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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3월 15일

<콘트라베이스>(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유혜자 옮김, 열린책들)를 읽고.

 













십 년 쯤 전에 <세바시>팀에서 일 년 정도 일한 적이 있다. 그때 같은 팀원들과 가깝게 지낼 수 있었다. 어느날 팀원 중의 한 명인 A가 내게 책을 한 권 선물해줬다. 선물 받은 책을 십 년이 지난 오늘 읽었다.
소설의 형식은 내가 싫어하는 독백체였다. 소재는, 내가 좋아하는 '악기'와 '연주'를 다루고 있었다. 책을 읽기 시작하고 얼마 뒤, 독백이라는 형식이 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더 이상 방해가 되지 않았다. 주제 때문인 거 같다. "세상이 관심을 보이지 않는 악기를 연주하는 삶도 의미가 있는가". 은퇴를 일 년 앞두고 지난 30년의 '연주'를 자주 곱씹어보는 나였기에, 이 남자의 독백을 들으며 (동의하지 않는 부분도 있었지만) 진심으로 계속 고개를 끄덕여줄 수 있었다. 다만, 나라면 그가 지금 하려는 <행동>을 하지는 않을 것 같다. 우리는 서로의 삶에 '이야기'로 남아야지 '에피소드'로밖에 남지 못한다면 너무 슬프고 아쉽다.
저자 파트리크 쥐스킨트가 쓴 책은 여럿 알고 있다. <향수>, <좀머 씨 이야기>, <비둘기>. 하나 그의 책을 읽은 건 이게 처음이다. 번역자에 따르면, 쥐스킨트는 이 <콘트라베이스>를 "1984년 스위스의 디오게네스 출판사를 통하여 발표하였으며, 이것은 그 후 현재까지 독일어권 나라에서 가장 자주 무대에 올려지는 희곡으로, 연극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한국에선 내가 회사에 입사하던 해인 1993년 3월10일에 초판 1쇄 발행. 1999년 7월10일 초판 39쇄. 2000년 2월10일 신판 1쇄. 2015년 5월30일 신판 38쇄.
그러니까 A가 내게 선물해 준 건 신판 38쇄. 책을 다 읽고 10년만에 A에게 감사의 문자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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