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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1월 4일

마흔 후반에 옷을 벗다

CBS 노보 / 마흔 후반에 옷을 벗다 ( CBS 선교TV본부 선교제작국 신동주PD)
 
1. 인터넷에서 낯선 이와 쪽지를 주고 받다가 야심한 시간에 오프라인에서 만난다. 무엇을 하려고? 번섹? (이라는 단어가 마침내 CBS노보에 등장했다ㅋㅋ) 노노노. 남자들과 <수다>를 떨려고. 그렇다. <박샘의 위대한 수다>라는 팟캐스트에 6개월째 출연하고 있다. 박샘과 정도령과 신피디 이렇게 3명의 남자가 한 달에 한 번 모여 책 한 권을 놓고 수다를 떤다. 지금까지 내가 정해서 같이 수다 떤 회차 제목을 살펴보면: 1)내가 버린 책들 2) 불완전한 책들 3) 정기적으로 읽는 책들 4) 내가 끊은 남성잡지들 5) 38년만에 다시 읽은 책들 6) 내 직업을 결정해준 책, 되겠다.

2. 휴직을 하고 미국에 있을 때 아이들에게 그랬다. 아빠는 나중에 재능기부를 하고 싶어.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고 싶어. 동네 아이들에게. 다시 복직하자 그게 쉽지 않았다. 그때 팟캐스트에서 책을 소개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내 신학과 어울렸다. 자기가 좋아하고 잘 하는 일을 하는 게 신이 기뻐하는 일이다, 라는 신학. 그래서 팟캐스트 녹음을 시작했는데 하면서 배우고 있는 것 한 가지는, 불완전한 나를 포장하지 않고 타인에게 내보이는 것. 나는 <완벽한 글>로만 - 그러니까 완벽하게 컨트롤된 상태에서만 - 사람들을 만났는데 <녹음>에서는 그게 통하지 않았다. 얼마나 민망한 포즈가 많이 생기는지 ㅠㅠ. 녹음 끝내면 한 이틀은 혼자 있어도 민망하다. 그때 내가 혼자 중얼거리는 말. “괜찮아, 괜찮아.도덕적인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뭐ㅠㅠ 첫 녹음 끝내고 쓴 일기 보니 , 나는 왜 이렇게 말을 못할까”. 4, 5회 끝내고 쓴 글 읽어봐도 왜 난 이렇게 말을...”. (잠깐. 난 지금 정말 잘 못하는 걸 하고 있구나! 그럼 이 팟캐스트, 신의 뜻을 거스르고 있다는 건데! ㅠㅠ ) 하나, 이렇게 <잘 못하는 걸> 계속 하고 있는 이유는 <이상하게> 누군가 위로를 받았다고 연락을 해주어서. 연락은 주로 메시지로 온다. 주로 여성이다. 흠흠. 마흔 후반에 불완전한 내 솔직한 모습 드러내는 걸 배우고 있다. 불완전함도 도움이 된다는 걸 배우고 있다.
 
3. 녹음을 끝내면 하는 일이 한 가지 있다. 제일 인상적인 댓글을 단 사람에게 내가 갖고 있는 책 한 권 < 내가 우편료 내서 > 보내주는 것. ㅋㅋ 어떤 때는 28천원짜리 책- 지금은 더 이상 안 보는 - 을 발송하기도 한다. 이상하게 그러고 싶었다. 누군가 얼마나 놀라겠는가! (기쁘겠는가!) 이전에 라디오PD시절 취재하다가 한 엘리베이터에서 발견한 글귀. “오늘, 미친척 하고 친절을 베풀라”. 십 수년 전에 본 그 말을 요즘 자주 생각, 실천(?)하고 있다. ㅋㅋ 우리 CBS 선후배 동료들의 불완전함이 - 완전함이 아니라! - 우리 이웃을 놀라게- 그러니까, 기쁘게 - 해줄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 다같이 완전함의 옷을 벗어버려요! 더 많은 민망함을 경험해봐요! ().
 
(각주) 팟캐스트 <박샘의 위대한 수다>는 팟빵과 아이튠즈에서 매주 금요일 업데이트 된다. 총신대에서 신학, 한양대에서 공연예술을 전공한 박샘박준용 씨(사회), 중앙대 문화연구학과에서 정신분석학 관련 논문을 쓰고 있는 정재원 씨(PD),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에서 「 대중영화의 상호 알리바이체계 : 동시대 한국영화의 상대주의적 소통방식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청어람아카데미 영화이론 강좌에서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킨 최은 영화평론가(게스트), 그리고 비쥬얼(^^;;)의 신모 피디(게스트) 출연하여 매주 고전, 연극, 영화, 화제의 책을 놓고 수다 떨고 있다. 이 수다(www.adzero.kr)는 방송 후 기독교웹진 크로스로(www.crosslow.com)에 텍스트로 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