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예배를 드린 후 교회 식당에서 교우들과 점심을 같이 먹고 세대별 모임에 참석했다. 5,60대 모임은 찬양대실에서 열렸다. 15명 정도가 모였는데 모임을 진행하는 A목사가 "지난 6개월 동안 찍은 사진 중에서 나누고 싶은 3장을 골라주세요. 사람도 괜찮고 장소도 괜찮습니다. 그럼 서너 사람씩 짝지어 앉은 후 서로 나눠주세요". 나는 우리 조의 청일점이었다. ---- 얼굴로만 알던 교우들의 소중한 시간, 소중한 사람들을 알 수 있었다. B가 얼마전에 있었던 일을 소개할 때는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다음에 보게 되면 C와 D에게 묻고 싶은 것들도 생겼다. A 목사의 제안, 정말로 좋은 모임 진행 방법이란 생각이 들었다. ----- 오늘 설교는 성찬에 대한 거였는데 성찬식에 사용하는 포도주의 종류에 대한 이야기가 잠시 나왔다. 독일의 한 교회에선 레드 와인이 아니라 화이트 와인을 성찬식 때 사용한다고 했다. (그 이유는, 그 지역에서 재배하는 포도가 화이트 와인용이어서 그러하다고 함).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 중에 어떤 것이 적절할까. 나는 과거에 순전히 지적인 호기심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데 그때 내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레드 와인이 적절하고 화이트 와인은 적절하지 않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포도주(A)는 주님의 피(B)를 상징한다. 우리는 평소 수많은 A들을 사용하여 수많은 B들을 상징한다. A가 B에 대한 적절한 상징물이 되기 위해선, B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 A에 담겨있어야 한다. 피의 가장 큰 특징을 무엇으로 볼 것인가. 만약 피의 가장 큰 특징을 "척척함"이라고 본다면 화이트 와인이나 막걸리도 괜찮다. 하지만 피의 특징을 "붉다"로 보려한다면 레드 와인이 적절하다. ---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순전히 지적인 호기심 때문이었다. (내가 맞다, 네가 틀리다 가 교회에서의 내 관심사가 아니다). 내가 만약 그 독일 교회에 다녔으면 담당 목사에게 한번은 질문을 할 거 같다. "피의 가장 큰 특징은 '붉음'에 있지 않을까요, 척척함이 아니라요?" 나는 어떤 답변을 듣게 될 것이다. 그 답변이 내 생각이나 기대와 다를 수도 있을 텐데, 그래도 나는 그 다음 주 성찬에 참석할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주님이 내게 주시려는 새로운 생명과 새로운 기회를 사모하면서 화이트 와인을 간절한 마음으로 받아 마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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