의 스피처, 따끔거리는 등의 감미로운 통증을 음미하며 택시 뒷시트에 더 깊숙이 등을 기댑니다.

2013.7.15.
신동주


서플먼트

1) < GQ > 한국판 2008년 8월호에 실린 섹스칼럼 「 첫 섹스의 비용 」은 남녀 두 사람이 함께 썼는데 상기 첫사랑과 발가락 이야기는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 김지현이 쓴 「 여자의 이야기 」편에 등장한다. 톨스토이 단편은 창작과비평사가 1981년에 발간한 ‘창비아동문고 30번 똘스또이 동화선집’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인용.

2) 본문에 등장하는 인용문들의 출처와 기사 제목을 순서대로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명품을 만들어 내는 것은 이야기(story)”와 “그런 의미에서 에르메스는 세계 최고의 이야기꾼"은 2009년 5월6일 < 조선일보 > 기사 「 명품 위의 명품 '에르메스' CEO 파트릭 토마女心을 흔드는 '든든한 백' 」에서 인용. 에르메스의 아트디렉터 파스칼 뮈사르의 인터뷰는 < 뉴욕타임스 > 에서 운영하는 블로그 티매거진 2011년 9월29일자 기사 「 Waste Not, Want It 」에서 인용. 원제목 “Hermès is all about stories”를 “이야기를 빼고는 에르메스를 말할 수 없습니다”라고 의역. “우리는 시(詩)를 짓고 있는 것입니다”는 < 월스트리트저널 > 2011년 8월25일자 기사 「 에르메스의 전투 」에 실림. 원문은, “We try to do poetry and we get excellent economic results.” 최고운영책임자 악셀 뒤마의 “듣는 능력을 잃어버리지 않는 것”은 < GQ > 영국판 2011년 12월8일자 기사 「 Hermès and the secret of luxe appeal 」에서, “에르메스 스카프는 (…) 당신은 에르메스의 어떤 이야기와 함께 살아오셨나요”는 < 동아일보 > 2010년 1월29일자 기사「 에르메스가 올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에서 각각 인용.

3) 2008년 3월 10일, 엘리엇 스피처와 그의 아내 실다 스피처는 카메라 앞에 함께 섰다. 엘리엇, 성매매에 대한 잘못 시인했으나 뉴욕 주지사직 사임 여부에 대해서는 함구. 11일, 제임스 테디스코 뉴욕주 공화당 원내대표, 탄핵안 발의하겠다며 스피처의 자진 사퇴 촉구. 12일, 엘리엇, 다시 카메라 기자단 앞에 서서 - 이번에도 아내 실다 대동 - 뉴욕 주지사직 사임 발표. 내가 지금 보고 있는 사진은 12일 아닌 10일 사진. 한 여자가 세상에서 가장 슬픈 표정으로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한동안 나는 그녀가 매고 있는 스카프를 바라보다가 그 옆에 서 있는 사내에게로 시선 돌림. 그리고 내 시선 - 아주 천천히 - 그의 얼굴에서 그의 고급 양복, 그의 고급 넥타이, 그의 고급 벨트, 그의 고급 시계, 그의 고급 구두 - 그리고 이제부터는 상상인데 - 그가 아침에 타고온 고급 차, 그 차 안에 놓고 내린 고급 가죽가방, 그 가방 안에 든 사임서, 그 사임서 작성했을 고급 만년필로 이동. 이렇게 많은 고급 <이야기들> 속에 둘러싸여서도 - 이야기를 판다고 주장하는 건 에르메스만이 아니다 - 한 남자, 구원받지 못했다. 갑자기 궁금. 그가 의지했던 삶의 <이정표>, 그의 등에 아직 남아있을까. 묻는다. 우리를 구원하지 못하는 것을 <이야기>라고 불러도 되는 걸까. 아니 된다. 그건 한갓 에피소드일뿐 결코 이.야.기.가 아니다. “끼어든 것, 삽화, 간주(間奏), 토막 이야기. 큰 흐름에서 벗어난 해프닝”. (정희진, < 한겨레신문 > , 2013.7.12. ,「정희진의 어떤 메모 – 에피소드」에서).

