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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1일

한 편의 시, 두 개의 번역

한 편의 시, 두 개의 번역
'The Apologist’s Evening Prayer' by C.S.Lew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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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증가의 저녁기도>
구원하소서. 제가 당한 쓰라린 패배들로부터, 아니,
제가 거둔 듯 보이는 모든 승리들로부터 더욱!
당신을 위한답시고 쏘아댔던 저의 영리한 말들,
청중은 웃었지만, 천사들은 울었지요.
표징을 보이시지 않는 당신이건만, 당신 신성을 입증해보이겠다며
제가 해보인 모든 증명들로부터, 저를 구원하소서.
인간의 사상이란 그저 지어내는 말들일 뿐, 저로, 당신 자신이 아니라,
당신에 대한 빈약한 이미지에 불과한 것들을 믿고 의지하지 말게 하소서.
오, 온당한 침묵이신 주님, 저를 엄습하시어, 저를
제가 가진 사상으로부터, 당신에 대해 가진 사상으로부터도 자유케하소서.
좁은 문과 바늘 귀의 주님,
잡동사니 같은 제 생각들을 모조리 치워주시어,
저로 그것들과 더불어 멸망 당하지 않게 하소서.
(번역: 이종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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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증가의 저녁 기도>
저의 온갖 초라한 패배와 오, 무엇보다
제가 거뒀다고 생각하는 온갖 승리와
당신을 대신한답시고 키워낸 영리한 논리,
청중은 웃기고 천사들은 울린 그 논리와
당신의 신성을 뒷받침하는 저의 온갖 증명으로부터
저를 구원하소서. 표적을 주시지 않는 주여.
생각은 동전에 불과한 것. 제가 당신 대신
당신의 얼굴이 새겨진 그 닳고 닳은 이미지를 신뢰하지 않게 하소서.
오 아름다운 침묵이시여, 이곳에 임하여 주소서. 오셔서
당신에 대한 생각을 비롯한
제 모든 생각에서 저를 자유케 하소서.
좁은 문과 바늘귀의 주인이시여,
제 안에서 모든 천박한 이론들을 제하시어 제가 멸망하지 않도록 도우소서.
(번역: 홍종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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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pologist’s Evening Prayer' by C.S.Lewis
From all my lame defeats and oh! much more
From all the victories that I seemed to score;
From cleverness shot forth on Thy behalf
At which, while angels weep, the audience laugh;
From all my proofs of Thy divinity,
Thou, who wouldst give no sign, deliver me.
Thoughts are but coins. Let me not trust, instead
of Thee, their thin-worn image of Thy head.
From all my thoughts,
even from my thoughts of Thee,
O thou fair Silence, fall, and set me free.
Lord of the narrow gate and the needle’s eye,
Take from me all my trumpery lest I die.
(출처: 청어람아카데미)

어젯밤에는 지인과 댓글로, 오늘은 아들과 전화로 이 시 이야기를 잠시 했다. 이상하게 이 시 처음 읽는데 힘이 났다. 착각하지 말고 본분과 실상을 바로 알라는 시,인데 왜 힘을 줄까. 피조물에게 그의 피조됨을 제대로 알려주는 건 힘을 빼는 행위가 아니라 힘을 주는 행위라는 생각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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