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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31일

낸시랭의 신학펀치 첫 스탭 식사

오늘 낮에 목동 파라곤 지하 1층에 있는 중국집 리이웬에서 권연경 교수, 김학철 교수, 낸시랭과 첫 스탭 식사를 했다. 2013.12.30.

변호인, 한국교회, 그리고 우리는 (팟캐스트) - 8

여기서 들을 수 있습니다. http://adzero.kr/272
팟캐스트 <박샘의 위대한 수다>를 제작하는 정재원PD의 소개를 인용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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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샘의 위대한 수다 ep 40] '변호인, 한국교회, 그리고 우리는' 

이번 에피소드는 박샘의 위대한 수다 2013년 결산 방송이자 시즌 1 마지막 방송입니다. 어떤 방송으로 한 해를 마무리 지을까 고민한 끝에, 극단적 갈등으로 치닫는 한국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영화 한 편, 애증의 대상이 된 한국 교회의 위기 징후들,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관한 이야기로 방송을 마무리 짓기로 했습니다.

우선, 우리가 선택한 2013년도 마지막 영화는, 지금 이 시각에도 많은 관객의 마음을 울리고 있는 영화 '변호인'입니다. 우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변호사 시절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이 영화에서 안녕치 못한 한국 사회 현실을 통감했고, 참 지도자를 향한 시민들의 열망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2부에 다룬 이야기는 2013년 한국교회 위기의 징후들입니다. 올 한 해에도 교회 안에는 많은 사건, 사고들이 있었지만, 그중 우리는 '박정희 추모 예배', '사랑의 모 교회의 에스컬레이터', '차별금지법 반대', '홍대새가게'를 한국 교회의 가장 적나라한 위기의 징후로 선정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하수상한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 그리고 세상의 조롱거리가 된 한국교회의 교인으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진지하게 묻고 답했습니다. 비록 우리는 '기독교적' 정답을 내놓지 못했지만, 잠정적으로 그리스도인이 공통 감각을 키우는 일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습니다. 박샘의 위대한 수다가 영화를 보고, 책과 고전을 읽는 방송을 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것으로 박샘의 위대한 수다 시즌 1은 끝을 맺습니다. 지난 10여 개월 동안 매주 금요일 40회에 걸쳐 거의 쉬지 않고 달려왔습니다. 중간중간 분주한 일상 때문에 지치기도 하고 허공에 대고 말하는 거 같다는 생각에 마음이 허해질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청취자의 격려와 관심, 그리고 우리 방송으로 큰 힘을 얻는다는 고백들이 있었기에 계속할 수 있었습니다. 애청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내년에 더 좋은 모습으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사회: 박샘, PD: 정도령, Guest: 신동주 CBS PD, 최은 영화 평론가)

* 방송 청취 방법
- 에디공 블로그(http://adzero.kr/272)
- 팟빵( http://www.podbbang.com/ch/3471)
- 아이튠즈(http://bit.ly/12Lezw1)
- 안드로이드 이용자는 '쥐약', '팟빵' 어플 설치 후 청취

* 2013년 결산 기념으로 올해 녹음한 에피소드 40편 리스트를 덧붙입니다

[박샘의 위대한 수다 ep 40] '변호인, 한국교회, 그리고 우리는'
[박샘의 위대한 수다 ep 39] 사뮈엘 베케트 - '고도를 기다리며'
[박샘의 위대한 수다 ep 38] 스승님의 책들 - 'C. S. 루이스'
[박샘의 위대한 수다 ep 37] 지옥과 지옥 사이 - '사이비'
[박샘의 위대한 수다 ep 36] 베르톨트 브레히트 - '사천의 선인' ②
[박샘의 위대한 수다 ep 35] 종종 도망치고 싶은 당신에게 - '우리에겐 교황이 있다'
[박샘의 위대한 수다 ep 34] 내가 싫어하는 남자의 자서전- '스티브 잡스'
[박샘의 위대한 수다 ep 33] 목사 & 섹스 - '침대 위의 신'
[박샘의 위대한 수다 ep 32] 베르톨트 브레히트 - '사천의 선인'①
[박샘의 위대한 수다 ep 31] 괴물되기를 강요받는 당신에게 - '화이'
[박샘의 위대한 수다 ep 30] 내 직업을 결정해준 책 - '죽도록 즐기기'
[박샘의 위대한 수다 ep 29] 이원석 - '거대한 사기극'
[박샘의 위대한 수다 ep 28] 게오르그 카이저 - '아침부터 자정까지'
[박샘의 위대한 수다 ep 27] 엄마가 가장 힘든 당신에게 - '가을 소나타'
[박샘의 위대한 수다 ep 26] 38년 만에 다시 읽은 책 - '사기꾼 로봇'
[박샘의 위대한 수다 ep 25] 크리스천, 마지막 사중주를 연주하다
[박샘의 위대한 수다 ep 24] 안톤 체홉 - '세자매'
[박샘의 위대한 수다 ep 23] 훌쩍 떠나고 싶은 당신에게 - '카모메 식당'
[박샘의 위대한 수다 ep 22] 내가 끊은 남성잡지들 -'GQ'와 '맥심'
[박샘의 위대한 수다 ep 21] 크리스천, '설국열차'에 탑승하다
[박샘의 위대한 수다 ep 20] 싸이, 음모론, 그리고 에디공
[박샘의 위대한 수다 ep19] 정기적으로 읽는 책들 -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박샘의 위대한 수다 ep18] 헨리 입센 '인형의 집'
[박샘의 위대한 수다 ep17] '은밀하게 위대하게' 흥행 논란
[박샘의 위대한 수다 ep16] 크리스천, '비포 미드나잇'을 보다
[박샘의 위대한 수다 ep15] 불완전한 책들 - '화성의 인류학자'
[박샘의 위대한 수다 ep14] '결정장애'의 결정판 '햄릿'
[박샘의 위대한 수다 ep13] 투덜대도 괜찮아 - '내 아내의 모든 것'
[박샘의 위대한 수다 ep12] 크리스천, '직장의 신'이 되다
[박샘의 위대한 수다 ep11] 내가 버린 책들 - '기독교 세계관과 현대사상'
[박샘의 위대한 수다 ep10] 크리스천, '로마 위드 러브'를 보다
[박샘의 위대한 수다 ep9] 크리스천, '안티고네'를 읽다
[박샘의 위대한 수다 ep8] 크리스천, '지슬'을 보다
[박샘의 위대한 수다 ep7] 크리스천, '인생학교 섹스'를 읽다 ②
[박샘의 위대한 수다 ep6] 크리스천, '인생학교 섹스'를 읽다 ①
[박샘의 위대한 수다 ep5] 크리스천, '실버 라이닝 플레이북'을 보다
[박샘의 위대한 수다 ep4] 크리스천, '오이디푸스 왕'을 읽다
[박샘의 위대한 수다 ep3] 크리스천, '스토커'를 보다
[박샘의 위대한 수다 ep2] 크리스천, '레미제라블'을 보다 ②
[박샘의 위대한 수다 ep1] 크리스천, '레미제라블'을 보다 ①


2013년 12월 20일

스승님의 책들 - C.S.루이스 편 (팟캐스트) - 7


(인용) 

