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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 4일

평범한 하루

 













어제 한 시까지 <트루먼 쇼>를 보느라 오늘 늦잠을 잤다. 11시 예배에 맞추려면 10시에는 떠나야 하는데 9시 반에 눈을 떴다. 집에서 10시 10분에 떠났다. 조금 늦겠지만 서두르지 말자고 생각했다. 양평역에 도착해서 지하로 내려가는 엘레베이터를 탔는데  엘베 안에는 5,60대로 보이는 여자 한 분이 있었다. 막 서둘러 걸어오는 중년 부부가 보여서 나는 열림 버튼을 누르고 기다렸다. 그리고 잠시 후 그 세 사람 사이의 인상적인 대화가 시작됐다. ----- 중년 아내가 남편에게 "오늘 너무 추워요" 라고 하자 남편은 "왜 자기만 추워해"라고 대답했다. 나는 속으로 참 다정치도 못하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때 먼저 타고 있던 중년 여성이 조용히 "왜 자기만 추워해..."라고 남자가 한 말을 그대로 따라하는 게 아닌가. 이게 뭐지? 난 당황했는데 알고 보니 그 여자는 질문을 한 거였다. 여자의 말은 이렇게 이어졌다. "왜 자기만 추워해...? 자기 오늘 춥구나 이렇게 말해주면 되는데....그쵸?". "맞아요! 이 사람은 공감을 못 해줘요" 추위를 많이 타는 여자가 반갑게 그 말을 받았다.  나는 처음 본 두 여성이 나누는 대화에 놀라고 감동했다. 여자 둘이 다정하게 말을 나누는 동안 남자는 멀뚱히 앞만 바라보고 서있었다. -----  나는 10분 늦은 11시 10분에 교회에 도착했고 주차장에는 당연히 아무도 없었다. 나는 천천히 셀카를 찍었다. 내가 예배당 자리에 앉고 얼마 뒤 부른 오늘의 찬송은 <날마다 주께로 더 가까이>였다. 나는 매일 아침에 드리는 기도의 마지막을 "오늘도 앞으로 전진하는 삶이 되게 하소서"로 끝맺어왔기에 "앞"이 아닌 "주께" 더 가까이 가고 싶다는 가사가 이상하게 크게 도전이 되었다. 왜 내 기도에는 앞으로 더 전진만 있고 주께로 더 가까이는 없었을까. 주께로 더 가까이 가고 싶다는 작사자의 고백이 참으로 귀한 고백이란 생각이 들었다. ---- 성찬식 때 떡과 포도주를 받았다. 내가 한두 주 전에 깨달은 건데, 나는 주님이 살과 피만 주셨다고 생각했다. 갖고 있는 많은 것 중에서 살과 피만 주셨다고 생각해왔다. 근데 생각해보니 살과 피를 주신다는 건 "모든 것"을 주셨다는 뜻이었다. 앞에 서서 성찬을 받으며 "주님, 저를 위해 주님의 모든 것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든 것을 받은 사람답게 살기 원합니다"라고 기도했다. 예배 시간 중에 내가 무척 기다리는 시간이 있다. 성찬이 다 끝나고 목사가 이렇게 선포할 때다. "이제 평안히 가십시오. 그리고 주님을 섬기십시오." 나는 이 선포가 참 힘이 된다. 이제 모든 죄책과 수치, 두려움을 주님이 감당하셨다. 이제는 평안히 가도 된다. 주님을 섬길 힘, 정결한 마음에서 오는 힘을 하나님이 주신다는 게 감사하다. 내가 인사를 건네고 싶었던 청년이 두 명 있었는데 오늘 그 둘과 식당에서 마주쳤다. 인사를 건넸다. 점심을 먹고 마음 통하는 교인들과 찻집에서 4시까지 이야기를 했다. 집으로 오는 지하철 속에서 오늘은 평범한 하루였지만 특별한 하루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특별한 날도 부럽지 않은 평범한 하루였다. 양평역에 내려서 만두를 2인분 포장했다. 집에 와서 만두를 먹으며 쿠팡플레이에서 <노 서든 무브>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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