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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월 19일

지하철 환승역

한 젊은 여성이 한 젊은 남성을 잡고 도망가지마! 라고 외쳤어요. 둘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고 있었고, 두 사람은 조금씩 제게서 멀어져 갔어요. 사람들은 그냥 무심히 그 두사람 옆을 지나치고. 그냥 가면 너무 부끄러울 거 같았어요. 에스컬레이터 위에 발을 올려놓고, 두 사람을 향해 걸어올라갔어요.

혹시 사귀는 사이신가요? 아니요. 여자가 대답했어요. 무슨 일인가요?  이 남자가 나를 밀고 도망가는 거예요.왜 미셨나요? 청년에게 물었어요. 아저씬 그냥 가세요. 그냥 가시라고요. 싫습니다. 저는 항상 준비해 두었던 답변을 했어요. (사실 이런 상황을 종종 상상하기에 한 두가지 답변은 준비해놓고 있습니다. 그 청년이 , 제3자는 빠지세요 라고 했다면, 저는 저는 이 분과 같은 도시에 사는 시민이고, 이 분이 당하는 어려움은 제 어려움이기도 하기에, 저는 제3자가 아니라 관련자입니다, 라고 말했을 것입니다.)

여성과 남성은 누가 먼저 밀었는지에 대해서 설전을 벌였어요. 남자는 실실 웃고 있었고 여자는 몹시 분노에 차 있었어요. 여자분이 참 용감했어요. 말싸움에서 지지 않고 끝까지 싸웠어요. 제가 남자에게, 어쨌든, 어떻게 시작됐든, 마지막에 세게 밀었기에 여자분이 안전에 위협을 느낀 것은 사실이니까, 그 점에 대해서 사과하세요, 라고 말했어요. 남자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미안해 됐지, 하면서, 자리를 뜨려 했고, 저는 남자의 길을 막아섰어요.  제대로 사과하세요.

남자는 다시 구차한 변명을 시작했어요. 제대로 된 사과를 할 생각이 전혀 없었어요. 그의 얼굴과 목소리가. 
가세요, 라고 제가 말했어요. 그리고 여자분에게 말했어요. 저 사람은  제대로 된 사과를 할 사람이 아니기에,
더 요구하는 게 의미가 없는 거 같아요. 아까 형식적 사과를 받은 걸로 만족해야 될 것 같아요. 고맙습니다 라는 여자분의 인사를 받았어요. 

지하철을 탔는데, 아, 이렇게 말할 것을...더 논리적이고, 더 압박을 주는 말들이 떠올랐지만, 더 생각하지 않기로 했어요. 매번 완벽하지 못한 언변. 그렇지만 오늘 경험이 있었기에 다음에는 조금 더 지혜롭게 말할 수 있겠지요. 도움이 필요한 사람 옆에 있어주는 것이 목표였기에, 그 목표를 완수했다는 생각만 하기로 했어요. 용기를 주신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렸어요. 여성의 마음의 평화를 위해 짧게 기도 했어요.

지금 갑자기 이런 생각이 나요. 그런데 정말 기도가 필요한 사람은 그 청년이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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