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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6월 14일

라디오시절_이라는_퍼즐‬ - 4

‪#‎라디오시절_이라는_퍼즐‬ - 4
제일 먼저 동아일보를 봤다. 떨어졌다. 조선일보는 안 봤다. 오라고 해도 안 갈 생각이었다. KBS를 봤다. 떨어졌다. 이즈음 한자사전을 다 외웠다. EBS를 봤다. 떨어졌다. 한국일보를 봤다. 시험보고 한국일보 건물을 한 바퀴 돌았다. 일곱바퀴 돌려다가 한 바퀴만 돌았다. 떨어졌다. 신혼이었다. 아내는 과외를 했다. 사는 집은 추웠다. 겨울엔 부엌의 두부가 꽝꽝 얼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내 가슴엔 대못이 하나 박혀있었다. 매일 가슴에 박힌 대못을 빼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아내는 일 나가고 난 내 공부방으로 들어갔다. 딱 2년만 시험을 보기로 했었다. 2년이 다 돼 갈 즈음 과사무실에서 연락이 왔다. 세화여고에 교사 자리가 났다고 했다. 아내에게 안 가겠다고 말했다. 아내는 어떻게 사람이 자기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려 하냐고 했다. 알았어. 내가 말했다. 마지막으로 CBS만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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