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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4일

자전거

오전에 자전거를 타고 한강에 갔다. 남자 한 명이 초등학교 오륙학년 쯤으로 보이는 아들에게 자전거를 가르쳐주고 있었다. 두려워서 두 발을 페달에 올려놓지 못하고 자꾸 한 발로 땅을 짚었다. 한참을 하다가 사내 애가 포기하고 벤치에 앉자 키가 작아 발이 땅에 닿지도 않는 동생이 자전거에 올랐다. (아버지가 올려줬다). 능숙하게 탔다. 그때 그 동생 얼굴에 피던 만면의 미소라니! (형이 하지 못하는 걸 하고 있는 것이다!) 난 자전거를 타고 내가 잘 가는 벤치까지 가서 누워 톰 라이트의 <칭의를 말하다>를 읽었다. 집에 가는 길에 아까 왔던 곳을 지나는데 형이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나이 어린 동생은 벤치에 앉아 형 타는 걸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아까 그 미소는 사라졌다. 그 모습이 사랑스러워 나도 모르게 미소지었다. 2014. 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