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2014년 5월 5일

바람

한강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사람이 없길래 재빨리 웃옷을 벗고 한강변을 달렸다.  
맨살에 닿는 바람의 감촉이 좋았다. 가슴이 뛰었다. 멀리서 사람이 보여 다시 옷을 입었다.

자전거를 타고 미장원에 갔다. 머리를 짧게 잘랐다.  
젊은 여자가 샤워 머리를 감겨주고 헤어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려주었다.
헤어드라이어에서 나오는 바람이 방금 샴푸를 한 두피에 닿자 느낌이 좋았다. 
기계에서 나오는 바람은 싫어하는데 오늘은 웬일인지 좋았다.

『Being and Relation』을 읽는데 졸음이 와서 자전거를 타고 다시 한강에 갔다.
인적이 없는 송전탑 아래서 웃옷을 벗고 풍욕을 즐겼다.
바람이 겨드랑이를 스치고 지나가는 느낌이 좋았다.
간지러우면서도 좋은, 그런 느낌이었다. 

- 2005.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