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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4월 8일

『성경을 공부할 수록 궁금한 49가지 바이블 FAQ』 (민영진 지음, 대한기독교서회)를 오래 전에 읽고.

1. 사람들이 성경을 읽다가 궁금하면 대한성서공회 홈페이지에 질문을 남겼다. 전 대한성서공회 총무이자 현 대한성서공회 번역자문위원인 민영진 목사가 답을 달았다. 그 중 대표적인 질문 49가지를 모아 만든 이 책을, 어느 날  손에 쥐게 되었다.

2. 책의 구성은 이런 식이다. 예를 들어 45번 질문을 보자. : "민영진 목사님께. 기독교의 경전을 『성경전서』라고도 하고, 『구약전서』 혹은 『신약전서』라고도 하는데, 『성경』이나 『구약』이나 『신약』 등 기독교의 경전과 관련된 이러한 이름들의 유래를 알고 싶어요. 이런 질문도 대답해 주실 거지요? 고맙습니다. 궁금이 올림. " 45번 질문에 대한 답변 중 일부를 소개하면  이렇다 : "궁금이 님께, (...) '성경'은 『성경전서』를 줄여서 부르는 이름입니다. 처음 두 자를 취한 것입니다. '성서'는 본래는 그런 것이 아닙니다만, 『성경전서』의 첫 자와 마지막 자를 취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두 가지 모두 경전을 일컫는 이름입니다. '경'이나 '서'에 가치판단의 구분은 없습니다. 예언서들은 으레 예언서/선지서라고 부르지 절대 예언경/선지경이라고 하지 않습니다.로마서,고린도전후서,야고보서라고 하지, 로마경,고린도전후경,야고보경이라고 하지 않는 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원 답변은 훨씬 다양한 측면을 자세하게 설명하지만 여기서는 부득이하게 인상적인 한 문장만 소개). 

3. 이 책의 <가장 큰 특징> 하나를 위 질문과 답변에서 찾아볼 수 있다. 무엇이냐 하면, 바로 <필명>이다.  대부분의 질문자는 필명을 쓴다. 그리고 저자는 답변을 시작할 때 그 필명을 불러준다. 질문자가 김궁금 장로,라고 자신을 밝히면, 답변은 김궁금 장로님께,로 시작한다. 게으름뱅이 올림, 게으름뱅이 님께. 열 받은 신자 드림, 열 받은 신자 님께. 이런 식이다. ( 참고로, 바로 전 질문자가 열 받은 이유는 누가복음 16장 1절~9절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질문했다. "민영진 목사님,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본문이 있습니다. 본문의 문장이나 구문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진술된 내용 자체를 용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 이 말은 불의한 재물로 친구를 사귀어도 된다는 뜻입니까? 불의한 재물로 친구를 사귄다는 말이 '뇌물'과 다른 게 뭔가요? 열 받은 신자 드림." )  

4. 개인적으로 내 관심을 끄는 질문들(과 답변들)을 먼저 읽었다. 그랬기에 <8번 질문>을 읽게 된 건 시간이 꽤 흐른 뒤였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난 침대에 누워서 책을 읽고 있었다. 8번 질문은 이러했다. "목사님, 디모데전서 2:15에 참으로 이상한 말씀이 있습니다. '그러나 여자들이 만일 정절로써 믿음과 사랑과 거룩함에 거하면 그 해산함으로 구원을 얻으리라'. 여자는 임신하여 아이를 낳아야 구원을 받게 된다는 말로 이해가 됩니다. 저는 결혼한 지 10여 년이 지나도 아직 아이를 갖지 못하고 있습니다. (...) 제가 그리스도인으로 구원을 받고 안 받고 하는 문제보다는 저 자신이 아이를 가지고 싶은 생각이 간절합니다 (...) 제가 구원을 받지 못하는 한이 있어도 아기는 가지고 싶습니다. 그런데 이런 본문은 우리 같은 석녀(石女)를 너무나도 괴롭힙니다. 석녀 올림."  나 역시 평소 읽을 때마다 좀 의아해 하던 구절이었기에, 나는 저자가 어떤 답변을 할지 궁금해 하며 답을 보기 위해 페이지를 한 장 넘겼다. 전체 답변은 몰랐지만 적어도 첫 문장이 어떻게 시작할지는 알았다. 석녀에게. 

5. 그리고 나는 틀렸다. <자매님께>. 답변은 그렇게 시작했다. 나는 지금도 정확한 이유를 모른다. 그 순간 갑자기 내가 왜 그렇게 심하게 울기 시작했는지. 목젖이 뜨거워지고 가슴에서부터 딱딱한 울음 덩어리가 올라와 나는 꺽꺽대며 울었다. 그렇게 몇 분을 울었다. 필명을 그대로 부르던 분이, 그 여성에게만큼은, 이 책에서 지켜오던 원칙을 깨고, 석녀라고 부르지 않고 자매님이라고 불러준 것이 너무 고마웠다. 이상한 일은 그 다음부터 일어났다. 누군가에게 이 책을 소개하는 도중에 석녀, 자매님 얘기만 하게 되면 나 스스로 컨트롤이 안 될 정도로 눈물이 쏟아지는 거였다. 매번 그랬다. 심지어 한번은 확인을 해보고 싶어서 일부러 이 책을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그날도, 내 눈에선 민망할 정도로 눈물이 쏟아졌다. 그날 이후로는 사람들 앞에서 이 책 이야기를 잘 꺼내지 않았다. 아, 딱 두 번 더 꺼낸 일이 있다. 한 번은, 내가 연출하던 <새롭게하소서>에 민영진 목사님을 모셨을 때였다. 녹화전 대기실에서 민목사님께, 이 책을 읽으며 느낀 감동을 <차분하게> 말하다가 자매님,에서 또 울고 말았다. 나머지 한 번은, 신학펀치 섭외를 위해 인천으로 사본학 전문가 M교수를 만나러 갔을 때였다. 그날도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걸  참느라 힘들었다. 요즘도 가끔 스스로에게 묻는다. 내 그 <울음들>은 도대체 무엇 때문이었을까. 

2021.4.7.
신동주 


* 저자가 머리말에서 밝히는 바에 따르면, 이 책에 수록된 질문들 중 일부는 (저자가 정기적으로 글을 싣고 있는) 성경연구 월간지 <햇순> 독자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나왔다. 공동체성서연구원(http://newsprout.org)을 방문하면 <햇순>이 나오는데  메뉴에서 '성서 난해구 해설'을 클릭하면 이 책 『성경을 공부할 수록 궁금한 49가지 바이블 FAQ』에는 실리지 않은 수백 편의 질문과 답변들을 누구나 읽을 수 있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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