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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1월 22일

영화 < JFK > (1991)

어느날 저녁 영화가 하나 보고 싶었다. < JFK > 가 떠올랐다. 이미 개봉관에선 오래 전 종영을 했기에 그날 내가 영화를 본 곳은 신촌 전철역 근처에 있는, 철 지난 영화를 상영하던 극장이었다. 극장은 건물 10층에 위치했다. 표를 끊고 들어갔더니 신촌 일대가 내려다 보였다. 석양이 지고 있었다. 언론사 시험공부를 시작한지 2년이 되어가고 있을 때였다. 

영화가 끝나고 사람들이 나가기 시작했다.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한 발짝을 내딛는데 오른발에 채이는게 있었다. 아직도 콜라가 남아 있는 콜라캔이었다. 사람들을 따라서 출입구 쪽으로 천천히 걸었다. 출입문에 거의 다 왔을 때였다. 난 줄에서 옆으로 빠져 나왔다. 사람들이 다 나가길 기다렸다가 무대 앞으로 갔다. 두군데 출입구를 통해서 밝은 빛과 웅성거리는 소음이 들어왔다. 빛과 소음 둘 모두 나 있는 곳까진 미치지 못하고 객석 중간에서 그 힘을 잃고 사그라들었다. 내가 서있는 곳은 어둡고 조용했다. 줄에서 빠져나온 난 외로웠다.

영화 말미에 감독은 자막을 통해 이 영화를 진실을 추구하는 젊은이들에게 바친다고 했다. 난 확인해보고 싶었다. 진실을 다룬 영화를 본 이들의 삶이 얼마나 진실해졌는지. 객석들 사이로 걸으며 사람들이 버리고 간 음료수캔을 찾아 그 수를 헤아렸다. 객석 사이에서 방황하는 나를 청소하는 아주머니가 이상하다는 눈길로 쳐다봤다. 캔은 전부 마흔여덟 개가 있었다. 이듬해 봄 기독교방송에 입사했다.

2013.11.22.
케네디 사망 50주년 되는 날에
20년 전 내 모습을 추억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