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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3월 13일

<주께서 사랑하시듯 사랑하라>(로버타 본디 지음, 황윤하 번역, 비아)를 읽고.

 













새롭게 섭외한 A 목사님의 네 편의 강의 중 두 번째 편 편집을 마치고, 오늘 업로딩 되는 영상 섬네일을 팀원들과 함께 정한 후 퇴근했다. 오늘도 퇴근길에 단골 카페에 들려 <주께서 사랑하시듯 사랑하라>(로버타 본디 지음, 비아)를 읽었다. 3세기~6세기 무렵 사막에 들어가 살았던 그리스도인들(소위 사막의 교부들과 수도사들)의 삶과 신앙을 소개하는 책인데 이상하게 몹시 빠져들어 읽고 있다. 사실 나는 사막의 교부들 금언집들은 이전에 이미 꽤 읽었는데, 이상하게 이 책은 새롭게 다가온다. 아주 짧은 서문(이 책에선 '들어가며'라는 이름이 붙어있다)은 너무 인상적이어서 천천히 세 번을 읽었다. 너무 짧은 서문이라 통째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사람들을 처음 만난 건 20년 전의 일입니다. 당시 저는 대학원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여전히 그리스도교 신앙을 두고 씨름하고 있었지만 말이지요. 다시 저는 제 지성과 마음을 모두 하느님께 바칠 수 있는 신앙의 형태를 찾지 못했습니다.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그때는 그랬습니다. 어느 날, 도서관에 앉아 저는 6세기 마부그의 필록세누스(Philoxenos of Mabbug)가 쓴 설교집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 하느님과 다른 인간을 사랑한다는 것, 기도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흐릿하게나마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 몇 년 동안 저는 최대한 많이 이 전통에 속한 이들을 만났습니다. 그들은 제게 그리스도인의 사랑이 무엇인지를 매우 구체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모두를 위해 계심을, 우리는 서로를 위해,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세계를 위해, 그리고 하느님을 위해 있음을 가르쳐주었지요. 그들의 따뜻함, 통찰, 도움은 제가 받은 가장 커다란 선물이었고, 제 삶 속의 지속적인 원천이었습니다.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 어려운 현대 세계에서 이들은 여러분을 위한 선물이 될 수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 저자 로버타 번디를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1941년생이었다. 이름 때문에 난 저자가 남성인 줄 알았는데 여성이었다. 암산이 안 돼 계산기로 계산을 해보았더니 저자가 이 책 속 인물들을 처음 만난 건('20년 전') 그녀가 26세였을 때였다. 도서관에서 1500년 전 설교문을 '놀란 눈'으로 갈급하게 읽어내려가는 20대의 저자를 상상해 보았다. 어떤 마음이면, 수천 년 돼 돼 바스락거리는 글을 마치 생수를 들이키듯이 읽을 수 있는 것일까. 책날개에 적힌 저자 소개란에 이런 글이 보였다. "신학자 패트릭 헨리는 [그녀를] '기억의 마법사', '학문적인 것과 개인적인 것 사이의 벽을 무너뜨린 학자'로 평가했다." 그녀가 쓴 책 중에는 <고양이 닉>(Nick the Cat)도 있었다. -----  1장 시작, 2장 사랑, 3장 겸손, 4장 정념,을 다 읽고 지금 5장 기도,를 읽고 있다. 마지막 6장은 '하느님'이다. 사막의 교부들에 따르면 겸손은 " '나'를 다른 사람들과 (긍정적인 의미로든 부정적인 의미로든) 차별화된 존재라고 여길 필요가 없음을 뜻합니다 (....)겸손을 익힌다는 것은 다른 사람과 견주어 애써 특별한 존재가 되려는 욕망을 내려놓는 것, 다른 사람이 어떤 부분에 있어 나보다 무언가를 더 잘한다 해서 괘념치 않는 것을 뜻합니다. 교만은 결국 상처를 남기지만 , 겸손은 두려움을 없앱니다. 우리를 진실로 용감하고 강하게 만드는 것은 겸손입니다". (p.182-183). 그녀 덕분에, 나도 오래 돼 바스락거리는 지혜에 쫑긋 귀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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