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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5일

서울농학교 - 2

12시반에 고속터미널에서 어머니를 만났는데 무척 이쁘셨다. 그래서 기분이 좋았다. (하늘색 가디건, 주홍색 빵모자와 스카프). 경복궁 3번 출구에서 내리자 농학교까지 가는 차량이 대기 중. 차에 타는 순간부터 어머니, 사람들과 폭풍 수화 시작. 나만 외톨이ㅋㅋ학교정문에 들었섰더니 느티나무 보임. 어머니는 오래간만에 본 제자, 교사들, 친구분들과 끊임없는 인사. 그 중 한 분이, "문선생님, 저는 요즘도 매년 국어시간 첫 수업 때 느티나무 시로 수업을 해요" 오...! 어머니와 나만 기억하는 시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구나.(감동) 본관으로 올라가서 액자에 걸린 시 대면. 노란조끼 입은 수화 자원 봉사자 여성 둘이 시 앞에 서더니,읽더니, 사진 찍음. 어머니가 부끄러운 목소리로 "저는 이 학교에서 근무했고 이 시를 썼어요 ". 두 사람 엄청 놀람. 아 그러세요 아까 이 시 봤는데 너무 좋더라구요. 옆에서 대화 듣다가 "결론 부분은 제가 썼어요"하려다가 그만 둠. 자원봉사자 두 명과 헤어져 운동장으로 나와 제막식에 참석.

<느티나무>

넌 가슴이 답답할 때
울지 않았지

넌 이곳에 태어난 걸
원망하지 않았지

넌 그 큰 비바람에도
자람을 멈추지 않았지

그래서 너는 이토록
자랑스럽게 하늘 우러러
우리들이 기댈 수 있는
친구가 되었어

(1991.10.2)

*농학교에서 오늘 이 시 다시 읽는데 왠지 말없이 가정을 지키는 아내, 밖으로만 돌다가 후에 아내의 존재에 고마와하는 남편에 대한 시 같다는 생각함 ;; (2013.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