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2025년 5월 18일

여성용 스킨 로션

 













오늘은 주일인데 교회에 가지 않았다. 우리 회사는 매주 일요일 두 교회의 주일예배를 생중계하는데 오늘은 내가 주조 근무 당번이었다. 10시부터 꿈의교회 예배를 생중계하고, 11시부터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예배를 생중계했다. ---- 진행 당번인 피디들은 9시까지 출근한다. 주조와 부조 상황을 미리 점검해야 해서 그렇다. 9시 반쯤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들, 내 방에 스킨로션이 하나 있는데 이게 어디서 난 거지?" "어머니, 어머니 세수하고 쓰시라고 제가 어제 드린 거예요." "그렇구나. 아들 고마워. 잘 쓸게". --- 생중계 당번은 서너 달에 한 번 돌아오는데 아마 퇴직 전에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하게 될 거 같다. 12시에 생중계를 마치고 점심은 오목공원 옆에 있는 셱셱버거에서 먹었다. 너무 좋은 날씨였고 나는 점심을 먹은 뒤 공원을 산책했다. 산책을 마치고 회사로 돌아가 다음 주에 있을 미대사관 비자 인터뷰에 필요한 서류들을 준비했다. 무척 신경 쓰이는 작업이었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 나는 내 카톡 상태 메시지를 '차근차근'으로 바꿨다.) 기본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혼인증명서를 한글로 발급 받은 뒤 영문으로 번역을 해야 했다.외교부 사이트에서 '증명서 용어 번역 가이드'를 하나 다운 받은 후 참고하면서 증명서를 영어로 번역했다. 3시간 정도 걸렸다. 완성했더니 뿌듯했고, 이런 때 스스로 내게 주는 선물은 단골 밀크티집에서 책을 읽는 것이었다. 찻집에 도착해서 밀크티를 시키고 갖고 간 시집을 읽었다. (나는 요즘 시집 읽는 데 푹 빠져있다. 내가 이렇게 시에 빠진 건 태어나서 처음이다). 시집을 읽는데 어머니 전화가 왔다. 나가서 받았다. "예, 어머니". "아들, 누가 내 방에 스킨 로션을 하나 갖다 놨는데 누가 갖다 놨을까?"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