혹시 스승님이라고 부를 수 있는 누군가가 있으신가요? 저는 불행히도 마음에 품고 있는 그런 인물이 아직 없습니다. 그런데 다소 엉뚱하지만 독특한 관점을 보여주며 많은(?) 팬을 확보하신 신 피디님이, 이번주 방송 주제로 '스승님의 책들'을 하겠다고 알려왔고, 그 스승은 바로 기독교의 변증가로 알려진 'C. S. 루이스'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마침 올해가 루이스가 죽은 지 50주년되는 해였고, 신 피디님이 스승님으로까지 칭송하는 루이스가 새삼 궁금해졌기에 기대가 되는 방송이었습니다. 실제로도 방송을 진행하면서 이전에 루이스에 대해 가졌던 부정적 생각이 상당히 걷혔고, 루이스를 긍정할 수 있는 지점이 넓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물론, 많은 분들은 이미 루이스를 좋아하실 겁니다. 하지만 저와 같이 루이스에 대해 그닥 큰 흥미가 없던 분들도 신 피디님의 안내를 받다보면 그가 달라보일 거라 생각합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기독교를 욕하거나 비판합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 제대로된 변증을 해내는 사람을 찾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물론 오늘날 기독교는 변증보다는 낮아져야 하는 시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믿는 하나님을 공감적으로 설명해 내는 일은 시기가 아무리 어둡더라도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C. S. 루이스 편은 우리에게 유익한 통찰을 제공해 줄 거라 믿습니다.  - 박샘의 위대한 수다, 정도령. 


- 방송 청취 방법
- 에디공 블로그(http://adzero.kr/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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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8일

신규기획안 드디어 통과!

낸시랭이 오케이했어요! 드뎌 확정. 아, 이렇게해서 1년전부터 준비해온 프로그램 (가제) < 낸시랭의 신학펀치!  >  가 내년 1월 중순부터 방송되게 됐어요. 전 몰라요, 어떻게 그렇게 되나요? 안 믿어져요! 이렇게, 모르는 건 모른다고, 이해되지 않을 땐 이해 안 된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낸시랭,과 자기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 받고 있는 신학자 둘 (그러니까 총 3명)이 펼치는 신학 토크이어요. 오래전 출연을 약속하신 젊은 신학자 두 분, 아직 낸시랭의 출연 소식 모르지만, 그래서 놀라시겠지만, 무척 기뻐하실 줄로 믿어요! 흠흠 ^^ ‘성경공부’가 아니라 성경과 기독교 <  에 대하여 >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이어요. 조크와 웃음과 전문성이 공존하는 신학 프로그램. (네, C.S.루이스는 어디선가 유우머와 경건은 공존가능하다고 했지요!)  < 우리를 곤혹스럽게 하는 신학적 질문들 > 을 회피하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서 답을 찾아가는 가운데 우리 < 신앙의 근육 > 을 키워가는 프로그램! 네, Round 1 벨이 울릴 때까지 이제 D-40일! 신앙의 식스팩을 원하는 이들이여, 누구든지 다 모이라! (용문신한 조폭도...;;; ) 어려운 상황 가운데서도 이번 기획안을 지지,통과시켜준 국 식구들과, 계속 저를 응원 지지해 줄 페친들에게 이렇게 감사의 인사드려요...
왕! (앙! 하려했는데 안 어울려요ㅋㅋ)

2013년 12월 1일

교회의 크기와 언어

1. 사랑의교회를 처음 방문했을 때 무척 놀랐다. 교회에 이렇게 멋진 ‘차 마시는 곳’이 있다니. 정문으로 들어서자 넓은 뜰이 있었고 오른편으로 차를 마시며 담소할 수 있는 넓직한 <커피숍 같은> 공간이 있었다. 교회가면 종이컵에 봉지 커피 넣고 뜨거운 주전자 물 넣어 마시기만 했던 나는, 아무 때나 삼삼오오 모여서 마음껏 <쉐어링> 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을 처음 봤고, 무척 놀랐고, 무척 부러웠다. 내 나이 이십대 초반이었을 때였다. 그 첫인상이 얼마나 강렬했던지, 내가 삼십대 후반에 『사라져 가는 목소리들: 그 많던 언어들은 어디로 갔을까?』(다니엘 네틀,수잔 로메인,이제이북스)라는 책을 읽을 때도, 제일 먼저 그 <커피숍 같은> 공간이 떠올랐을 정도였다.
2.저자들은 마지막 남은 언어 사용자들을 소개한다. 1972년에 오스트레일리아에 사는 아서 베넷이 죽었다. 그는 음바바람어를 몇 마디 이상 할 줄 아는 마지막 인물이었다. 그의 어머니가 20년 전에 세상을 뜬 뒤 그도 이 언어를 쓰지 않았다. 현재 오스트레일리아에선 1년에 1개 이상의 원주민 언어가 사라지고 있다. 환경은 보존하려 하면서 왜 언어는 보존하려 하지 않는가. 이렇게 저자들은 묻고 있었다. 그때 문득 특정 신앙의 언어도 사라질 수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교회들은 사라지고 몇몇 큰 교회만 남는다면 - 영어만 남고 소수 언어들이 사라지는 것 처럼 -작은 교회에서 사람들이 쓰던 대화도 사라지게 되는 것 아닐까. 난 예배 후 교회 근처 스타벅스에( 큰 부담 느끼지 않고 갈 수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나누는 대화와 상가 교회 계단에서 자판기 커피 마시며 나누는 대화는 많이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애 아빠가 요즘 일을 못 나가 민호가 그나마 딱 하나 하고 있던 영어 학습지도 끊었어요. 그런데도 자기는 성격이 좋아 미국만 가면 친구 충분히 사귈 수 있다고 막 큰소리 치는 거에요. 어미 맘 아플까봐 그러는 거 다 알죠. 이런 속 깊은 아들 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아까 나와서 기도하는데 감사하다는 말 밖에 안 나왔어요". (하지만, 감사하다고 하는 A집사의 눈가에는 눈물이 맺힌다). "이번에는 그룹이 너무 좋았어요. 3학년 겨울에 캐나다 처음 보냈을 땐 갔다와서 다시는 안 가겠다고 하더니, 우리 정우가 좀 내향적인 데가 있잖아요, 이번엔 교회 누나 형들이랑 같이 가서 외로움이 덜 했나 봐요. 내년에도 또 가겠대요. 여호수아처럼 믿음으로 가겠다고. 어제는 식사 때 온 가족이 영어로 기도하는데 왜 그렇게 감사하던지". (이렇게 고백하는 B집사 입가엔 미소가 걸린다.)
3. 교회의 부(富)와 크기는 언어의 톤에도 변화를 준다. 결정적인 변화를 준다. 예를 들어, ‘목사님’이라는 단어를 한 쪽에선 “목사님 그 쪽 좀 붙잡아 주세요. 아니요, 조금 더 위로 올려주세요. 조금만 더. 오케바리! ” 라는 톤으로 호(呼) 한다면, 한 쪽에선 "하나님" 할 때 톤으로 호한다. <그 쪽 좀 꽉 붙잡아 주세요 아니 남자가 왜 그렇게 힘이 없어요> 할 때의 톤을 <경험하지 못한> 교회 성도들은, 비록 에스컬레이터 설치된 대리석 건물 안에서 예배드리더라도, 실은 <헐벗은> 것이다. 사춘기 중학생 한 명이 토요일 오후 교회 문을 열고 들어서서는 소파에 혼자 앉아 핸드폰 만지작 거리고 있는 남자에게 말을 건다. “목사님 뭐 하세요?” “말 시키지마라 게임한다 애니팡 ” “애니팡 재미 없는데. 최고 점수 얼마 나왔어요?”. 이런 대화 막는 목사의 스케줄, 교인의 수, 예배당 크기,를 <기독교적>이라 할 수 있을까.
2013. 12.1.
신동주

