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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9일

『칼 바르트』(에버하르트 부쉬 지음, 복 있는 사람)를 읽고.

바르트의 조교였던 에버하르트 부쉬가 지은 <칼 바르트>를 막 다 읽었는데 많이 아쉬웠다. 바르트를 이해하기 위해선 바르트가 씨름하며 넘어서고자 했던 <문제>를 알아야 하는데, 935쪽 되는 이 책에서 부쉬는 바르트가 비판하는, 다른 진영의 학자 불트만 등이 했던 고민을, 일절 소개하지 않고, 그저 바르트의 일방적인, 선언적인 글만을 소개. (내가 평전의 저자라면, 바르트의 적수들이 했던 고민들을, 최소 3백 페이지는 할애해서, 최대한 매력적으로 소개했을 거 같다. 그게 <칼 바르트>를 살리는 길인데...) 몹시 지루했던 평전은 그런데, 바르트 서거 1년 전부터 갑자기 내 마음을 사로잡음. 평생 학문적으로 다투고 싸웠던 , 임종을 앞둔 브룬너에게 이런 말을 전해달라고 바르트는 친구에게 부탁. 그에게 말해주시오...내가 그에게 맞서 '아니야! '라고 외쳐야 했던 시간은 오래 전에 지나갔다고. 지금 우리는 위대하고 자비하신 하나님께서 우리 모두에게 은혜롭게 '그래'라고 말해주셔서 그 덕분에 살고 있는 거라고. 이 말은 브룬너가 살아서 가장 마지막으로 들은 말이었다.(p.820) 바르트의 다음 고백이 나를 특히 부끄럽게 했다. "신학자이자 정치가로서 내가 해야 할 마지막 말은 '은총'과 같은 어떤 개념어가 아니라 하나의 이름, 곧 예수 그리스도다. <그가> 은총이다. " (p.845) 모든 것을 설명해 줄 궁극의 신학적 개념 하나 찾아헤매던 나는....갑자기 무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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