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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6월 14일

라디오시절_이라는_퍼즐 - 5

#라디오시절_이라는_퍼즐 - 5
부암동을 떠나 이수역으로 이사를 했다. 이사 간 뒤로 시험공부는 총신대 도서관에서 했다. 한겨레신문을 제일 먼저 읽었다. 고난은 최고의 스파링 파트너이다, 라는 신문 우상단 캠페인 글귀를 지금도 기억한다. 글귀는 매일 바뀌었다. 또 하루를 또렷이 기억한다. 점심을 먹고 – 점심으론 정문 앞에 있는 분식집에서 김밥을 먹었다 – 교정에 있는 공중전화 부스 앞으로 갔다. 내일로 미루고 싶었다. 영원히 미루고 싶었다. SBS 대표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여성 안내원이 전화를 받았다. 8시뉴스 진행하는 앵커분과 통화할 수 있을까요? 제발 통화하기 어렵다고 말해줘. 거절 당하길 속으로 간절히 기원했다. 난 전화를 했고 거절을 당했어. 그럼 내 할 일을 다 한 거지.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안내원은 내게 아무 것도 물어보지 않았다.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전화 부스 밖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여학생 한 명이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다 들릴 게 분명했다. 전화를 끊고 싶었다. 손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네 맹형규입니다. 어떤 일이시죠? 텔레비전에서 매일 듣던 남자의 목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들려왔다. 이제 내가 말해야 할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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