서플먼트
1) “공간은 인간의 영성에 영향을 미친다”. 이십 년 전에 읽은 한 외국 건축가의 글이 아직도 생각난다. 책과 음악과 친구 뿐만 아니라 공간도 인간 영성 깊숙하게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내가 건축에 대한 경구를 하나 짓는다면 이렇게 짓겠다. “건축가는 미래의 대화를 건축한다.”
2) 그렇기에 예배당 건축에 대해 고민할 때 우리가 1차적으로 고려해야 할 건 소방법이나 건폐율이 아닌 심리학과 언어학이다. 이 공간 내에서 인간과 신(神)은, 성도와 성도는, 목회자와 비목회자는, 교인과 비교인은 어떤 종류의 대화를 나눌 가능성이 높은가. 다른 말로, 이번 건축은 언어적으로 우리를 부하게 하는가 가난하게 하는가.
3) 그럼, 예배당은 어느 정도 크기가 적당해? 네가 그렇게 강조하는 <심리학과 언어학>적으로 설명해봐, 한다면: 예배 후 교회에서 점심을 같이 먹을 때 "오늘은 국수가 너무 퍼졌어요" 하는 목사에게, "그것도 없어서 못 먹는 사람 얼마나 많은데! 지난 주에는 싱겁다고 뭐라고 하더니!" 하며 주방에 있던 권사님이 핀잔 놓을 수 있는 크기. <핀잔>과 <예배당 크기>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다고? 있다. 우리가 자주 목도하지만, 예배당 크기가 일정 규모를 넘게 되면 담임 목사는 그 누구로부터도 꾸중을 듣지 않는다. 노인으로부터도.
4) “공간은 인간의 영성에 영향을 미친다”라고 말한 건축가 이름을 찾으려고 한 시간 넘게 웹 검색 했으나 결국 찾지 못함. 그러다가 눈에 띈 윈스턴 처칠의 경구 하나. “우리가 건물을 짓지만 그 다음에는 건물이 우리를 모양지어 간다.”

2013년 11월 28일

증오

(11.27) 내 삶은 내 타임라인과 달리 깔끔하지 못하다. 오늘은 새벽4시반에 잠이 깼다. 난 내가 그를 용서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한 장년이, 용서와 복수 사이에서 방황 중.

(11.28) 이런 글은 사실 밤에 써야 하는데, 집에선 인터넷이 안 돼 회사에서 써요. 제게 상처를 줬던 분을 오늘 만났어요. 만나서 제가 3주 전에 받았던 상처를 이야기했어요. 차분하게 이야기하는데 갑자기 눈물이 흐르는 거에요. 그래서 저도 그 분도 좀 당황했어요. 그 분은 진심으로 사과를 했어요. 전 감사하다고 했어요. 눈물이 흐를 때 순간적으로 당황했는데 회사에서 제가 누군가에게 눈물을 보인 건 아버님이 돌아가신 때가 유일했어요. 제 맘 속 분노가 그만큼 컸던 것 같아요 그때 루이스의 말이 떠올랐어요. 눈물을 흘린다는 건 영국신사답지는 않지만 그리스도다운 행동이다. 제 분노가 치유되는 느낌이 들었어요. 오늘도 새벽에 잠이 깨 뒤척이다가, 그리고 지하철 타고 출근하면서 이렇게 기도했어요. 주님. 당신의 연주를 저는 믿어요. 당신이 연주하는 제 삶. 상처받았음을 고백하는 게 약간 자존심 상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에 집중하게 해주세요. 상처 준 이와 대면할 용기, 증오보다는 용서를 택할 지혜를 주세요. 이번에도 역시 그분은 연주를 잘 하셨어요. 이번에도 기쁨과 평화의 곡이었어요. 그분과 이야기를 맺을 때, 제가 좋아하는 시가 있다고, 그 시를 들려주었어요. 동료에게 화가 났다. 화가 났다 말했더니 화가 사라졌다. 원수에게 화가 났다. 화났다 말을 하지 않으니, 화가 더 커졌다. 나중에 쌀국수 한 번 같이 먹기로 했어요.  

2013년 11월 22일

The Other Shore by Gao Xingjian

Son sent me a message: Casted.
I sent him a message back : Expected : )

2013.11.22.

영화 < JFK > (1991)

어느날 저녁 영화가 하나 보고 싶었다. < JFK > 가 떠올랐다. 이미 개봉관에선 오래 전 종영을 했기에 그날 내가 영화를 본 곳은 신촌 전철역 근처에 있는, 철 지난 영화를 상영하던 극장이었다. 극장은 건물 10층에 위치했다. 표를 끊고 들어갔더니 신촌 일대가 내려다 보였다. 석양이 지고 있었다. 언론사 시험공부를 시작한지 2년이 되어가고 있을 때였다. 

영화가 끝나고 사람들이 나가기 시작했다.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한 발짝을 내딛는데 오른발에 채이는게 있었다. 아직도 콜라가 남아 있는 콜라캔이었다. 사람들을 따라서 출입구 쪽으로 천천히 걸었다. 출입문에 거의 다 왔을 때였다. 난 줄에서 옆으로 빠져 나왔다. 사람들이 다 나가길 기다렸다가 무대 앞으로 갔다. 두군데 출입구를 통해서 밝은 빛과 웅성거리는 소음이 들어왔다. 빛과 소음 둘 모두 나 있는 곳까진 미치지 못하고 객석 중간에서 그 힘을 잃고 사그라들었다. 내가 서있는 곳은 어둡고 조용했다. 줄에서 빠져나온 난 외로웠다.

영화 말미에 감독은 자막을 통해 이 영화를 진실을 추구하는 젊은이들에게 바친다고 했다. 난 확인해보고 싶었다. 진실을 다룬 영화를 본 이들의 삶이 얼마나 진실해졌는지. 객석들 사이로 걸으며 사람들이 버리고 간 음료수캔을 찾아 그 수를 헤아렸다. 객석 사이에서 방황하는 나를 청소하는 아주머니가 이상하다는 눈길로 쳐다봤다. 캔은 전부 마흔여덟 개가 있었다. 이듬해 봄 기독교방송에 입사했다.

2013.11.22.
케네디 사망 50주년 되는 날에
20년 전 내 모습을 추억함.

2013년 11월 17일

대형교회.세습.

