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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7월 4일

‪‎라디오시절_이라는_퍼즐‬ – 10

‪#‎라디오시절_이라는_퍼즐‬ – 10
개편을 한 달 앞두고 피디들은 편성국 출입구 앞에 붙은 프로그램 배당표를 확인했다. 각자의 이름 옆에, 배정된 프로명이 적혀있었다. 내 이름이 보였다. 내 이름 옆에, 프로명이 없었다. 1995년 가을 난 프로그램을 배정 받지 못했다. ( ‘내가 아는 이유’는 설명하지 않으려 한다. 지금은 퇴직하신 ‘어떤 한 분’의 결정을 내 시각에서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건 공평하지 않을 것 같다.) “밥이나 먹으러 가자”. 선배 B가 근처 중국집에서 점심을 사줬다. 밥을 먹으러 가기 전만 해도 난, “그래, 이런 식으로 나온다 이거지. 좋아, 월급 나오겠다, 그래 푹 쉬어주지”라고 생각했다. B 선배가 사준 점심을 먹고 회사로 오며 난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나에게 긴 시간이 주어졌다. 이 시간을 가지고 너 뭐 할래?” 다큐였다. 내가 피디가 된 가장 큰 이유. 다큐멘터리. FM 라디오 개국을 석 달 앞두고 있었다. 무언가 감동적인 소리를 들려주고 싶었다. 종소리가 떠올랐다. 새벽마다 경쟁적으로 울리는 한국 교회의 차임벨 소리는 이미 공해였다. 성공, 성장, 복을 외치는 설교는 그보다 더한 공해였다. 교회가 안 그러던 시기가 있을 거 같았다. 안 그러는 교회가 있을 거 같았다. 그런 교회의 종소리를 - 그런 교회에는 왠지 종이 있을 거 같았다 - 그 교회가 겪은 스토리와 함께 들려주면 무척 라디오다큐적일 것 같았다. 그렇게해서 CBS-FM 개국특집 다큐멘터리 <한국 교회의 종(鐘)을 찾아서>. 1995년 12월 15일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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