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2014년 6월 20일

라디오시절_이라는_퍼즐 – 7

#라디오시절_이라는_퍼즐 – 7
남자는 친절했다, 처음 전화를 받을 때부터 전화를 끊을 때까지. 목소리는 적당하게 명랑했고 신뢰감을 주었다. 난 선한 이에게 무례를 저지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지난 주에 정신대 관련 연속 기획 특집 보도를 하셨잖아요? 네. 했습니다. 내 손과 목소리 둘 모두 떨렸다. 정신대 할머니들 중에 기자님이 이름을 외우고 있는 분 두 분 계신가요? 그가 외울 수 있을까봐 두려웠다. 한 명은 외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두 명을 물었다. 저는 백과사전이 아닙니다. 여전히 친절함이 배어 있는 목소리. 끝까지 가보기로 했다. 외울 수 있는 이름이 한 개는 있나요? 그런데 이름을 외우는 게 그렇게 중요한가요? 난 알고 싶다고 했다. 아니오. 외우고 있는 이름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가 학생이냐고 물었다. 언론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했다. 밥 한 번 사겠다고 한 번 놀러 오라 했다. 고맙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내가 나온 부스 안으로 내가 하던 통화를 다 들었을 여학생이 무표정한 얼굴로 들어갔다. 난 다시 도서관으로 가서 저녁 때까지 언론사 상식 기출문제를 외웠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