4) 에르메스가 <집요하게> 자신의 상품을 <이야기>라고 주장해서 얻는 것은 무엇일까? 다른 말로, 176년에 걸친 에르메스의 마케팅의 성과 한마디로 정리하면? 내가 내린 결론: 에르메스는 동사(動詞)를 바꿨다. <판다>라는 동사를 <들려준다>로, <산다>라는 동사를 <듣는다>로 바꾸는데 성공. 그 결과? 이전에 비싼 사치품을 사며 내심 부끄러워하던 사람들, 이제 더 이상 부끄러워하지 않을 수 있게 됨. 무리해서 럭셔리를 사는 사람, 이제는, 자신을 구원해 줄 이야기 듣고자하는 심령 가난한 사람으로 재등극. 순식간에 <가진 것> 다 팔아 <정신적인 것>과 바꾸는 사람으로 재평가됨. 사지 않는 – 그러니까, <듣지 않는> - 옆 사람이 괜히 부끄러워짐. 인류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에르메스 마케팅에 대한 나의 평가? 500년 전 요한 테젤의 면죄부가 <면죄>라는 단어 타락시켰듯이 – 아, 면죄는 얼마나 절박하고 소중한 일인가! - 에르메스의 마케팅, <이야기>라는 단어 타락 시킴. 이 얼마나 큰 성공이고, 이 얼마나 큰 해악인가. 그래서 찾는다. 지금 광화문 사거리에 버킨백 95개 걸어놓고, 그 95개 악어 가죽 가방에 굵은 대못 95개 박을 사람!

5) 스피처가 그렇게 듣고자 했던 <이야기>. 한국에서도 이야기를 찾아 먼 길 떠났던 사람 있음. 사내가 택시에서 내린 곳은 남도의 항구 도시에 있는 한 싸구려 사창가. 이제 남자가 마주한 여자는 더 이상 ‘걸’이라고는 부를 수 없는, 마흔 중반의 여인. 남자와 여인은 한 요 위에 같이 앉았는데 "반평쯤 될까 싶은 골방의 얇은 요에는 숱한 사람들이 밤마다 흘렸을 체액이며 분비물의 흔적"들이 묻어 있었고 "고리타분한 냄새를 풍기고 있"음. 남자는 심한 ‘욕지기’를 느꼈지만 여자가 하는 말을 묵묵히 들음. “나이가 마흔이 넘응께 / 이런 징헌 디도 정이 들어라우. / 열여덟살짜리 처녀가 / 남자가 뭔지도 몰르고 들어와 / 오매, 이십 년이 넘었구만이라우. / 꼭 돈 땜시 그란달 것도 없이 / 손님들이 모다 남 같이 않어서 / 안즉까장 여그를 못 떠나라우. / 썩은 몸뚱어리도 좋다고 / 탐허는 손님들이 / 인자는 참말로 살붙이 같어라우. ” 욕지기를 견딜 수 없었던 사내는 여자에게 술을 청해 같이 마심. “술을 마시는 동안 그녀는 묻지도 않은 여러 이야기들을 나에게 건네 주었다”. 그 사내는 후에 이렇게 고백. "만일 내가 사람살이에 있어서 좀 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사랑 또한 그렇게 된다면, 나의 재출발은 바로 늙은 창녀의 이 말에서부터 비롯되는 것일 터이다." (송기원,『마음속 붉은 꽃잎』,창작과비평사, 1990, 「살붙이」전문과 ‘후기’ 일부 인용). 남자는 여자가 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확연하게 내 자신의 얼굴을 만날 수 있었”다고 고백. 남자의 이 고백, 이야기란 무엇인가,에 대한 훌륭한 정의(定義)라고 생각함. 내 자신의 얼굴을 보게 만드는 것.

