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에 잘잘법 녹화가 있었다. 숭실대 기독교학과 권연경 교수가 3편의 강의를 했다. 첫 편 녹화는 A가 진행했고 두번 째와 세번 째 녹화는 내가 했다. 다 좋았지만 마지막에 했던, 성경이 말하고 있는 구원을 설명해 주는 강의가 마음에 깊이 다가왔다. (한국의 기독교인들에게 많은 도움과 도전이 될 거 같다. 미국에 있는 나의 둘째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녹화 들어가기 전에 둘째와 통화를 했다. "오늘 권교수님이 오셔서 구원론에 관한 강의를 하셔". 아들과 함께, 기독교인은 구원을 이미 받은 것인지, 아니면 최종 구원을 바라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 짧게 이야기 나눴다. "업로딩 되면 꼭 링크 보내줘") ---- 3편의 강의를 연속으로 하는 거라서, 추가 질문을 하기 위해선 집중해서 듣고 있어야 하기에 조금 피곤하기도 했지만 내가 오늘 소중한 강의를 녹화하고 있다는 사실이 의식되었다. (내가 내년 1월 퇴직이라 권연경 교수를 이렇게 녹화장에서 다시 만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나는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녹화를 최대한 <느끼면서> 하고 싶었다. ---- 녹화는 6시 20분에 끝났고 권교수와 함께 저녁을 먹었다. 점심도 같이 먹었는데 저녁도 같이 먹었다. 권연경 교수는 십여 년 전 내가 총 60회를 제작한 신학펀치에 59회 출연해 주셨다.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꼭 한번 감사를 표하고 싶었다. 저녁을 함께 먹으며 겨자에 대하여, 집에 있는 책장에 대해, 책을 버린다는 것에 대하여, 우리의 남은 시간에 대하여, 상담에 대하여 이야기 나눴다. 일어설 무렵, 아까 녹화 중에 시간이 모자라 묻지 못했던 질문을 했다. 거기에 대해 그가 한 답변, 나의 남은 인생 여정 중에 거듭거듭 생각할 것 같다. 처음에 들었을 때는 그게 과연 힘과 위안이 될까 했는데, 곧 동의하게 되었다. 그거야 말로 근원적인 힘과 위로라는 것을. 내가 했던 질문과 그가 한 답변은 이렇다. ---- "성경은 우리가 제대로 살지 않으면, 엉터리로 살면 최종 구원에 이르지 못한다는 것을 거듭 강조한다는 것 잘 알겠습니다. 그럼, 두렵고 떨림으로 우리의 구원을 이뤄나가야 하는 이 절실한 신앙 여정에서 불완전한 우리에게 힘과 위안이 되는 건 무엇인가요?". "상상력이요. 하나님이 우리에 대해 갖고 계신 꿈을 그려볼 줄 아는 상상력이요. 그게 우리에게 디그니티를 가져다 주지요." 나는 오랫동안 넘어짐-회개-넘어짐-회개-넘어짐의 반복을 이어왔다. 어쩌면 내게 은혜는 당장의 죄책감을 지울 때 한 장 뽑아 쓰는 물티슈 같은 것이었던 거 같다. (근원적인 힘을 잃고 물티슈로 전락한 은혜 ㅠㅠ). 그리스도를 닮은 존재로 만들겠다는 하나님의 꿈. 내게 익숙하지 않은 이 꿈이, 이 꿈을 상상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힘과 위안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자신에 대해 디그니티를 갖는 걸 나도 넘 경험해 보고 싶다. ---- 긴 녹화를 끝냈기에 긴장을 풀고 가고 싶어 단골 카페에 들려 밀크티를 한 잔 시키고 고야 제4권을 읽었다. 권연경 교수로부터 카톡이 한 통 왔다. "요즘 갖고 계신 책들 다 처분하고 있다고 하셨지만, 그래도 제가 이번에 쓴 <오늘을 위한 히브리서> 한 권 보내드릴까요?" "오, 영광입니다!". 나를 위한 히브리서가 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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