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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7일

녹화 후기

6시에 양화진 종편을 마치자마자 지하철을 타고 삼각지에 가서 아는 후배 2명이 제작하는 팟캐스트  < 박샘의 위대한 수다 > 에서 초대손님으로 출연하여 책 소개를 했다. 말을 잘 못해서 죽을 쒔다. 하나님은 내게 말하는 능력은 주지 않으셨다. 주신 건 오직 글쓰는 능력과 외모 뿐. (썰렁.)  오늘 대화 주제는 내가 정했다. "내가 버린 책". 긍정적 추천 뿐만 아니라 부정적 추천도 실제적인 도움이 된다, 라는 변과 함께.  내가 실제로 - 그러니까 문자적으로 -  쓰레기통에 버린 책은 『기독교 세계관과 현대사상』. 제임스 사이어가 70년대 중반에 썼고 한국에선 1985년도에 IVP에서 번역되어 나왔다. 책과 함께 내가 버린 것은  '세계관은 안경'이라는 비유.  세계관은 안경처럼,  저 둥근테 한 번 줘보세요, 라고 말할 수 있는게 아니다. 이 인본주의 안경 대신 이제 기독교적 안경 써야지,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굳이 렌즈에 비유하자면, 세계관은, 수정체에 박힌 깨진 유리에 가깝다. 뽑아 내기 힘들다. 뽑다가 실명할 수도 있다. 박힌 채 살아가야 한다, 많은 경우. 상기 책의 원제는 이렇다. The Universe Next Door: A Basic Worldview Catalog 』.(아! 제임스!  세계관은,  소파에 앉아 느긋하게 살펴보는 쇼핑 카탈로그가 아니야! ) 책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몇 년 후, 이 책을 비판적으로  인용할 일 생겨 중고서점에서 다시 한 권 샀다.  녹화하며 나는 새로운 은유가 필요하다고 했다. 실재에 부합하는. 난 '거미줄'와 '위장(臟)'이라는 은유를 소개했다. 데카르트, 라플라스, 마이클 폴랴니, C.S.루이스 등을 거론했는데 아, 거론 된 모든 이에게 미안하다. 다음 녹화때는 올리버 색스의『화성의 인류학자 』를 소개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