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2025년 1월 20일

쇼잉 업




영화 <쇼잉 업>을 봤다. 같이 본 사람들 때문에 영화 관람이 더 즐거웠다. 영화 속 여주인공 리지는 작품 전시회를 준비 중인데, 그녀는 찰흙을 빚어서 인물들을 만든다. 난 평소 내 글쓰기 방식이 조소(彫塑)에 가깝다고 생각했기에 이번 영화가 각별했다. 돈을 벌기 위해 일하고, 퇴근 후에는 작업을 하고, 그 모든 과정 중에 아버지과 남동생을 신경써야 하는 리지를 보며 K-장녀를 떠올렸다. 예술가의 미학이 아니라 예술가의 일상을 보여주었던 것이 내게는 참 좋았다. 카메라가 분주하고 번잡한 일상을 살고 있는 리지를 보여주다가 가끔, 오륙 초 정도 씩, 그녀가 만들고 있는 작품을 잡는데, 나는 그게 또 좋았다. 전시장에 전시됐을 때보다, 그녀의 어지러운 일상 가운데 놓여있는 전시 전 작품들이 더 감동적으로 느껴졌다. 리지가 조소한 인물들의 얼굴을 보면 하나같이 모두가 무언가를 견디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리지부터가 견디고 있어서 그럴 것이다. 영화 속 여주가 만든 작품들은 미국의 Cynthia Lahti 라는 작가의 작품을 모델로 했다고 한다. 사진은 Lahti의 데뷔 솔로 전시회 작품인 <green leg> (2021).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