6) 1994년 제6회 전태일문학상 수상자이자 전(前) 한울노동문제연구소장 하종강. 「고문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에서 함께 노동운동 했고, 함께 고문 당했던 후배 송영수와 나눈 이야기 우리에게 들려줌. “ (…) 형은 그 일을 20년 넘도록 계속하고 있는 이유가 뭐요?” 나는 조금 생각해 보고 진지하게, 그리고 폼 나게 답했습니다. “나는 아직 <세계관>이 바뀌지 않았거든. 나는 내 철학을 바꾸지 않았거든.” 그는 내 말을 듣고 픽 웃더니, 잠시 시간을 두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런 것들 때문이었다면 나는 운동을 벌써 포기했을 거예요. 나는... 말하자면... 하선배에 대한 미안함... 그런 것들 때문이었어요. 그거 아세요? 내가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을 때마다 자꾸 형 생각이 나는 거야. 그때 나 때문에 고문당했던 사람들, 나 때문에 징역 산 사람들, 내가 지금까지 만난 노동자들 (…) 그런 사람들의 얼굴이 자꾸 나를 붙드는 거야.” 송영수에게 얼굴이란 세계관이 아니라 이야기에 가까운 그 무엇이었으리라. 시인 송기원이 자신의 얼굴을 보았고, 노동자 송영수가 타인의 얼굴을 떠올렸다면 나 역시 한 종류의 얼굴 - 정녕 그걸 얼굴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 과 씨름했음. 조금이라도 < 비기독교적 > 인 것에 오염되지 않겠다고, 내 앞에서 미소 짓고 눈물 흘리는 이웃의 얼굴들을 기독교세계관에 따라 < 분석 > 하고 < 검토 > 하던 내 전반부 인생. 이야기를 만나기 전, 내 눈엔 상대의 <얼굴> 안 보이고 대신 인본주의 혐의 물씬 풍기는 피의자 <몽타주>만 보임.

7) 기독교계 일각에서 – 어떻게 보면 기독교계 전반에서 – 수십 년째 꺼지지 않고 불고 있는 ‘기독교세계관운동’ 열풍. 세상을, 타인의 삶을, 기독(基督) - 즉, 그리스도 - 의 눈으로 볼 수 있게, 관(觀)하게 해준다는 이 운동의 교과서 역할을 했던 책들의 < 개정판 > 들이 최근 속속 출간됨. ‘기독교세계관을 위한 기초’ 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창조 타락 구속』(개정판)도 그 중의 하나. 저자는 “본문을 약간 손질했고” , 전작(前作)이 세계관의 ‘이야기라는 속성’을 간과했다는 점 깨닫고 세계관의 이야기성을 강조하는 < 후기 >를 덧붙였다고 밝힘.  나 여기서 실소(失笑).  도구적 이성을 비판했던 하버마스는 이런 말을 했음. 현대 사회에도 ‘윤리’가 존재한다. 단, 그저 하나의 항목(category)으로만. 현대사회에서 윤리는, 그저, 고려해야 할 수많은 항목 중 하나에 불과. <이야기>란 - 전작(前作)에서 빼먹었으면 - 개정판 후기 혹은 챕터 파이브에 <추가>할 수 있는 그런 것일까. 진정 이야기를 만난다면 – 이야기란, 만나면 내가 흔들리는 것일진대 – 우선 저자가 흔들리고, 저자가 썼던 이전의 글들이 < 흔들려야 > 하는 것 아닐까.

2013년 7월 13일

아내 생일

오늘 아내 생일이라고 어머니가 케이크를 사오셔서 장인어른과 장모님. 두 아들. 우리 내외. 어머니 총 7명이 같이 먹었다. 내가 재미있는 발견을 하나 함. 내 생일은 28일. 둘째 생일도 28일. 아내 생일은 13일, 큰 애 생일은 13을 거꾸로 한 31일. 다들 신기해했다. 둘째가 갑자기 그걸 다 합하면 100이 돼, 라고 말해서 와 그걸 어떻게 더할 생각을 했냐, 하며 놀랬다. 숨겨놓은 자식까지 포함하면 121이 됩니다 라는 조크 떠올랐으나 썰렁해질 거 같아서 그만 둠.

2013년 7월 3일

확인

12살 때, 어느날 낮에, 집에 돌아다니던 동아일보를 집어들었다. 우연히 연재소설을 읽었다.  절정의 순간에 그 회가 끝났다. 그후로 오늘까지 계속 그 다음 장면이 궁금했다. 지난 주말, 구글에서 "동아일보, 연재소설, 목록"이라고 검색하여 "1975년 동아일보에 ‘연개소문’을 연재하면서"라는 문장 발견. 중고서점에 유현종의연개소문』을 주문. 오늘 연개소문』일곱 권 도착. 그 회 찾음. 나의 궁금증 풀림. 36년 동안 사라지지 않았던 성적 판타지의 결말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