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아이들이 내 생일 선물로 뭘 준비할까 고민하길래 헌책방에서 책 한 권씩 사달라고 했다. 우리 식구가 잘 가는 북까페(signs of life) 옆에 '까마귀'(raven)와 '먼지 낀 책장'(dusty bookshelf)라는 헌 책방이 두 곳 있다. 먼저 까마귀에 갔더니, 내가 찾는 책이 없었 뿐더러 왠지 공간과 분위기 자체가 맘에 들지 않았다. 이번에는 먼지,에 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아, 이런 곳이 있다니! 수많은 탐정소설들과 철학책들과...! 그리고 카운터에 있는 두 명의 젊은 여성. 까마귀에는 할머니 두 분이 카운터에. 종교 쪽으로 가서, 체스터턴의 <<영원한 인간>>, 에드윈 비번의 <<상징과 믿음>>, 루돌프 오토의 <<성스러움의 의미>>를 찾았으나 발견하지 못함. 그래서 대신 <<코란>>과 <<토마스 아퀴나스 저작 모음집>>을 샀다. 카운터에 가서 두 여성 중 한명에게 지갑을 안 갖고 왔다고, 잠시 맡아달라고 부탁. 그 여성과 책이 어떤 기준으로 배열되어 있는지 잠시 이야기. 그림은 어느 쪽에 있냐고 묻고 안내 받음. 아, 이탈리아 미술과 뒤러의 판화집이 보임! 앞으론 무조건 먼지 낀 책장. 까마귀는 노. 이유는 여러가지. 흠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