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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8일

붓다 없이 나는 그리스도인일 수 없었다

붓다 없이 나는 그리스도인일 수 없었다』 (Without Buddha I Could not be a Christian), 폴 니터 지음 클리어마인드 출판사 / 19,000.


1. 저자 폴 니터는 지금 미국 유니온 신학대학원의 석좌교수입니다. 불교에 심취한 그는 이 책의 마지막 교정을 보던 2008년 여름보살이 되겠다고 서원한 후 연꽃 치유자라는 법명을 받았고요. 그는 자신이 두 가지 정체성을 모두 지녔다고 말함. 그리스도인그리고 불자. 폴 니터는 하나님이 영이라고는 믿는데, 그 영이 인격person()’이라는 소위 정통 기독교의 가르침은 받아들이지 않음. 393페이지 짜리 이 책에서 내게 제일 극적이었던 장면은불교의 가르침과 수행에 점점 더 깊이 빠져들던 저자가 더 이상 하나님과 대화를 하지 못하게되었다고 말할 때. 나는 나이가 들면서, 특히 중년에 접어들면서, 대화로서의 기도가 부담스러워졌다. 교회에서 공동체적으로 드리는 전례기도에서나 내 방에서 혼자 조용히 기도할 때 나는 하느님을 향한 말의 흐름에 들어갈 수 없었다. 내가 의식하고 있는 어떤 지적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다. 나는 대화로서의 기도를 할 수 없을 뿐이다. 하느님과 대화하려면 말을 더듬게 되거나 , 따분해지거나, 강요받는 것 같거나부적절한 것만 같았다.” (p.258) . 사람이 그 어떤 신을 믿든 그 신으로부터 인격()을 제거하면대화는 더 이상 불가능하구나! 언뜻 당연해 보이는 이 귀결 - 폴 니터의 삶에서도 드러난 이 참으로 인상적으로 다가왔음. 양측 중 한 쪽이라도 인격()이 아닐 때 둘 사이에 대화는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의 확인이. 내가 매일 아내와, 아이들과하나님과, 회사 동료들과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사실 뒤에는 그런 사실이 숨어있었던 것이구나양측이 인격()이라는 사실이.


2. 폴 니터는 '절대적 존재'라는 존재 자체가, 그리고 그 절대적 존재가 인격을 지니고 있다는 주장이 자신을 부자연스럽게 만든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냥 "함께 하는 영" ,"만물을 하나로 묶는 영 " 정도로만 신을 생각하고 싶다고요. 그게 편하다고요. 이 부분에서 저는 니터의 생각과 다릅니다.  저는 오히려 , 인격이 없는 절대적 영(기운,정신,원리)을 생각할 때, 그게 다라고 할 때 무척 쓸쓸해집니다. 노자』를 읽을 때도 그걸 경험합니다. 무척 맞는 말들이지만 (깊은 통찰) , 그 절대자와 인격적으로 교류대화하지 못하는 모습이 느껴져서 괜히 안타깝고 슬퍼집니다. 대화할 수 있는 신, 대화를 원하는 신. 놀라운 것 같습니다.