며칠 전 장신대에서 청어람 양희송 대표와 명성교회 부목 김하나 목사가 '기독교 생태계, 가능한 이상인가?' 라는 주제로 대담을 했다. (하나의 큰 추세인 대형교회,에서 목회하고 있는 목사로부터 이 주제와 관련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들어보는, 서로 질문,답변하는 자리였다).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묻고 싶었던 질문은 이것. <담임목사가 교인들의 이름을 모르는 상황에서 목회는 가능한가? 왜, 어떻게.> 생태계는 일종의 흐름인데, 관계의 흐름에서 가장 기본이 '이름 부를 수 있기' ,'이름을 부르기 시작함' 이라고 믿기에. 김하나 목사 및 다른 대형교회 목사들이 이 물음에 무엇이라 대답할지 궁금하다. 공격성 질문이 아니라 정말 <왜와 어떻게>가 궁금해서 하는 질문임. 기사를 보니 현장에서 세습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고 한다. 내 생각에 세습 반대와 더불어 강조해야 할 것은, 세습할 필요가 없는 교회 만들기.오히려 세습을 피하고 싶은 교회 만들기. 권력과 돈과 관련된 '메리트'가 전혀 없는 교회 만들기. 엄청난 대형 교회를 아들 목사가 아니라 제3자 목사가 맡았다고 치자. 아들 목사가 맡을 때와 어떤 차이가 있지?

19금적 표현

추워서 털모자쓰고 이불 목까지 끌어당긴채 침대에서 권연경 교수의 짧은 논문 < C.S. Lewis - 사실이 된 신화와 신화적 알레고리>읽고 있다. 지금 이런 말이 나옴. <아슬란[나니아 연대기의 사자왕]의 수난이 실제 복음서보다 더 감동을 주는 이유는 "독자들이 방심한 틈을 노리기 때문이다". 성경을 읽을 때는 어떤 느낌을 가져야 한다는 선험적 강박관념이 오히려 감동을 막기 때문이다"> ( 따옴표 ,Killby 인용). <이렇게 보면 루이스가 채택한 "로맨스"(환상,신화)라는 장르는 "사람들 모르게 얼마든지 신학을 숨겨 들어올 수 있게" 해주는 일종의 "위장"(cover)인 셈이다.>(따옴표 ,루이스 편지에서 인용). 이때 떠오른 생각. 19금적 표현도 위장,으로 작용할 수 있을까. 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밑바닥, 시장 바닥 용어 등장하는 철학과 신학 관련 글 써오고 있다. (이런! 제일 중요한 침대 위,가 빠졌군.) 다시. 그래서 밑바닥, 시장바닥, 침대 위 용어 등장하는. (생략) 

2013년 11월 16일

『 C.S. LEWIS - 별난 천재, 마지못해 나선 예언자』(알리스터 맥그래스 지음, 복있는 사람)

(1)루이스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있다면 , 그건 누군가 그의 '팬'이 되려고 하는 것이었을 거라고 믿는다. 어느 날 친구가 그에게 물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네 책에 열광하는 것을 너도 알지? " 루이스는 이렇게 답했다. " 그걸 생각하지 않으려고 결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네." (2) (인용) "세상 곳곳을 돌아다니던 랍비 라이브는 이런 말을 했다."내가 매기드(Maggid)를 찾는 이유는 그가 가르치는 율법을 듣기 위해서가 아니라 , 그가 자기 신발 끈을 어떻게 풀고 다시 매는지를 보기 위해서다". (『불완전함의 영성』,p.173). 나도 그렇다. 루이스가 동료들과 소설에 대해 토론하며 차를 마실 때 어떻게 찻잔을 드는지, 강연장에서 무신론자에게 질문을 받고 대답하기 전, 혹은 그가 사람들로부터 칭찬을 받을 때, 그가 어떤 표정을 짓는지 보고 싶다. 그가 어떻게 신발끈을 매는지. 그렇게 지켜보고 동일시를 하다보면 스승을 조금은 닮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3) 루이스는 누군가 자신을 스승으로 삼는 것에 대해서도 손사래쳤을 것이다. 분명.

내가 싫어하는 남자의 자서전 ' 스티브 잡스' 편 (팟캐스트) - 6




[박샘의 위대한 수다 팟캐스트] 내가 싫어하는 남자의 자서전 '스티브 잡스' - 신동주 PD (듣기 클릭)

지난달 박샘이 아이폰 5S 출시 소식과 동시에 아이폰을 구매했습니다. 그리고 신동주 피디는 기다렸다는 듯이 다음 방송으로 '스티브 잡스'를 다루겠다고 알려 왔습니다. 그렇게 두 분의 의견이 엇갈릴 것이 어느 정도 예상되는 가운데 이번 방송이 진행됐습니다. 

기본적으로 신 피디는 스티브 잡스의 주장과 그의 행동 사이의 괴리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가령, 잡스가 '인문학'과 '기술'의 교차를 주장했지만 실제로 그의 인문학은 아이폰 제조를 담당하는 팍스콘 노동자의 자살과는 무관했다는 것입니다. 또는 그가 디자인의 혁신을 주도했지만, 그 제조 과정까지 그렇지는 않았다는 겁니다.

반면, 박샘의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박샘은 스티브 잡스가 일종의 예술가에 가깝고, 그러므로 그의 인격과 애플의 제품과는 구별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예를 들어, 방송에도 언급되는 '모짜르트'는 실제로 위대한 음악을 만들었지만, 삶은 방탕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잡스의 이중인격은 비판받을 수 있지만, 제품은 별도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게 박샘의 주장입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방송을 들어보시고, 잡스와 애플에 대한 두 분의 엇갈린 평가 속에 청취자분들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_ 팟캐스트 PD 정도령

* 방송 청취 방법
- 에디공 블로그(http://adzero.kr/264)
- 팟빵( http://www.podbbang.com/ch/3471)
- 아이튠즈(http://bit.ly/12Lezw1)
- 안드로이드 이용자는 '쥐약' 어플 설치 후 청취

2013년 11월 10일

『당신의 벗, 루이스』(C.S. 루이스 지음, 홍성사)

노보편집위원으로 있는 후배P가 원고료라고 하며 문화상품권을 갖고왔다. 난 받지 않겠다고 했다. 얼마전 다른 후배J로부터 원고료가 만 원밖에 안된단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랬더니 후배P, "2만원인데요". 덥썩 받았다. 그 돈으로 지하에 있는 교보에 가서 C.S.루이스의 서간집 『당신의 벗, 루이스』(홍성사)를 샀다. 루이스의 편지 중 385통을 담았다. 뒤표지 중에서: "기도할 때 아무 느낌이 없어요", "총각이 숙녀에게 말씀드리려니 좀 이상하기 하지만 (...) 아이를 가지려면 쾌락이 따라야 (...) 하지만 그 쾌락이 아이를 낳는 것은 아니지요." (1955년 2월19일). 안타깝지만 톰 라이트(Tom Wright)에게 없는 게 바로 이런 것이다. 그의 신학이 아니라 문장이 버겁다.

