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예배 시간에 성가대가 찬양을 불렀는데 참 좋았다. 경쾌한데도 깊은 감동을 주었다. 가사 중에 "갈릴리로 가요", "죄로 상처나고 더러워진 모습 그대로 갈릴리로 가요"가 있었다. 정확한 제목을 몰라 내가 마음대로 붙여본 제목은 '갈릴리에서 우리를 기다리시는 주님'이다. (마가복음에 보면 천사가 제자들에게 '부활한 예수님은 여기 계시지 않고 이전에 말씀하신대로 갈릴리에 먼저 가셔서 너희를 기다리고 계신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찬양을 듣기, 찬양을 부르기, 말씀을 듣기, 성찬에 참여하기. 모든 예배 순서를 통해서 은혜와 감동을 받았다. ---- 오늘은 지난 주에 세례를 받은 A가 나와서 세례를 받은 소감을 나누었다. 소박했지만 깊은 울림이 있는 소감이었다. 아마 모두가 그렇게 느꼈을 것 같다. 특히, 어머님 장례에 참석해 준 교인들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부르며 감사를 표할 때 그의 마음과 진정이 느껴져서 감동이 됐다. 또 하나, 내 옆 자리의 나이드신 남자 분이 나이드신 아내의 어깨에 부드럽게 손을 얹는 모습도 너무 아름다웠다. 교회에 오고 예배를 드린다는 건 타인들의 삶을 통해 드러나는 아름다움을 만나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냥 집에서 혼자 푹(?) 쉴 때는 경험하지 못하는 아름다움과 감동들. ----- 주보에 오늘 점심 식사 후 설거지는 '50대'라고 나와 있어서, 그리고 내가 59세라서, 점심을 빨리 먹고 부엌에 들어가서 50대 교우들과 함께 설거지를 했다. 7,8년 전 내가 루터교회에 처음 왔을 때는 전 교인이 돌아가면서 설거지를 하는 시스템이 아니었다. 공동의회 시간에 나는 손을 들고 전 교인이 같이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냈는데, 오! 감동! 바로 채택이 됐다. 2주 전 종려주일 때마다 하는 교회 대청소는 가볍게 "쨌지만"(ㅋㅋ), 내가 제안했던 설거지를 쨀 수는 없는 일이었다 (ㅋㅋㅋ) ----- 설거지를 마치고 커피숍에 가서 마음의 교우 A, 그리고 오늘 설교를 한 B 목사와 셋이서 정말 수다삼매경에 빠졌다. 대화의 주제는 주님의 피와 살에서부터 자동청소기까지 정말 다양했다. 나는 전례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루터교회 예배 시에 행하는 이런저런 전례들에 대해 궁금한 걸 다 물어봤다. 가톨릭과 루터회의 성호 긋는 방법의 차이, 그 이유와 의미에 대해서도 들었는데 참 재미있었다. 내가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던 전례 형식도 하나 있었다. 루터회의 성찬식에서 목사가 교인에게 떡을 건넬 때 그 떡을 목사와 교인 두 사람 사이의 어느 지점에서 주고 받느냐 하는 것이었다. B목사의 설명은 이러했다. "목사가 손을 쭉 뻗어 교인 손에 쥐어줄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안 해요. 목사와 교인 딱 중간 지점에서 멈추고 거기서 떡을 건네요. 목사도, 교인도 모두 그리스도의 몸을 필요로 한다, 두 사람 모두 그 주님의 몸을 통해 한 몸이 되어야 하는 존재라는 걸 나타내는 거죠". 생각해 보니 오늘 떡을 건넨 B 목사, 지난 주에 떡을 건넨 C 목사 모두 그와 나 사이에서 떡을 건네 주었다. A 그리고 B 목사와 헤어져 지하철 역으로 걸어내려오다가 예수님이 오늘 우리의 대화를 들었으면 뭐라고 말하셨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았다. 내 생각엔 이렇게 말씀하셨을 거 같다. "이런, 난 그날 밤에 그냥 별 생각 없이 줬는데! ㅋㅋㅋ 그런데 지금 말을 듣고 보니까 나쁘지 않은 거 같애! 진작 알았다면 나도 그날 밤에 중간에서 건넬 걸 그랬네! ㅋㅋㅋ ". 물론 주님은 인간 목사가 아니니 중간에서 건네실 필요 없다. 팔 쭉 뻗어 건네셔도 된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예배의 동작과 형식에 신앙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또 그것이 하나의 전통, 전례가 될 때, 그 전례에 참여하는 사람은 그 작은 동작과 행동 하나를 통해서도 깊은 감동을 맛볼 수 있을 거 같다는 것이다. 나는 아직 사람들 앞에선 성호도 그어본 적이 없는 전례 초보자다. 천천히 전례를 배워가며 전례가 품고 있는 신앙의 신비 속으로 더 들어가보고 싶다. 지하철 안에서 B 목사에게 문자 한 통을 보냈다. "오늘 카페에서 들은 전례 이야기 넘 흥미진진했습니다! : ) 형식에 관한 전례 이야기를 듣는데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이 참 신비로워요 정말 인간은 몸,형식과 마음,믿음이 서로 깊이 연결된 존재같아요! 다음에도 또 알려주세요! : ) " ---- 제일 처음에 언급했던 찬양과 관련된 짧은 글 하나를 첨부한다. 7년 전 쯤 <갈릴리>라는 짧은 글을 하나 블로그에 썼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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