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사냥 1.
아내와 아이들은 학교에 갔다.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다가 깨달았다.내가 원한 건 '사슴사냥'이 아니었다는 것을. 어제, 예정대로 새벽5시반 브룩스씨를 만났다. 차를 타고 숲으로 갔다. 차를 세우고 더 깊이 걸어 들어갔다. 난 덤불 속에 웅크리고 앉아 사슴을 기다리는 건 줄 알았는데 브룩스씨가, 둘이 겨우 들어갈 수 있는 작은 텐트를 쳤다. 그리고 추위를 이기기 위해 많은 옷을 껴입었다. 브룩스씨가 갑자기 다 입었던 옷을 벗기 시작했다, 자기는 이 시간에 꼭 하게 된다고 하면서. 조금 떨어진 덤불 쪽으로 가더니 어둠 속에서 그가 쭈그리고 앉았다. 그 모습도 괜히 프로페셔녈하게 느껴졌다. 그는 지금까지 120마리의 사슴을 잡았다. 텐트에 들어가서 텐트의 지퍼를 올렸다. 사냥은 6시51분부터 가능하다고 했다. 왜 50분이 아니고 51분이냐 했더니 해가 7시21분에 떠서 그렇다고 했다. 사냥은 일출 30분 전부터 가능했다. 동주, 사슴을 보면 절대 말하지 말고, 고개도 돌리지 말고, 그냥 손으로 내 무릎을 세번 쳐, 이렇게. 나는 알았다고 했다. 과연 오늘 내가 그의 무릎을 세 번 칠 수 있게 될까? 아직 달이 떠있는 오른쪽 숲을 응시했다. 브룩스씨가 내 무릎을 세 번 친 건 오전 8시30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