2013년 11월 5일

기독교 방송에서 성을 다루기

(*19금적 표현이 등장합니다).
1. <현대문학>엔 '죽비소리'가 있다. 죽비소리는 현대문학이 97년 7월호부터 새로 마련한 서평란 이름이다. 공동 서평자들의 이름이 서두에 나오지만, 각각의 서평을 누가 썼는지는 모르게 되어있다. 이 죽비소리가 제21회 오늘의 작가상을 받은 김호경의 <낯선 천국>에 대해 '습작 수준도 안된다, 출판사의 이벤트 마인드가 만들어 낸 상품에 불과하다'라고 썼다.
2. CBS 기독교방송엔 <모니터보고서>가 있다. 내가 제작하고 있는 < 정오의 문화저널 > 8월 21일치 모니터평을 그대로 옮겨보면: “극단 이데아의 작품인 ‘생과부 위자료 청구 소송’을 소개했는데 (.....) ‘밤일’,‘색마’ 등의 성적인 노골적인 느낌이 강했다. 또한 진행에 있어서 진행자들간의 노골적인 표현에 대한 웃음이 많아 진지함이 떨어지는 인상을 주었다.”
그날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면서 난 한 모니터요원을 생각했다. 그는 몇살일까? 남자일까,여자일까? 결혼은 했을까? 그는 ‘진지함이 떨어지는 느낌을 주었다’라고 썼다. 지하철이 서울대역을 지날 무렵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진지한 신음’이란 것이 존재할까? ‘그(!) 신음’조차 진지하게 내야 하는 곳, 그곳은 과연 뭐라고 불러야 하는 곳일까?
3. 성폭력과 낙태가 수없이 일어나는 사회. 그리고 그런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 성 관련특집 프로그램 또한 수없이 제작되는 우리 사회. 진지한 시그널 음악이 깔리고 ‘특집방송 청소년의 성, 이대로 둘 것인가’ 같은 타이틀을 사회자가 심각한 목소리로 읊는다. 그런 특집, 방송 백 번 해도 말짱 황이다. 방송 중엔 섹스 이야기를 하지만 방송만 끝나면 클리토리스, 피스톤 운동,주름,신음이란 말 쓰면 이상한 사람 취급받는다. 이런, 한 시간 짜리 특집 방송이 방금 끝났는데도 우린 조금도 더 자연스러워지지 않았다.
4. 이항규 박사가 쓴 책 <대학 없애야 우리가 산다>. 대학제도에 대해서 다루다가 불쑥 저자가 한 독일가정에서 점심 먹던 이야기가 등장한다. 15살 된 아들이 밥을 먹다가 어머니에게 묻는다. “어머니, 클리토리스가 뭐예요?” (시그널 음악도 없었다 ). 다른 친지들도 있는데 그 엄마, 낯색 하나 변하지 않으며 “그건 여자의 성기 윗 부분에 있는 아주 예민한 성감대야. 너도 나중에 여자 친구와 섹스 할 때 아주 조심스럽게 다뤄야 할 그런 곳이야. 그렇지만 그 부분의 느낌은 여자라고 해서 다 똑같은 게 아니기에 일률적으로 이야기해 줄 수는 없고, 하여튼 그 느낌에 대해서는 여자 친구와 항상 대화를 해 가면서 그녀의 느낌에 보조를 맞춰가는 게 중요하단다. ” 아들이 짓궂게 또 묻는다. “여자들 모두가 다 똑같은 게 아니라면 그럼 엄마의 경우는 어떤데?” 그러자 그녀, “그건 아버지만 아시는 비밀이지. 다른 사람은 몰라도 되는....”하며 미소로 받아 넘긴다. 이항규 씨의 이어지는 얘기: “그날 점심 시간에 제일 얼떨떨해 있던 사람은 바로 나였다.”
5. 26년의 긴 신앙 생활을 하는 동안 한국 교회가 나에게 가르쳐주지 못한 <자연스러움>. 난 그 책에 등장한 그 자연스러운 대화를 난 읽고 또 읽었다. 그 대화가 너무 아름다워서 눈물이 났다. 그렇다, 맥락이 중요하다. 자연스러움이 중요하다. 자신의 몸과 욕망과 쾌감에 대해서 웃으며 말할 수 있는 태도가. 그 사십대 후반의 여인을 게스트로 초청할 수있다면. 그 여인을 초청할 수만 있다면!
6. 그날 연극 평론가 이영미 씨와 장주희 아나운서는 완벽했다. 두 사람은 더듬거리지 않았다. 긴장하지 않았다. 두 여자가 자연스럽게 웃는 웃음소리를 스튜디오 안에서 들으며 난 얼마나 만족스러웠는지! ‘그래, 지금 이 웃음 소리, 몇 개의 성 문제 특집 방송이 해내지 못하는 것을 하고 있는 중이야! 이 웃음 소리! 이 자연스러움! ’
7. 지하철이 사당역을 지나고 있었고, 난 여전히 ‘신음’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다. 창세기에 나오는 여섯 번의 ‘보시기에 좋았더라’ 외에 , 여섯 째날 밤과 일곱째 날 아침 사이에 들어가야 할 새로운 구절 하나가 떠올랐다. <듣기에 좋았더라>. 여섯째날 밤 에덴 동산에서 들렸을 <그 소리>가 그분의 귀에 좋게 들렸던 단 한가지 이유가 있다면, 그건 그 소리가 <진지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아담과 이브, 요셉과 마리아. 그들이 항상 진지하진 않았을 거라고 나는 믿는다. 진정한 기독교는 밤에 진지하지 않다. (1997.9.1.)
* 피디 4년차, 서른 초반에, CBS 노동조합 노보에 기고한 글.

2013년 11월 4일

마흔 후반에 옷을 벗다

CBS 노보 / 마흔 후반에 옷을 벗다 ( CBS 선교TV본부 선교제작국 신동주PD)
 
1. 인터넷에서 낯선 이와 쪽지를 주고 받다가 야심한 시간에 오프라인에서 만난다. 무엇을 하려고? 번섹? (이라는 단어가 마침내 CBS노보에 등장했다ㅋㅋ) 노노노. 남자들과 <수다>를 떨려고. 그렇다. <박샘의 위대한 수다>라는 팟캐스트에 6개월째 출연하고 있다. 박샘과 정도령과 신피디 이렇게 3명의 남자가 한 달에 한 번 모여 책 한 권을 놓고 수다를 떤다. 지금까지 내가 정해서 같이 수다 떤 회차 제목을 살펴보면: 1)내가 버린 책들 2) 불완전한 책들 3) 정기적으로 읽는 책들 4) 내가 끊은 남성잡지들 5) 38년만에 다시 읽은 책들 6) 내 직업을 결정해준 책, 되겠다.

2. 휴직을 하고 미국에 있을 때 아이들에게 그랬다. 아빠는 나중에 재능기부를 하고 싶어.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고 싶어. 동네 아이들에게. 다시 복직하자 그게 쉽지 않았다. 그때 팟캐스트에서 책을 소개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내 신학과 어울렸다. 자기가 좋아하고 잘 하는 일을 하는 게 신이 기뻐하는 일이다, 라는 신학. 그래서 팟캐스트 녹음을 시작했는데 하면서 배우고 있는 것 한 가지는, 불완전한 나를 포장하지 않고 타인에게 내보이는 것. 나는 <완벽한 글>로만 - 그러니까 완벽하게 컨트롤된 상태에서만 - 사람들을 만났는데 <녹음>에서는 그게 통하지 않았다. 얼마나 민망한 포즈가 많이 생기는지 ㅠㅠ. 녹음 끝내면 한 이틀은 혼자 있어도 민망하다. 그때 내가 혼자 중얼거리는 말. “괜찮아, 괜찮아.도덕적인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뭐ㅠㅠ 첫 녹음 끝내고 쓴 일기 보니 , 나는 왜 이렇게 말을 못할까”. 4, 5회 끝내고 쓴 글 읽어봐도 왜 난 이렇게 말을...”. (잠깐. 난 지금 정말 잘 못하는 걸 하고 있구나! 그럼 이 팟캐스트, 신의 뜻을 거스르고 있다는 건데! ㅠㅠ ) 하나, 이렇게 <잘 못하는 걸> 계속 하고 있는 이유는 <이상하게> 누군가 위로를 받았다고 연락을 해주어서. 연락은 주로 메시지로 온다. 주로 여성이다. 흠흠. 마흔 후반에 불완전한 내 솔직한 모습 드러내는 걸 배우고 있다. 불완전함도 도움이 된다는 걸 배우고 있다.
 
