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한 번만 마셨다, 처음으로
요양원에 가서 어머니를 만나 함께 외출을 했다. 단골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차는 그동안 늘 가던 빠리바케트가 아니라 지난 주 어버이날에 동생과 함께 처음 갔던 탐앤탐스에서 마셨다. 매장 크기가 엄청 큰 곳인데 어머니는 넓어서 좋다고 하셨다. 2층에서 마셨다. 어머니는 창문 가까이에 놓여있던 의자를 실내 쪽으로 옮기셨다. 너무 창가에 있으면 잘못하다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내가 사가지고 간 스쿠알렌, 맥심 커피, 간식용 과자, 팥빵, 세수 하고 바르는 여성용 스킨 로션을 어머니에게 전해 드렸다. 어머니는 오늘 기분이 좋으신지 농담을 많이 하셨는데 그 중에 하나는 나도 찐으로 빵 터진 괜찮은 농담이었다. ---- 오늘은 기억에 남을 만한 날이었다. 이유는 이렇다. 나는 어머니와 차를 마시고 헤어지고 나면 으레 단골 밀크티집에 가서 방전된 에너지를 충전하는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왔다. 몇 년째 그래왔다. 오늘은 곧장 집으로 왔다. 혼자만의 차 마시는 시간을 안 가져도 될 거 같았다. 어머니와 차를 마시며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드리는 데 당연히 에너지가 들어갔다. 근데 방전된 느낌은 들지 않았다. 과연 나에게도 이런 날이 올까 나는 회의했는데 이런 날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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