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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16일

『지극히 사적인 페미니즘』 (박소현 외 3인, 아토포스)을 읽고.

아들이 어제 저녁 때 루터교회에서 열리는 종교개혁 세미나에 가볼까 하길래 그러지 말고, 아들아, 그 시간에 아주 좋은 북콘서트가 하나 있는데 거기 가보는 거 어떠냐, 했더니 아들은 그러겠다고 했다. ( 나 혹시 이러다가 루터교회에서 파문 당... ㅋㅋㅋㅋ) 그렇게 아들은 공저자 4명이 모두 참석하는 <지극히 사적인 페니니즘>(아토포스 출판사) 북콘서트에 갔다.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는지 무척 궁금하다. 책은, 얼마전에 다 읽었다. 네 저자가 풀어내는 이야기 모두 소중했지만 내게 <사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목은 박소현 (Sohyun Park) 작가가 들려주는 첫번 째 이야기에 등장. 어찌보면 사소하고, 누군가에겐 과잉 반응,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으나 난 공감하고 또 공감. 지금 그 책, 나와 같은 루터교회 다니는 여성 한 명에게 빌려줬기에 기억에 의지해서 나누자면: 기혼자인 박 작가는, 여성들이 결혼을 하면, <그 즉시>, 시댁 식구들과 친정 식구들처럼 가까와질 것을 <당연하게 요구>하는 한국 문화에 대해, 나에게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라고 조용히 자기 생각 표명. 예의를 갖춰 누군가를 대한다는 것과 친해지는 건 다른 문제이고 후자에는 시간이 필요. 우리 주변에는 <그 즉시>와 <당연히> 때문에 오히려 싹도 틔우지 못하고 죽은 아까운 관계의 씨앗, 가능성의 씨앗 얼마나 많은지. < 제가 천천히 당신에게 다가가겠다는 것은 당신을 진짜 존경하고 싶어서예요. 진짜 사랑하고 진짜 친구가 되고 싶다는 말이에요 >. 페미니즘에 대해 아는 게 적어 이런 말하는 게 쑥스럽지만, 페미니즘은, 중간에 오해를 받고 시행착오를 좀 겪더라도, <시간이 걸리더라도>, 썩지 않는 쇼윈도 플래스틱 관계에 만족하지 않고, 언제든지 얼마든지 썪을 수 있는, 그렇기에 진짜 열매 맺을 수도 있는 관계,를 선택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가 될까...내게 천천히 다가온 며느리...와 캔맥주 마시며 영화와 루이스와 칭의론과....(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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