3. 녹음을 끝내면 하는 일이 한 가지 있다. 제일 인상적인 댓글을 단 사람에게 내가 갖고 있는 책 한 권 < 내가 우편료 내서 > 보내주는 것. ㅋㅋ 어떤 때는 28천원짜리 책- 지금은 더 이상 안 보는 - 을 발송하기도 한다. 이상하게 그러고 싶었다. 누군가 얼마나 놀라겠는가! (기쁘겠는가!) 이전에 라디오PD시절 취재하다가 한 엘리베이터에서 발견한 글귀. “오늘, 미친척 하고 친절을 베풀라”. 십 수년 전에 본 그 말을 요즘 자주 생각, 실천(?)하고 있다. ㅋㅋ 우리 CBS 선후배 동료들의 불완전함이 - 완전함이 아니라! - 우리 이웃을 놀라게- 그러니까, 기쁘게 - 해줄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 다같이 완전함의 옷을 벗어버려요! 더 많은 민망함을 경험해봐요! ().
 
(각주) 팟캐스트 <박샘의 위대한 수다>는 팟빵과 아이튠즈에서 매주 금요일 업데이트 된다. 총신대에서 신학, 한양대에서 공연예술을 전공한 박샘박준용 씨(사회), 중앙대 문화연구학과에서 정신분석학 관련 논문을 쓰고 있는 정재원 씨(PD),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에서 「 대중영화의 상호 알리바이체계 : 동시대 한국영화의 상대주의적 소통방식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청어람아카데미 영화이론 강좌에서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킨 최은 영화평론가(게스트), 그리고 비쥬얼(^^;;)의 신모 피디(게스트) 출연하여 매주 고전, 연극, 영화, 화제의 책을 놓고 수다 떨고 있다. 이 수다(www.adzero.kr)는 방송 후 기독교웹진 크로스로(www.crosslow.com)에 텍스트로 실리고 있다.
 

2013년 11월 3일

나는 새디스트

오늘 결국 못 참고 강남에 갔다. 밖에 서서 출입구를 쳐다봤다. 들어갈까. 들어갔다. 첫경험. 실내 풍경이 낯설었다. 사진을 찍어도 된다 해서 사진을 두 장 찍었다. 30분 넘게 둘러보고 그냥 나오려는데 그녀가 말을 걸었다. 그녀와 함께 밖으로 나왔다. 그녀의 이름은『일리아스, 영웅들의 전장에서 싹튼 운명의 서사시 』(그린비, 강대진 지음). 2만천원 정가책을 9천4백원에. 알라딘중고서점 강남점. 지금 그녀와 함께 침대 위. 난 새디스트. 모든 여성을 난폭하게 다룬다. 마구 긋고 쓰고 접는다. 내가 함부로 대하지 않는 여성은 딱 한 명. 성경. 어떤 줄도 치지 않는다. 줄은 치면, 줄 친 부분을 읽다보면 옛 기억과 느낌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2013년 10월 23일

지구를 지켜라 (2003년)

『우상의 추락』을 다 읽은 뒤 장준환 감독이 만든 <지구를 지켜라>를 봤어요. 저는 노출 연기는 나름 소화를 잘 하는데 폭력적인 장면은 견디질 못해요. 고문 장면이 많아 손으로 눈을 가리고 손가락 사이로 봤어요. 신하균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신하균 나오는 거 끝까지 본 건 JSA 다음에 이게 처음인 것 같아요. 중간에 그가 이런 말을 해요. (사실 비명이어요) 내가 미쳐 갈 때 당신들 뭐했어! 지하철 타고 집에 오는데 그 질문이 이상하게 성경 구절처럼 제 맘을 무겁게 했어요. 지금 누군가 슬퍼 외로워 미쳐가고 있는데 나...

2013년 10월 22일

『우상의 추락 - 프로이트, 비판적 평전』, 미셀 옹프레 지음

집에 오는 길 지하철에서 읽은 책은 『우상의 추락 - 프로이트, 비판적 평전』. 미셸 옹프레 지음. 글항아리 출판사. 5분의 1. 아니, 7분의 1로 줄였으면 좋았을 책. 711페이지. 집에 오자마자 서가에서 꺼내 가방에 넣은 책은 『눈의 황홀 - 보이는 것의 매혹, 그 탄생과 변주』. 마쓰다 유키마사 지음. 바다출판사. 오, 2만8천원! 가격을 확인하고 잠시 망설였다. ㅋㅋ 내가 출연한 팟캐스트를 듣고 소감 댓글을 올린 이들 중 한 사람에게 책을 선물로 보내주는 아름다운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넉달 째. 이상하게 이번에는 이 책이 떠올랐다. 받는 분의 직업과 어울리는 책이다. 내일 발송할 예정. 그렇다고 『우상의 추락 』이 형편없는 책은 아니다. 사실은 맘 속으로 무척 공감, 지지하며 읽고 있는 중이다. 요지는 이렇다. 프로이트는 개인적인 경험을 전인류의 문제로 일반화시키는 오류를 범했고,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거짓을 행했다. (자세한 내용은 생략). 너무 긴 건 죄다, 라는 마크 트웨인의 경구를 글쓰기의 좌우명으로 삼는 내가 이 너무 긴 책,을 계속 읽고 있는 건 저자가 쓴 이 책 서문 때문이다. “열다섯 살 때 나는 프랑스 오른 지방의 아르장탕 군청 앞 장터에서 프로이트를 처음 알게 되었다. 표지에 인쇄되어 있던 그의 모습이 내 눈길을 끌었다. (...) 헌책 좌판은 장을 보러 나온 풍만한 농갓집 여성들을 위한 브래지어와 베이지색 거들, 보정용 철사를 넣은 속옷을 파는 좌판과 모파상의 소설에서 튀어나온 듯한 남자들이 눈독을 들일 만한 자질구레한 양철제품을 늘어놓은 좌판 사이에 끼어 있었다.” 풍만한,부터 연필로 줄을 치기 시작했고 난 내가 이 책을 끝까지 다 읽을 거라는 걸 알았다. “나는 그때 살레시오회(1859년 요한 보스코가 창립한 수도회) 수도사들이 운영하던 고아원에서 4년을 보내다가 막 바깥세상으로 나온 참이었다. ”, “고아원에 있던 수도사들 중에 소아 성애자가 몇 있었기에 나는 고아원에 있는 동안 언제 치욕스러운 일을 당할지 몰라 항상 불안에 떨며 살았다”, “그리고 그 무렵부터 지옥 같았던 하루하루를 견디게 해준 구원자는 다른 아닌 책이었다”. 3만2천원. 형편없지는 않으나 그렇다고 구매나 일독을 권하기도 어려운 곤혹스러운 책이다.  

