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정말 몇년 만에 남서울교회 청년부 시절의 동기들을 점심 때 보기로 했기에 오늘 오전 반휴를 내고 요양원에 가서 어머니를 하루 미리 만나 점심을 먹고 차를 마셨다. 베트남쌀국수집 사장님은 이제 우리 모자와 친해졌고 또 우리 사정도 어느 정도 아시기에 "아, 다음 주에는 어머님께서 아들을 7일이 아니라 8일만에 보시겠군요"라고 웃으며 조크를 날리셨다. 어머니에게 간식과 믹스 커피와 빳데리를 간 손목 시계를 전해드리고 회사로 왔다. ---- 회사에 와서 권연경 교수 제2강 최종 가편을 시작했다. 나도 언젠가 이 주제에 대해 잘잘법 커뮤니티에 상담 답변글을 올린 적이 있는데, 권교수는 나와는 다른 방식으로, 좀 더 '큰 지도'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질문에 답을 했다. (아, 역시 신학자는 다르구나, 고개를 끄덕끄덕). 권교수가 이 강의에서 그려주는 지도. 너무너무 세상에 전파하고 싶다. 편집을 하는데 어머니 전화가 왔다. 복도에 나가서 받았다. "아들, 우리가 언제 만났지? 어제 만났나?" 오늘 만났다고 말씀드리면 어머니가 놀라실 거 같아 나는 말을 바꿨다. "어머니, 혹시 무슨 걱정 있으세요?", "응, 아들. 지금 내가 찬 이 시계, 아버지가 주신 것이기 때문에 장남에게 꼭 물려주고 싶어." 김영삼 대통령 싸인이 들어가 있는 청와대 시계였다. 아버지가 이 시계를 차셨다는 어머니의 기억은 맞는 것일까? 아닐 것이다. 나는 아버지가 이 시계를 차신 걸 본 적이 없다. 아버지는 늘 은색 시계를 차셨다. "예, 어머니, 다음 주 토요일에 제가 어머니 뵈면 그때 제가 잘 받아서 간직할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 시계. 시간. 기억. 그에게 맞았던 기억. 대걸레가 부러졌던 시간. ---- 회사 일을 마치고 퇴근길, 안양천에 들려 한 시간 산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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