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끝나고 사람들이 나가기 시작했다.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한 발짝을 내딛는데 오른발에 채이는게 있었다. 아직도 콜라가 남아 있는 콜라캔이었다. 사람들을 따라서 출입구 쪽으로 천천히 걸었다. 출입문에 거의 다 왔을 때였다. 난 줄에서 옆으로 빠져 나왔다. 사람들이 다 나가길 기다렸다가 무대 앞으로 갔다. 두군데 출입구를 통해서 밝은 빛과 웅성거리는 소음이 들어왔다. 빛과 소음 둘 모두 나 있는 곳까진 미치지 못하고 객석 중간에서 그 힘을 잃고 사그라들었다. 내가 서있는 곳은 어둡고 조용했다. 줄에서 빠져나온 난 외로웠다.
영화 말미에 감독은 자막을 통해 이 영화를 진실을 추구하는 젊은이들에게 바친다고 했다. 난 확인해보고 싶었다. 진실을 다룬 영화를 본 이들의 삶이 얼마나 진실해졌는지. 객석들 사이로 걸으며 사람들이 버리고 간 음료수캔을 찾아 그 수를 헤아렸다. 객석 사이에서 방황하는 나를 청소하는 아주머니가 이상하다는 눈길로 쳐다봤다. 캔은 전부 마흔여덟 개가 있었다. 이듬해 봄 기독교방송에 입사했다.
2013.11.22.
케네디 사망 50주년 되는 날에
20년 전 내 모습을 추억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