2013년 10월 20일

야구

야구를 거의 안 보지만, 야구와 함께 사는 옆자리 동료에게 야구 지식을 얻어 듣는다. 오늘 분당 어머님댁에 가서 저녁 먹고 케이블을 틀었더니 8회였다. 봉중근이 올라왔다. 내 생각에 봉중근에게 있어 가장 결정적인 순간은 8회 시작이 아니었다. 홈런을 맞아 1점을 준 그 시점이었다. 우리가 자주 경험하는 순간이다. 무언가 일을 그르쳤다. 이미 시간을 낭비했다. 어이없게 또 죄를 지었다. 그 상황에서 한 점 잃었다고 경기 포기하지 않고 노히트노런 투수처럼 던지는 거. 하루 낭비했다고 포기하지 않고 남은 저녁 시간 열심히 사는 것. 지금이, 내게 있어선 봉중근의 8회 피홈런 직후의 순간. 어머니 알뜰폰은 저녁 먹기 전에 이마트에서 샀다.

2013년 10월 18일

내 직업을 결정해 준 책(팟캐스트) - 6




[박샘의 위대한 수다 팟캐스트] '내 직업을 결정해 준 책' (듣기 클릭)

"개인적으론 이번 방송을 즐겁게 만들었다. 사실 녹음 때는 TV에 관한 뻔한 이야기가 오갈까봐 걱정했다. 하지만 신 피디만의 통찰과 남들은 상상하기 어려운 경험을 통해 방송이 독특해 졌다. 사람들이 왜 신 피디를 좋아하는지 알 것 같은 방송이었다. 그리고 이번 편집엔 기존에 쓰지 않았던 음악을 넣었다. 바하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신 피디가 지루할 때 들었던 음악이라고 한다. 즐감하시길. 물론 조금 웃길지도 모른다. " _ 팟캐스트 PD 정도령 

"중독자가 중독자에게" _ 신동주PD 

2013년 10월 7일

『죽도록 즐기기』(원제:Amusing Ourselves to Death)

출근하면 한겨레신문을 읽는데 오늘 내가 일하는 사무실 6층 상황이 신문 '인사'란에 실렸다. 바로 옆에서 뵙고 보고 하는 이들의 이름이 신문에 실리니까 기분이 이상했다. 그렇다. 조직개편이 있었다. 어제까지 CBS> 콘텐츠본부> TV국> 외주특집부>에서 일했다면, 오늘부터는 CBS> 선교TV본부> 선교제작국> 제작팀>에서 일한다. 후배 M이 제작해 오던 크리스천특강 C스토리를 이어 제작하게 됐다. M이 워낙 체계를 잘 잡아놓아서 그냥 숟가락만 얹는 그런 느낌이다. ( 약간 걱정이다. C스토리가 S스토리로 변하는 건 아닌지. S...지금 당신이 생각하는 그 S 맞다 ㅋㅋ) 낮에 교보에 가서 닐 포스트먼(Neil Postman)이 쓴 『죽도록 즐기기』(원제:Amusing Ourselves to Death)를 샀다. 23년 전 이 책을 읽고 라디오PD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다음 주 월요일 팟캐스트 박샘의 위대한 수다 녹화때 이 책을 소개한다. 부제는, "내 직업을 결정해 준 책". 집에 분명 23년 전에 읽은 책 있을텐데 어젯밤 찾지 못했다. 책이 산더미로 쌓여 있어, 있다는 거 뻔히 알면서도 한 권 더 사는 슬픈 일이 최근 자주 발생한다. 녹화 때 그 얘기를 할 생각이다. 사당동 신혼시절, 총신대학교 도서관에 가서 입사 시험 준비 하던 어느 날 SBS에서 전화해서 8시 뉴스 앵커 바꿔달라고 한 뒤 - 바꿔달라고 했더니 정말 바꿔줬다! - 내가 한 질문. 그리고 그 앵커의 답변.

2013년 10월 5일

서울농학교 - 1

내일은 어머니가 20년 넘게 교사로 재직하셨던 국립서울농(아)학교 100주년 기념식이 있는 날이어요. 학교는 효자동에 있어요. 교문을 들어서면 아주 큰 느티나무가 하나 있어요. 학교 본관 정문으로 들어가면 그 느티나무를 소재로 쓴 멋진 기념시가 걸려 있고요. 어머니가 쓰셨어요. 어떻게 끝을 맺는 게 좋을까, 제가 대학생 때 어머니가 고민하고 계시길래 제가 알려드렸죠. 제가 생각해도 멋진 맺음이었어요. 나중에 혹 농학교 방문하시면 감상해주세요. 내일 그 시 앞에서 어머니와 기념사진 한 장 찍을 생각이어요. 어쩌면 어머니와 저의 농학교 마지막 방문이 될지도 모르겠어요. 20대의 여교사와 그의 어린 아들이 함께 뛰어놀던 곳. 

서울농학교 - 2

12시반에 고속터미널에서 어머니를 만났는데 무척 이쁘셨다. 그래서 기분이 좋았다. (하늘색 가디건, 주홍색 빵모자와 스카프). 경복궁 3번 출구에서 내리자 농학교까지 가는 차량이 대기 중. 차에 타는 순간부터 어머니, 사람들과 폭풍 수화 시작. 나만 외톨이ㅋㅋ학교정문에 들었섰더니 느티나무 보임. 어머니는 오래간만에 본 제자, 교사들, 친구분들과 끊임없는 인사. 그 중 한 분이, "문선생님, 저는 요즘도 매년 국어시간 첫 수업 때 느티나무 시로 수업을 해요" 오...! 어머니와 나만 기억하는 시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구나.(감동) 본관으로 올라가서 액자에 걸린 시 대면. 노란조끼 입은 수화 자원 봉사자 여성 둘이 시 앞에 서더니,읽더니, 사진 찍음. 어머니가 부끄러운 목소리로 "저는 이 학교에서 근무했고 이 시를 썼어요 ". 두 사람 엄청 놀람. 아 그러세요 아까 이 시 봤는데 너무 좋더라구요. 옆에서 대화 듣다가 "결론 부분은 제가 썼어요"하려다가 그만 둠. 자원봉사자 두 명과 헤어져 운동장으로 나와 제막식에 참석.

<느티나무>

넌 가슴이 답답할 때
울지 않았지

넌 이곳에 태어난 걸
원망하지 않았지

넌 그 큰 비바람에도
자람을 멈추지 않았지

그래서 너는 이토록
자랑스럽게 하늘 우러러
우리들이 기댈 수 있는
친구가 되었어

(1991.10.2)

*농학교에서 오늘 이 시 다시 읽는데 왠지 말없이 가정을 지키는 아내, 밖으로만 돌다가 후에 아내의 존재에 고마와하는 남편에 대한 시 같다는 생각함 ;; (2013.10.3)

대학원 세미나 - 1

대학원 세미나 중이었다. 성인들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교육철학 시간이었는데 섹스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그때 내가 진지하게, 앞으로 섹스라는 말 대신 꼭 '부부 간의 섹스'라고 하자,고 했다. 부부 사이의 섹스가 아닌 건 (혼전,혼외) 죄이고, 그렇기에 세상에는 '부부간의 섹스'와 '죄'만 있을 뿐 그냥 섹스,라는 건 없다, 난 그런 죄가 포함돼 있을 수도 있는 중립적인 용어 사용에 반대한다. 라고 했다. 교수와 예닐곱명의 대학원생 모두 아무말 없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세미나는 다시 진행됐다. 23년 전 한 수업 시간 스케치이다. 한 근본주의적 크리스천이 대학원을 다니고 있었다.

