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17일
프롤로그 콘티
2024년 10월 16일
투표하던 날
오늘 아침에 메시지 성경을 읽었다. 아침으로 먹을 누룽지탕에 부을 물을 끓이며 메시지 성경의 시편을 한 장씩 읽는다. 회사 가는 길에 투표소에 들려 투표를 했다. ---- 오늘 오전에는 우리 잘잘법팀과 A출판사의 B대표, C팀장, D팀장이 함께 하는 미팅이 있었다. 안건에 대해 논의를 오래 하고 점심을 함께 먹었다. 점심 식사 시간에는 좋아하는 책 이야기를 자유롭게 할 수 있어서 좋았다. B대표가 내게, "악수를 하면서 목소리를 듣자 무장해제가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맞다. 내 첫인상이 좀 무섭다는 말 종종 듣는다 : ) --- A출판사 팀과 헤어진 뒤 후배 E와 함께 공원을 좀 걸었다. 오늘 오전 회의를 하면서도 우리 둘이 정말 잘 맞는 선후배, 팀동료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이런 경험을 하게 해주시는 신께 감사드린다. --- 오늘 탕비실에서 커피를 내리는 직원 F와 처음으로 대화를 나누었다. 얼마 전부터 우리 사무실에서 일하게 됐는데 대화를 나눈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 그가 직원 아침 예배에 참석하는 걸 몇 번 봤기에 "오늘도 아침 예배 참석했었나요?"라고 물었다. --- 00편 편집을 마쳤다. 000편 프롤로그를 만들었다. 000편 자막 최종 검수를 했다. -- 퇴근길에 헬스장에 들렸다. 내가 이 시간에 이 자리에서 이런 동작을 하며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다는 게 신비로웠다. 집에 와서 샐러드와 강된장밥으로 저녁을 먹었다. 김창옥쇼를 잠시 보다가 분리수거를 하고, 동네 편의점에서 커피를 산 후 동네 산책을 했다. 이상하게 요즘 전봇대, 전깃줄로 어지러운 골목길 풍경을 보면 너무 정답게 느껴진다. 마음이 뭉클해진다. 달이 떴다. 요즘 다시 서가에서 꺼내 밤마다 아무 데나 펴서 읽고 있는 일본 수필집 <도연초>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한 대목이 떠올랐다. <<아키모토(顯基) 츄나곤(中納言)이 "유배지에서 죄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천상의 달을 바라보고 싶구나"라고 한 것 또한 과연 이해가 간다>> 혀로는 아아의 산미를 느끼고, 눈으로는 전깃줄 근처의 달을 평안한 마음으로 볼 수 있다는 게 감사했다.
2024년 3월 10일
부부 이야기
나는 부부가 함께 맞는 우승 소식을 들으면 괜히 눈물이 난다. 이전에 이런 짧은 이야기를 지은 적도 있다.
1. 이세돌과 겨루는 알파고를 개발한 건 한국의 한 영세한 스타트업이었다. 올해 41세의 민기에게 알파고는 마지막 기회였다. 민기는 7년 전 연주와 결혼 했고 5살 된 딸이 있었다. 전세를 살고, 갚아야 할 대출금이 있고, 조부로부터 바둑을 배웠다. 지인의 소개로 이세돌을 만날 수 있었다.기적 같은 일이었다. 한 판이라도 이겨야만 했다. 알파고는, 마지막 기회였다.
2. 시합이 시작됐다. 후배 동료가 불러주는 알파고의 착점이 부착한 리시버를 통해 민기의 귀에 들려왔다. 다섯 수까지는 이상이 없었다. 그때였다. 후배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민기 선배, 작동을 안 해요. 알파고가 작동을 안 해요".
3. 바둑알을 쥔 민기의 손이 심하게 떨렸다. 이세돌이 의아하다는 듯 민기를 바라봤다.
4. 할아버지가 깍아주시던 참외, 할아버지와 두던 오목, 바둑 둘 때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기억났다. "두려워 하는 곳으로 가야한다, 민기아. 두려운 곳으로 가서 집을 만들어야 해 ". 바둑알을 쥔 민기의 손이 천천히 좌변 중앙 쪽으로 향했다.
5. 그날 언론은 알파고의 1승을 대서특필했다. 컴퓨터 본체가 있는 방에서 아내가 후배와 함께 걸어나왔다.여자의 눈엔 눈물이 맺혀있었다. "여보......." 여자는 남편의 목을 끌어 안았다. 두 부부 옆으로 이세돌이 지나갔다.
(민망하지만 이런 부부 등장 신파 스토리 좋아함 -.- )
2024년 3월 9일
『제일신학(First Theology』(케빈 밴후저 지음, IVP)의 제6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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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빗』(J.R.R. 톨킨 지음, 씨앗을뿌리는사람 역간)의 앞 부분에는 매우 시사적인 대화가 나온다. 그 장면은 간달프(Gandalf)가 빌보 배긴스(Bilbo Baggins)를 처음으로 방문하는 장면이다. "좋은 아침입니다!"라고 빌보가 말했다. (...) "그게 뭔 뜻으로 하는 말이오?"라고 그[간달프]가 물었다. "내게 좋은 아침을 원한다는 뜻이오? 아니면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좋은 아침이라는 뜻이오? 아니면 당신이 오늘 아침을 좋다고 느낀다는 뜻이오? 아니면 아침은 좋은 것이라는 뜻이오?" " 그것들을 다 말하는 것입니다" 빌보가 말했다. "더구나 바깥으로 나가서 담배 파이프를 물고서 담배를 피우기에는 더더욱 좋은 아침입니다" 그리고 조금 더 있다가 빌보는 매우 다른 발화수반적인 의도를 가지고 똑같은 발화행위를 사용한다. "좋은 아침입니다! 여기 있는 우리는 더 이상 어떠한 모험도 원치 않아요, 감사합니다." " 당신은 참 여러가지로 좋은 아침이란 말을 사용하는구려!" 간달프가 말했다. "지금은 내가 없어지기를 바란다는 뜻이겠지. 그리고 내가 떠나야만 좋은 아침이 되겠구먼." (p.2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