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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29일

사본학에 대하여

집으로 오기 전 사무실에서 미국에 있는 친구에게 보낼 카드를 썼다. (친구가 한 명 어제 다리 수술을 받았다.) 카드에는 병상에 있을 친구가 보면 힘이 될 시편 구절을 영어로 썼다. NIV 영어 성경을 보고 천천히 베꼈는데 베끼면서 성경 사본학, 특히 필사 과정 중의 다양한 변개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짧은 두 절의 시편을 카드에 옮겨적는 과정에서 난 세 번의 실수를 저질렀는데: 제일 먼저 , my God에서 my를 빼먹었다. 그 다음 절에서는 영어단어 힘(strength)의 스펠링을 틀리게 썼다. 처음 st 다음에 e를 하나 더 넣었다. 마지막으로, 수술과 재활 기간 동안 힘내라는 안부 인사를 하고 날짜를 쓰려다보니 이런, 수술은 어제 였다. 그래서 잠시 고민하다가 오늘 날짜 대신 어제 날짜를 쓰고 내 이름을 썼다. 요한복음을 읽다보면 예수의 십자가 처형일이 마태,마가,누가복음서와 다르다. 어떻게 이렇게 핵심적인 사건에 대한 일시 증언이 다를 수 있을까, 의아할 수 있다. 나도 의아하다. 하지만 난 이렇게 성서에서 불일치,모순,오류를 발견할 때마다 실망스럽거나 곤혹스럽기보다는 약간 흥분이 된다. 이렇게 불일치,모순,오류가 있는 ‘불완전한’ 책을 통해 자신을 계시하시기로 결정하신 그런 하나님을 내가 만나고 있구나. 불완전함에 자신을 내맡기는 신이라니! 그 분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 땅에 오실 때는 불완전한 인간으로 성육신하셨고, 자신을 계시 하실 때는 불완전한 매체, 불완전한 저자, 불완전한 기억력, 불완전한 문장(력) 등을 용인,감수,사용하시는 걸까? 신비롭다. 성육신하신 하나님, 겸손하신 하나님,이란 기독교 교리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다.(2013.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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