대학원 세미나 - 2

아들이나 나나 종종 기독교에 대해 글을 쓴다. 근본주의적 기독교에 대한 비판의 글을 아들도 나도 종종 페이스북에 올린다. (서로 좋아요,는 누르지 않지만 서로의 글을 읽는다.) 오늘은 전화 통화하면서, 그런 비판의 글을 쓸 때 어떤 태도가 바람직할까에 대해 서로 이야기했다. 아들은 내가 옛날에 들려주었던 대학원 세미나 섹스 용어 얘기가 생각난다고 했다. 같이 웃었다. "그래. 아빠 엄청난 근본주의자였다. 그래서 아빠는 이제 어떤 근본주의자를 비판하는 글을 쓸 때 '과거의 나'에게 글을 쓴다고 생각하고 써. 아빠가 그랬거든. 과거의 나,를 조롱할 수는 없잖아. 사실 공격하거나 조롱한다고 타인이,근본주의자가,과거의 나,가 변하는 것도 아니고. 시간이 참 많이 걸려. 아빠 경우를 보면." 

2013년 10월 1일

직원 예배

기도는 주로 지하철에서 한다. 일어나서 바로 하는 사람도 있는데 난 비몽사몽. 오늘은, 그제 우주의 의미를 찾아서를 다 읽었서 그랬는지 몰라도, 이 신비로운 우주를 만드신 그 분께, 당신은, 그래요, 당신은 정말 신비롭네요, 당신이 어떤 분인지 정말 궁금해요, 라고 말하고 싶었다. (궁금하다,는 내게 있어서 찬양의 의미를 갖는다.) 그런데 2인칭 대명사 당신,에서 걸렸다. 무례하단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하나님, 해봤다가, 아버지, 해봤다가, 그대는, 해봤다가. (점점 회사는 다가오고...) 아무리 해도 내가 살리고 싶었던 맛(내 마음)이 살지 않았다. , 정말이지 당신,이라고 부르고 싶었다. (그런 느낌있지 않은가, 부부끼리, 어느날 그윽한 눈빛으로, 당신은 정말 좋은 사람이야, 할 때 그런 당신). 그러다가 불현듯 떠오른 생각. 영어로 하자. 그래, 영어로 하면 되겠네. 그래서 영어로 했다. 우리 회사는 직원들이 돌아가며 아침 예배 사회를 본다. 내일은 내 차례.모든 내용은 순서지를 그대로 읽는 것. 기도만 준비하면 된다. 한국어로 할 생각이다.


하나님 ,
이 자리에서 함께 기도하는 우리 직원들과직원들의 가정과,
우리 회사를 하나님께서 붙들어주십시오.
저희를 풍요롭게 하여주십시오.
그래서헛된 곳에 손 벌리지 않을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그러나너무 풍요롭게 하지는 말아주십시오.
차라리조금은 부족한 듯 하게 하여주셔서,
매사에 하나님을 기억하고의지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하나님의 성실하심하나님의 신실하심만이
저희 직원과 가정과, 60주년을 맞는 우리 회사가
의지하고 자랑하는 풍요로움이 되게 해주십시오.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아멘.

(2013.10.1.)

『우주의 의미를 찾아서』(알리스터 맥그라스)

알리스터 맥그라스(Alister E. McGrath)24살에 옥스퍼드대학교에서 분자생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2001년 역사신학과 조직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과학의 문제에 대해 과학으로 답할 수 있는 유일한 신학자라는 평을 받는다. 우주의 의미를 찾아서(원제: Surprised by Meaning: Science, Faith, and How We Make Sense of Things)사람들은 왜 그토록 범죄소설에 열광할까?” 라는 문장으로 시작. (p.1). 이어서 탐정소설이 엄청난 호소력을 가지는 것은 일견 무관해 보이는 사건들을 이해하려는 우리의 깊은 열망을 풀어주기 때문이라고 말한 탐정소설 작가 도로시 세즈의 말 인용.(p.2) 이 우주의 다양한 사실들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이론은 무엇일까,에 대해 묻고 답함. 69쪽에서 대학 입학 후 자신의 무신론이 흔들리는 상황 묘사하는데 무척 인상적. (지금 무신론을 비난하고 유신론을 지지하는 중 아님. 한 과학자가 과학의 한계에 대해 깨닫게 되는 과정을 소개하는 중). 가장 신뢰하던 분야가 흔들리자 맥그라스 그런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무척 애를 썼다”. (이 부분 읽는데, C.S.루이스가 했던 말 떠오름. 유신론자에게도 신이 없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있고, 무신론자에게도 신이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런 유혹이 올 때 자신의 유신론, 자신의 무신론을 지켜내는 데는 굳건함이 필요하다, 라는 식으로 말했다고 기억됨.) 같은 팩트를 놓고도 어떤 이데올로기를 가졌냐에 따라 전혀 다른 설명이 가능하다는 걸 잘 제시하고 있음. 예를 들어 도킨스는 유전자의 존재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 “ 유전자들은 거대한 영토 안에, 장대하고도 다루기 힘든 로봇들 안에 안전하게, 외부 세계와 단절된 채 떼로 모여 거주하면서 , 구불구불하고 에두른 길들을 통해 외부 세계와 소통하고, 원격 조종으로 그 세계를 조종한다. 유전자들은 여러분과 내 안에 있다. 그것들이 우리를, 몸과 마음을 만들었다. 그것들을 보존하는 것이 우리가 존재하는 궁극의 이유다.” 이제 위 진술에서 유일한 팩트 유전자들은 여러분과 내 안에 있다만을 남기고 나머지 부분을 다른 종류의 설명으로 채운 글 하나 소개. “유전자들은 거대한 영토 안에 붙잡혀 있고, 대단히 지능이 높은 존재들 안에 갇혀 있으며, 외부 세계에 의해 만들어지면서 , 복잡한 과정들을 통해 외부 세계와 소통한다. 이 복잡한 과정들을 통해 마치 마술에 걸린 것처럼 자기도 모르게 기능이 등장한다. 유전자들은 여러분과 내안에 있다. 우리는 시스템이며 이 시스템은 유전자들의 암호가 해독되게 해준다. 유전자들이 보존되느냐는 우리가 우리 자신을 다시 만들어 낼 때 체험하는 기쁨에 온전히 달려있다. [바로] 우리가 유전자들이 존재하는 궁극의 이유다.” (데니스 노블, 옥스퍼드대학교 시스템 생물학자). 유전자, 우주의 기본상수, 빅뱅, 진화론, 의미 등에 대해 재미있게 서술. 13장인데 마지막 석 장(챕터)은 약간 설교 같아서 약간 지루함. 1장에서 10장은 일독을 추천. 지금 이 책 빌려달라는 후배 있어서 회사 3층으로 내려가려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