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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22일

『우상의 추락 - 프로이트, 비판적 평전』, 미셀 옹프레 지음

집에 오는 길 지하철에서 읽은 책은 『우상의 추락 - 프로이트, 비판적 평전』. 미셸 옹프레 지음. 글항아리 출판사. 5분의 1. 아니, 7분의 1로 줄였으면 좋았을 책. 711페이지. 집에 오자마자 서가에서 꺼내 가방에 넣은 책은 『눈의 황홀 - 보이는 것의 매혹, 그 탄생과 변주』. 마쓰다 유키마사 지음. 바다출판사. 오, 2만8천원! 가격을 확인하고 잠시 망설였다. ㅋㅋ 내가 출연한 팟캐스트를 듣고 소감 댓글을 올린 이들 중 한 사람에게 책을 선물로 보내주는 아름다운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넉달 째. 이상하게 이번에는 이 책이 떠올랐다. 받는 분의 직업과 어울리는 책이다. 내일 발송할 예정. 그렇다고 『우상의 추락 』이 형편없는 책은 아니다. 사실은 맘 속으로 무척 공감, 지지하며 읽고 있는 중이다. 요지는 이렇다. 프로이트는 개인적인 경험을 전인류의 문제로 일반화시키는 오류를 범했고,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거짓을 행했다. (자세한 내용은 생략). 너무 긴 건 죄다, 라는 마크 트웨인의 경구를 글쓰기의 좌우명으로 삼는 내가 이 너무 긴 책,을 계속 읽고 있는 건 저자가 쓴 이 책 서문 때문이다. “열다섯 살 때 나는 프랑스 오른 지방의 아르장탕 군청 앞 장터에서 프로이트를 처음 알게 되었다. 표지에 인쇄되어 있던 그의 모습이 내 눈길을 끌었다. (...) 헌책 좌판은 장을 보러 나온 풍만한 농갓집 여성들을 위한 브래지어와 베이지색 거들, 보정용 철사를 넣은 속옷을 파는 좌판과 모파상의 소설에서 튀어나온 듯한 남자들이 눈독을 들일 만한 자질구레한 양철제품을 늘어놓은 좌판 사이에 끼어 있었다.” 풍만한,부터 연필로 줄을 치기 시작했고 난 내가 이 책을 끝까지 다 읽을 거라는 걸 알았다. “나는 그때 살레시오회(1859년 요한 보스코가 창립한 수도회) 수도사들이 운영하던 고아원에서 4년을 보내다가 막 바깥세상으로 나온 참이었다. ”, “고아원에 있던 수도사들 중에 소아 성애자가 몇 있었기에 나는 고아원에 있는 동안 언제 치욕스러운 일을 당할지 몰라 항상 불안에 떨며 살았다”, “그리고 그 무렵부터 지옥 같았던 하루하루를 견디게 해준 구원자는 다른 아닌 책이었다”. 3만2천원. 형편없지는 않으나 그렇다고 구매나 일독을 권하기도 어려운 곤혹스러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