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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16일

퇴근길


1. 내가 버스에서 한홍구 교수가 쓴 대한민국사를 읽으며 퇴근하던 어느 날 저녁, 아주 아름다운 젊은 여성이 버스에 올랐다. 힐끔 그녀를 쳐다봤지만 곧바로 다시 책으로 눈을 돌리고서 계속 책을 읽는데 갑자기 누군가 내 옆자리에 앉았다. 그녀였다. 버스에는 빈 좌석이 많았다
 
2. 일본 분이세요? 그녀가 물었다. 한국 사람입니다. 그녀, 내가 읽던 책을 보더니, 한국 역사에 관심이 많으신가봐요? . 이 저자가 글을 참 잘 써요. 그랬더니, 그녀가 이렇게 대답했다. 저도 한국 역사에 관심이 많아요.
 
3.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같이 했다. 방송국에 한 번 놀러와도 되냐고 그녀가 물었다. 난 언제든지 오라고, 혼자 오기 어색하면 친구와 같이 와도 된다고 했다. 방송국을 꼭 한 번 와보고 싶어하는 거 같아서 내 전화 번호를 적어주었다. 다음날 사무실에서 회사 동료들에게 그 얘기를 해주었더니, 엄청 부러워함.
 
4. 전화가 왔다. 할 얘기가 있다고 했다 . 그럼, 저녁 때 오세요. 저녁 사드릴께요. 전화를 끊고 동료들에게, 전화가 왔어! 전화가!

5. 퇴근 시간에 맞춰 그녀가 왔다. 회사 후문 앞 빌딩 지하에 있는 돈가스 집에서 돈가스를 사줬다. 무슨 고민이 있는지, 저녁 먹는 내내 별로 말이 없었다. 좀 긴장한 듯 보였다. 우리는 돈가스를 먹고, 후식으로 나온 쥬스를 한 모금 씩 마셨다. 내가 물었다. 할 얘기가 뭔가요? 그녀가 내게 물었다. 혹시 도에 관심 있으세요?
 
후기
1) 그날 집에 가서 타이레놀 먹었음.
2)  그 다음날 내 얘기를 들은 회사 동료들의 즐거워 하던 표정.
3) 저도 한국"역사"에 관심 있어요, 했을 때 알아봤어야 하는 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