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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4월 25일

달력





 








회사에서 안 쓰는 달력을 하나 챙겼다. 내일 토요일, 요양원에서 어머니를 뵈면 드리려고 챙겼다. 요즘 어머니의 기억력이 많이 나빠지셔서 오늘이 며칠인지도 말씀하지 못하신다. 요일도 마찬가지다. 달력에 매일 하루에 하나씩 동그라미를 쳐나가면 그날 날짜와 요일을 알 수 있으실 테고, 그러면 어머니의 자신감도 좀 더 올라갈 수 있을 거 같다. ----- 집에 와서 달력 오늘 날짜에 미리 동그라미 하나를 치는데 문득, 정말 문득, 내가 옛날에 달력을 한번 그린 적 있다는 기억이 났다. 내가 20대 중반일 때 부모님이 카자흐스탄으로 발령 받아 떠나셨다. 어머니 생일은 10월 2일이고, 그해 10월이 돌아왔을 때 어머니 생각이 나서 10월달 달력을 그렸다. 눈물을 통해 2일을 보는 장면과 2일에서 눈물이 흐르는 모습을 그렸다. ---- 달력을 그리던 그날은 몹시 슬펐다. 오늘 집에 와서 달력에 동그라미를 칠 땐 이상하게 거의 아무 느낌도 들지 않았다. 그저, 인생에서 달력이 나를 두 번 찾아오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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