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누군가에 대한 섭섭함, 분노, 원망이 생겨 어머니와 요양원에서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그에게 편지를 썼다. 완벽하게 썼다. 나는 괜찮은 사람, 그는 결정적인 실수를 한 사람으로 보이게 하는 완벽한 글을 썼다. 읽으면 읽을 수록 그는 잘못했고, 나는 잘못한 게 없어지는 글. 읽으면 읽을 수록 내가 쓴 것에 나도 설득이 됐다. 하지만 전송을 누를 수는 없었다. 이 말이 기억나서였다."겨울에 나무를 베지 말라. 하강의 시기에 결정을 내리지 말라". 내 마음이 가장 밑바닥일 때 누군가와의 관계에 영향을 줄 결정을 내리는 건 어리석었다. ----- 알고 지낸 지 꽤 되는 타부서 직원이었다. 그가 한 말에 내 자존심이 상해서 생긴 일이었다. 자존심이 상한 나는 내 섭섭함을 과장하고 극대화하고 있었다. 그가 한 말 중에 맞는 말은, 맞는 부분은 인정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에게 고마워 해야 할 부분이 오히려 더 많았다. 그런 마음이 순간 들었고, 나는 신이 내게 자비를 베풀어 주시는 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 자비를, 내 교만과 자존심 때문에 거부하지는 말자고 결심했다. (반드시 붙잡고 싶다). 내가 처음에 기억했던 글의 후반부는 이렇다. "기분이 최저로 내려갔을 때 중요한 결정을 하지 말라. 기다리라. 참을성을 가져라. 폭풍우는 지나간다. 봄이 올 것이다. - 로버트 슐러". 내가 12년 전에 처음 본 글인데, 계속 기억이 나고 계속 나를 도와준다. 결정적인 순간에, 결정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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